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R]결혼생활은 사랑하는 사람과 더 이상 각자 집으로 갈 필요 없이 아침에 눈을 떠서부터 밤에 잠잘 때까지 같이 있을 수 있어 더없이 행복하고 달콤한 면도 있지만 실제로 같이 생활하면서 전에 가졌던 환상이 깨어지고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고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치게 될 때 갈등과 놀라움은 말할 수 없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사랑해서 결혼을 했는데 왜 신혼 초부터 갈등이 생기는 걸까. 이 점에 대해 몇 가지로 나누어보면 먼저 평범한 사람들이 신혼기에 겪게 되는 갈등이나 문제점들이 있고 그 다음에 결혼의 동기 자체가 문제가 있는
어떠한 사람이 건강한 사람인가 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관계되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항상 중요한 의문점이 되어 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사람이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성숙한 사람이다’라는 나름대로의 정의를 숱하게 내렸다. 정신의학 교과서에서도 ‘정신과 의사가 건강하다고 보는 사람은 이러한 사람이다’라고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 인생의 목적이 뚜렷하고 ◎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혹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것을 극복해낼 수 있고 ◎ 자신의 처지에 맞는 행동을 하고 ◎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사랑할 때 빠르고 늦고의 시간 차이나 그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누구나 갈등을 겪는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순탄하였다가 결혼 후 갈등을 겪는 경우도 있고 결혼을 앞두고 갈등을 겪기도 한다.무엇이 두 사람에게 갈등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는 것은 각 경우마다 다 다르다. 남자의 군 입대가 여자에게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양가부모의 반대와 혼전 육체적 관계가 갈등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한이 없을 것이다.갈등이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어느 한쪽으로 정리가 안 되고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노년기에 느끼는 여러 가지 신체적·정신적 괴로움 중에서 외로움만큼 큰 괴로움도 없을 것이다. 인생의 어떤 시기든 외로움을 느낄 수 있지만 노년기는 노년기의 특성으로 인해 더욱더 그러하다. 자식들이 장성하고 결혼하여 곁을 떠나고 오랫동안 같이 살아온 배우자가 어느 날 자기만을 홀로 남겨두고 이 세상을 떠나고 친구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간다. 외로움이 골수에 사무친다.한 조사연구에 의하면 자녀가족과 동거하고 있지 않은 노인들에게 하루 중에 가장 즐거운 때가 언제냐고 물었을 때 ‘가족이나 친척의 방문이 있을 때가 즐겁다’는 것이 가장 높게
나에게 신경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50대 초반의 남자가 그동안 상태가 좋았는데 며칠 전부터 잘 듣던 약이 먹어도 별로 효과가 없고 가슴이 답답하여 터질 것 같다고 호소했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아들 때문에 걱정이라고 했다.아들이 재수를 하는데 새벽 3~4시쯤 자고 아침에는 학원에 가야 되는데 10~11시, 심지어 오후가 되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한 보름 전부터 그러는데 그걸 보고 있노라면 속이 터지고, 일찍 일어나 학원에 가라고 말을 해도 통 듣지를 않는다고 했다.어려운 형편이라 부부가 다 일을 나가 뒷바라지
겨울방학이 끝난 지 며칠 되지 않은 날, 얼굴이 긴장되어 있고 몸이 좀 약해보이나 매우 영리해 보이는 고교 2학년 남학생이 부모와 함께 진료실을 찾아 왔다.이 학생이 병원에 오게 된 이유는 며칠 전부터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자기를 주시하고 있으며, 자기가 걸어가면 학생들이 보고 있다가 자기가 쳐다보면 싹 고개를 돌린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자기 위주로 수업을 해 다른 학생들이 자기를 미워한다, 집이 학교에서 가까운데 학교에서 학생들이 자기 집을 쳐다봐서 망원경으로 보니 아이들이 그걸 눈치 채고 없어졌다는 등의 이야기를 부모에게
얼마 전 40대 초반의 아주머니가 중학교 1학년 남자아이를 데리고 진료실을 찾아왔다. 이 아주머니는 ‘동네사람들 보기가 창피해서 못살겠다. 얘가 왜 이런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게 병입니까?’ 하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이야기를 시작하며 평소에 착하고 아주 흠잡을 데가 없는 아인데 동네 빨랫줄에 널린 여자 속옷을 훔치다 들켰다는 것이다. 동네아줌마들 이야기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여러 번째인 것 같다는 것 이다.나이에 비해 작은 체구에 순해 보이고 기가 좀 죽어 보이는 이 아이는 치료자가 묻자 솔직하게 자기가 한 일을 이야기 했다.여
어느 날 언뜻 보아 풍채가 좋고 점잖아 보이는 초로(初老)의 신사 한 분이 진료실을 찾아왔다. 장성한 자식에게 사업을 맡기고 자식의 일을 좀 봐주는 소일거리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이 신사 분은 10여 년 전부터 골이 저릿저릿하고 머릿속이 맑지 않고 아프며 골이 아플 때는 속도 니글니글 거리는 등 여러 가지 증세가 있었다. 또한 귀에서 찡~쌕~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어떤 일에 골몰할 때는 없어지곤 하였다. 잠이 깊지 못하고 뒤척거리는 날들이 많다고 한다.부모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의 부족이러한 증상이 시작된 것은 12년 전에
과거 중학교·고등학교 입시가 있을 때보다 덜하긴 하나 요즘도 좋은 대학을 가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하여 중학교·고등학교부터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 부모들이 자식을 주로 중학교 때 빠르면 초등학교 때 집을 떠나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대부분 시골에서는 사는 정도가 중간 이상이고 아이도 공부를 잘하는 편이라 장래가 기대되는 축에 속한다. 아이도 도시로 간다고 하니 처음에는 들떠서 좋아했으나 막상 도시로 와서 생활해보니 적응을 잘 못하고 좌절을 하여 오히려 시골에서 그대로 생활했을 때보다 성적이 떨어지고
얼마 전 청소년이 쓴 수기를 한 편 읽은 적이 있다. 언니는 운동을 잘하고 자기는 공부를 잘하였는데 부모가 운동을 잘하는 언니만 인정하고 자기는 거들떠보지도 않아 집에 들어가기가 싫었는데, 자기와는 정반대 처지에 있는 - 공부를 못하여 집에서 야단만 맞는 - 친구와 함께 가출하였다는 내용이었다.이런 수기뿐만 아니라 진료실에서나 진료실 밖에서 필자에게 이와 같은 내용을 하소연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우리 부모가 이상하다. 편애를 한다”라고 주장하고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들이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얼마 전에 30대 초반의 남자가 진료실을 찾아왔다. 위가 아프고, 아랫배가 아프고, 변비가 있으며, 잠이 안 오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하였다. 이런 증상은 부인이 외도한 것을 알고 충격을 받고 난 뒤부터라고 했다.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니 같은 나이의 부인과의 사이에 아들 하나만을 두고 있는데 부인이 점을 치러갔는데 점을 봐주는 남자가 부인에게 “큰일 났다. 아들에게 큰 액운이 닥쳤다. 목숨을 잃거나 병신이 될지도 모른다. 이것을 막는 길은 딱 하나 있다. 아무도 몰래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시키
팔에 깁스를 한 30대 초반의 남자가 어머니와 함께 나의 진료실을 찾아 왔다. 밤에 잠을 잘 자지 않고 어머니가 보기에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고 간혹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을 하여 어머니가 정신과에 가보자고 해서 오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증상은 약 일 년 전부터 있었는데 요 근래 심해졌다고 하였다. 팔은 몇 달 전 기차에서 떨어지면서 골절이 생겼다고 하였다. 보기에 순해 보이고 나이에 비해 좀 어려보이는 이 남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국가고시를 준비하던 중에 이런 문제가 생겨 지금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상태였다.환자에게
부부가 함께 진료실을 찾아오는 경우가 가끔 있다. 부부 중 어느 한편이 정신과를 찾아갈 것을 요구해서 오는 경우도 있고 부부가 합의해서 오는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대개 집에서 서로 대화도 해보고 싸워도 보았지만 결론이 나지 않고 이제는 정말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가리지 않고는 답답해서 못 견디겠다는 상태에 있다.이런 일로 찾아오는 부부는 갓 결혼한 젊은 부부도 있지만 결혼한 지 오래되어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이 든 부부도 꽤 있다. 부부 사이가 심각한 상태이기보다는 사소한 문제 같지만 서로 공감을 못해 진료실을 찾아
나는 가끔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져 본다. 그러면 여러 가지 답변이 나온다.내가 정신과 의사라는 것을 감안하여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마음을 비운 사람’이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혹은 ‘부모덕, 돈, 명예, 건강, 자식 복 등을 갖춘 사람’이라고 현실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답변들은 행복의 조건이 되기는 하나 행복한 사람 그 자체는 아니다. 그러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해서 꼭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설사 그러한 것을 못 갖추어도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큰 위력을 가지는지 보고는 놀랄 때가 자주 있다.괴로운 일이 있는데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다보니 가슴은 답답하고 소화도 안 되고 온몸이 아프던 사람이 진료실에 와서 자신의 고민을 시원하게 탁 털어 놓고 나서는 가슴 답답하던 것도 풀리고 속도 뚫리고 몸이 가뿐해지는 것을 보면 자유롭게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이런 표현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가끔 진료실에서 “이렇게 이야기만 한다고 해
불교는 2천 5백여 년 전에 인도에서 석가모니 부처가 일으킨 종교이다. 부처는 인간의 괴로움이 어디서 오며 어떻게 해야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지를 목숨을 걸고 추구하였다. 부처의 수행의 주제는 괴로움의 해결이었다.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밑바닥까지 밝혀서 뿌리째 뽑아버리려는 시도를 했고 어려운 수행 끝에 결국 깨달음을 이루었다.부처가 깨달은 것은 여러 가지 형태로 표현될 수 있겠지만 그 핵심은 삼라만상을 있는 그대로, 즉 실상으로 보지 못하고 무지로 인해 욕심을 일으키고 집착을 함으로써 모든 고통이 온다는 것이다. 불교는 다른 어떤
나에게 치료를 받았던 20대 중반의 여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몇 년간 직장생활을 하였는데 번번이 한두 달을 못 채우고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직장에서 쫓겨나기보다는 자기 스스로 그만 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환자가 직장을 그만둔 주된 이유는 다른 직원, 특히 다른 여직원들처럼 말을 잘하고 명랑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싶은데 자기는 그게 안 되고 그런 자기를 직장 상사나 동료가 이상하게 보는 것 같아 그것을 견디지 못해서였다. 직장에 취직하게 되면 항상 이 문제가 반복되었다. 잘 듣는 것도 말을 잘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
인간은 왜 자기 스스로를 죽이는 자살 행위를 하는 것일까. 모든 존재는 자기 자신을 가장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고 가장 편하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어째서 자기 자신을 죽이는 극단적인 길을 취할까. 이것에 대해서는 누구나가 궁금하게 생각한다. 정신과 의사들은 환자를 대할 때 항상 자살의 위험성이 있나 없나를 알아본다.사는 것이 오죽 괴로우면 죽으려고 하겠나하고 쉽게 생각하면 간단할지 몰라도 실제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것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만은 아니다. 얼마 전에 상담했던 30대 여자 환자는 “선생님, 왜 죽으려고 하는지 아세요.
IQ(Intelligence Quotient. 지능지수)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IQ는 지적인 능력을 수치로 표시한 것이고, 90~110정도가 보통이고 IQ가 높을수록 대체로 공부를 잘 한다는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10여 년 전에 언론매체에 EQ (emotional Quotient. 정서지수)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후로 자주 나타나고 심지어는 MQ(Moral Quotient. 도덕지수) 라는 말까지 나타나면서 사람들이 EQ나 MQ가 IQ와는 뭔가 다르면서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정확하게는 모르는 것 같
사람은 누구든지 살아가다가 흔들릴 때가 있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도 그럴 때가 있다. ‘이 곳이 내 평생직장이구나’라고 딴 생각 없이 열심히 다니던 사람에게도 어느 날 갑자기 회의가 찾아들 수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사회는 그만큼 다양해지고 있는데 나만 구태의연하게 똑같은 일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일어난다. 직종이나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갈등에 빠져 보았을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급변하는 세상에 사는 현대인은 더욱 더 그렇다.어제까지 직장 동료였던 사람이 오늘 자기 사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