[엠디저널]아무리 어둡고 더러운 곳이라도 사랑만 있다면 인간은 살아갈 수 있다.이 한통의 편지 속에는 그 위대한 진리를 일깨워주는 소중한 감동이 담겨있다.1950년대 프랑스의 감옥은 더럽고 위험했다. 특히 여성용 감방에는 갓난아기들이 그 안에서 같이 지내고 있었다. 임신한 여죄수들이 낳은 갓난아기는 감옥에서 엄마와 같이 갇혀있는 신세였다. 인간 존중의 싹이 트고 있던 당시 프랑스 시민들은 이 아기들에게 인간적인 배려를 베풀고 싶었다. 그래서 용단을 내리고 근사한 새 건물을 지었다. 이 죄 없는 갓난아기들을 위해서 깨끗하고 위생적인
[엠디저널] 그간 불안해하며 가슴 졸이던 환자일지의 전산화가 금년 1월에 시작됐다. 전산화가 시작된 후로는 ‘적응’ 이라는 목표가 눈에 보이니깐 쉬웠다. 아마 컴퓨터 자체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지난 30여 년간 내게 익숙해 있던 “손으로 쓰는” 기록을 버리는 것이 더욱 겁났을 지도 모른다. 변화란 왜 이렇게 불안감을 주는 것일까? 게다가 낯선 변화는 제법 철이 들은 걸로 착각하고 있던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곤 한다. 그러다 가끔 정신과의 대부인 프로이트를 생각해 본다. 그는 인간의 ‘무의식’ 이 얼마나 우리의 행동이나
[엠디저널] “아니! 우리 할머니 얼굴이 타임지에 실리다니…” 어느 날씬한 동양인 여성이 운동복 차림으로 찍힌 사진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지른 고함이다.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읽어 보니, 한국인은 분명한데 나의 외할머니 아니다. 젊은 시절, 미국에 이민 화서 열심히 공부하고, 뉴욕의 월스트리트 금융가에서 실력을 날리던 어느 한인 이민자였다. 여유롭게 은퇴한 뒤 마라톤으로 몸을 연마하고, 요즘은 달리기 대회마다 참석해 상을 ‘싹슬이’ 하는 은퇴자의 표상이다. 부군과 함께 요즘에는 세일링(sailing)을 배우고 있다니 땅 뿐 아니라
[엠디저널] 미스터 헤일은 2년 전 11월 22일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살아 있다면 이번 12월 1일은 그의 115번째가 되는 생일이다. 나는 미스터 헤일이 누구인지 모른다. 다만 그가 여태까지 이 지구 상에 살았던 남성중에 가장 수명이 길었다는 사실에 감격한다. 우리의 파트너인 남성들이 오래, 건강하게 살기를 나는 항상 바랐었는데, 지금까지는 여성들만이 장수를 하는 듯 했다. 한국과 일본의 최연장자를 보면, 정정하신 할머니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드디어 노년기에 우리의 댄스 파트너가 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남성들도 장수
[엠디저널] “제가 왜 정신과 의사를 보아야 됩니까? 저는 당뇨병 정기 검사를 하러 왔는데…” 60세의 백인 남성은 선반공 일을 하기 때문인지 아주 젊어보였다. 그리고 본인의 말대로 정신병(?)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다행히 이 환자를 이미 본 사회사업가의 전화가 없었더라면 이 환자는 아마 정신과에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예정된 내과 의사와의 검진을 위해 오늘 외래에 왔었다. 당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체중조절이 불가피했다. 그런데 그는 요즈음 너무나 스트레스가 높다. 잠을 잘 수도 없고, 운동을 할 수도 없으며, 자신을 위한
[엠디저널] ‘한 치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이 인생’ 이라고 옛 어른들은 말씀 하셨다. 너무나 옳은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믿지 못 할 때가 많다. 의과 대학을 졸업할 때에 나는 만 스물다섯이었다. 그때 자신감에 차 있던 방자함이라니…. 정말 하늘을 찌를 듯이 용기가 넘쳤다. 그때 내 마음을 사로잡은 엉뚱한 생각이 있었다. ‘마흔 다섯 살이 넘으면 인생은 끝일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아마 내 딴에는 젊음의 한계를 마흔 다섯 살로 잡았었다보다(현재 미국 정신과에서 45세부터 65세 사이
[엠디저널] 지금도 있는지 모르지만 1970년대 말 서울 용산에는 ‘121 미 육군 병원’ 이 있었다. 한국에 파견된 미국 병사들을 치료하는 이곳에서는 수십 명의 현역 군의관이 근무했다. 백인 소아과 과장은 현역 대령으로서 실력 있는 소아전문의였다. 교양 있는 그의 한국인 부인은 자신들의 아이가 아프면 121대신 한국인 개업의를 찾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때만 해도 한국의 많은 개업의는 환자에게 주사를 놓아주기 때문이었다. 특히 감기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에.현대의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감기의 원인인 바이러스를 죽이는데 항생제 주사가
[엠디저널] 며칠 전 정신과의 모든 의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들의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주제는 ‘우울증과 조울증 환자 치료의 최신 동향’ 이었다. 어찌 보면 귀가 닳도록 들어온 병이고 전문의 자격을 모두 구비하고 있는 나를 비롯한 동료에게는 자신 있는(?) 분야이다. 그러나 평생교육의 장점은 바로 이렇게 알고 있는 것들 위에 새로운 지식을 접목해 지성의 샘물이 넘치게 하는 것이리라.강의는 ‘어떤 치료에도 잘 낫지 않는 우울증 환자’를 대하는 의사 자신들의 마음가짐에 대한 것이었다. 지난 10여년간 항우울제의 발견으로 인류
[엠디저널] 누구인가 매일의 생활을 눈송이처럼 살려고 했다. 순간으로 왔다 사라지는 눈송이처럼 ‘현재’ 를 살아내라고! 형태가 각기 다른 눈송이처럼 독특하고 색다른 매일을 살라고! 눈송이처럼 깨끗하고 두 번 다시 되풀이 없는 고유한 삶을 살라고!며칠 전에 캐나다 토론토에 계신 고마운 분이 부쳐준 소책자 를 받았다. 한국식 이름 ‘석호필’ 을 좋아한 닥터 스코필드를 만난 것은 철부지 중고등학생 때였다. 그는 내가 태어나기 오래 전인 1916년에 캐나다 선교회에서 파견된 의료선교사로서 한국에
[엠디저널] 13세 소녀는 학교에서 늘 A만 받는 우수한 학생이었다. 집안에서도 순종적이고 말썽부리지 않는 착한 딸이었다. 소녀를 데리고 나를 찾아온 어머니는 “우선 딸이 살아 있게만 해달라”며 급박한 마음을 호소했다.문제는 약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2살이 되던 해 9월쯤 새로운 학기를 맞는 다른 중고등학생들처럼 그녀도 새로운 급우들을 만나는 것이 불안했다. 누구에게든 잘 보이고 싶었고 인기 있는 친구들이 부러왔다.어느날 그녀는 자신이 너무 살쪘다고 느꼈다. 5피트 4인치에 120파운드이니 객관적으로 정상 체중임에도 말이
[엠디저널] 레베카는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던 30대 초반의 백인여성이다. 그러나 최근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녀의 일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밤에는 통 잠을 못 이루고,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날 기운조차 없다. 또 하루 종일 우울증에 시달린다. 직장에 병가를 낸지도 몇 달 됐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를 찾아왔노라고 했다.진단서를 보내지 않으면 해고를 당할 처지에 처했다고 했다. 그녀는 남편 얘기도 했다. 너무 참하고 인자한 자신의 남편에게 저녁 식사 준비를 해 준지가 몇 달이 넘었단다. 잠자리를 같이 한지도 까마득한 옛날이고&hell
[엠디저널] 한 직장에서 20년간 일하다 보니 삶의 여러 측면을 대한다. 가장 가슴을 적시는 것은 무엇보다도 만남과 떠남이다. 얼마 전에 산부인과 의사 한 명이 비행기 사고로 비명횡사했다. 취미로 조종하던 경비행기가 추락하면서 순식간에 발생한 일이다. 그에게서 산전 관리를 받던 많은 임산부의 마음이 어땠을까? 뭉클해진다. 남편, 또는 아버지를 잃은 가족의 슬픔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정년인 65세를 넘어서도 계속 병원 근무를 하는 파트너 의사들이 많다. 특히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바쁜 과의 의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