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함께 진료실을 찾아오는 경우가 가끔 있다. 부부 중 어느 한편이 정신과를 찾아갈 것을 요구해서 오는 경우도 있고 부부가 합의해서 오는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대개 집에서 서로 대화도 해보고 싸워도 보았지만 결론이 나지 않고 이제는 정말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가리지 않고는 답답해서 못 견디겠다는 상태에 있다.이런 일로 찾아오는 부부는 갓 결혼한 젊은 부부도 있지만 결혼한 지 오래되어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이 든 부부도 꽤 있다. 부부 사이가 심각한 상태이기보다는 사소한 문제 같지만 서로 공감을 못해 진료실을 찾아
나는 가끔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져 본다. 그러면 여러 가지 답변이 나온다.내가 정신과 의사라는 것을 감안하여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마음을 비운 사람’이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혹은 ‘부모덕, 돈, 명예, 건강, 자식 복 등을 갖춘 사람’이라고 현실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답변들은 행복의 조건이 되기는 하나 행복한 사람 그 자체는 아니다. 그러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해서 꼭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설사 그러한 것을 못 갖추어도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큰 위력을 가지는지 보고는 놀랄 때가 자주 있다.괴로운 일이 있는데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다보니 가슴은 답답하고 소화도 안 되고 온몸이 아프던 사람이 진료실에 와서 자신의 고민을 시원하게 탁 털어 놓고 나서는 가슴 답답하던 것도 풀리고 속도 뚫리고 몸이 가뿐해지는 것을 보면 자유롭게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이런 표현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가끔 진료실에서 “이렇게 이야기만 한다고 해
불교는 2천 5백여 년 전에 인도에서 석가모니 부처가 일으킨 종교이다. 부처는 인간의 괴로움이 어디서 오며 어떻게 해야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지를 목숨을 걸고 추구하였다. 부처의 수행의 주제는 괴로움의 해결이었다.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밑바닥까지 밝혀서 뿌리째 뽑아버리려는 시도를 했고 어려운 수행 끝에 결국 깨달음을 이루었다.부처가 깨달은 것은 여러 가지 형태로 표현될 수 있겠지만 그 핵심은 삼라만상을 있는 그대로, 즉 실상으로 보지 못하고 무지로 인해 욕심을 일으키고 집착을 함으로써 모든 고통이 온다는 것이다. 불교는 다른 어떤
나에게 치료를 받았던 20대 중반의 여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몇 년간 직장생활을 하였는데 번번이 한두 달을 못 채우고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직장에서 쫓겨나기보다는 자기 스스로 그만 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환자가 직장을 그만둔 주된 이유는 다른 직원, 특히 다른 여직원들처럼 말을 잘하고 명랑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싶은데 자기는 그게 안 되고 그런 자기를 직장 상사나 동료가 이상하게 보는 것 같아 그것을 견디지 못해서였다. 직장에 취직하게 되면 항상 이 문제가 반복되었다. 잘 듣는 것도 말을 잘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
인간은 왜 자기 스스로를 죽이는 자살 행위를 하는 것일까. 모든 존재는 자기 자신을 가장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고 가장 편하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어째서 자기 자신을 죽이는 극단적인 길을 취할까. 이것에 대해서는 누구나가 궁금하게 생각한다. 정신과 의사들은 환자를 대할 때 항상 자살의 위험성이 있나 없나를 알아본다.사는 것이 오죽 괴로우면 죽으려고 하겠나하고 쉽게 생각하면 간단할지 몰라도 실제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것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만은 아니다. 얼마 전에 상담했던 30대 여자 환자는 “선생님, 왜 죽으려고 하는지 아세요.
IQ(Intelligence Quotient. 지능지수)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IQ는 지적인 능력을 수치로 표시한 것이고, 90~110정도가 보통이고 IQ가 높을수록 대체로 공부를 잘 한다는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10여 년 전에 언론매체에 EQ (emotional Quotient. 정서지수)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후로 자주 나타나고 심지어는 MQ(Moral Quotient. 도덕지수) 라는 말까지 나타나면서 사람들이 EQ나 MQ가 IQ와는 뭔가 다르면서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정확하게는 모르는 것 같
사람은 누구든지 살아가다가 흔들릴 때가 있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도 그럴 때가 있다. ‘이 곳이 내 평생직장이구나’라고 딴 생각 없이 열심히 다니던 사람에게도 어느 날 갑자기 회의가 찾아들 수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사회는 그만큼 다양해지고 있는데 나만 구태의연하게 똑같은 일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일어난다. 직종이나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갈등에 빠져 보았을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급변하는 세상에 사는 현대인은 더욱 더 그렇다.어제까지 직장 동료였던 사람이 오늘 자기 사업을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데 있어 어느 시기인들 어렵지 않겠냐마는 아이들이 사춘기일 때만큼 알 수 없고 힘든 때도 없을 것이다. 정신의학에서는 사춘기, 청소년기를 ‘폭풍과 스트레스의 시기’라고 한다. 이는 청소년들의 격렬한 내적 격동과 갈등을 표현하는 말이다. 전에는 귀엽고 부모 말도 잘 듣고 말도 잘하던 아이가 갑자기 부모와 상대도 하지 않으려 하고, 부모가 하는 말을 잔소리나 참견으로만 여겨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으며, 신체적으로도 어른과 똑같거나 그 이상으로 커버려 괜히 섣불리 건드렸다간 시쳇말로 본전도 못 찾게 될까봐 말 붙이기도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어렵고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를 지탱해주는 힘이 있어야 어려움도 잘 견디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젖 먹은 힘으로 버틴다’는 말이 있다.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서 먹은 젖힘으로 세상의 어려움을 견딘다는 것이다. 여기서 젖이란 부모의 사랑을 말한다.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부모이다. 황영조 선수도 마지막에 죽음과 같은 고통이 있을 때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뛰었다고 한다.우리를 지탱해주는 힘은 대부분 근본적으로 부모의 사랑이다. 그러나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을 때, 다른 것이 대신하기
[1L]예전에 비해 요즘 청소나 집안정리 등의 집안일을 하는데 힘들어하는 가정주부들을 주위에서 많이 접한다. 특히 교육수준이 높은 젊은 주부들에 있어서 그런 경향이 크다. 과거에 비하면 가족 수가 많이 줄고 주거공간도 현대식으로 바뀌고 청소기구도 기계화되어 일양은 많이 줄은 듯 싶은데 오히려 일을 더 못하고 힘들어한다.어떤 주부는 집안일을 하려고만 하면 화가 난다고 한다. 또 어떤 여자는 결혼 후에 집안일을 감당해 내지 못하였는데 그러한 자기에 대해 남편이 이해를 못하고 구박하자 심한 좌절감에 빠져 정신질환이 생겼다. 이 여자의 경
살아가면서 한 번도 후회를 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필자도 명상을 통해 후회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기 전까지는 후회를 하곤 했다. 고등학교 동창들 모임에 가서 여흥 시간에 게임을 하면서 질문을 받았을 때 왜 멋있게 대답하지 못 했을까 또는 방송국과의 인터뷰 때 왜 그렇게 말하지 못 했을까 하고 후회하며 마음이 편치 못 했을 때가 있었다. 이 뿐만 아니라 살아오면서 많은 후회가 있었다. 진료실에서 보는 환자들도 후회가 많다. ‘내가 그 때 왜 이렇게 말하지 못 했을까’하고 억울해하고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지고 다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