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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에세이] 곰보마을의 비밀

그래서 그녀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

  • 입력 2003.0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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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 어릴적 읽던 동화책의 결말은 언제나 한결같았다."그래서 그들은 오래 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정말?병원 하나 없던 그 옛날 그곳 곰보마을 처녀들도 다 시집가 잘 살고 있을까?아직도 엄마는 점 얘기만 나오면 곰보마을의 악몽을 떠올리시며 몸서리치신다. 그러시고는 곰보마을의 그녀들을 생각하며 상념에 젖으시더니 한 마디 하신다. "다 시집들은 잘 갔나?"나 또한 서울로 이사오기 전 2년 정도 살았던 곳이라 그리 많은 추억은 남기지 못했지만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참말 다행이란 생각과 함께 웃음도 난다. 곰보마을은 정확히 경기도 이천의 어느 작은 마을이다. 마을 이름이 곰보 마을이 된 것은 웃지 못할 사연이 있기 때문인데... 금남의 마을이라고 불리 울 만큼 꽃다운 처녀들이 많았던 곰보마을은 아들이 없어 걱정인 마을이기도 했다.미용실도 병원도 시내로 나가야 한 곳 눈에 띌까 한 곳이라 모든 것은 마을 내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았다. 머릴 잘 자르는 과수원집 아줌마가 그 마을 지정 미용사였고 서울에서 이사 온 젊은 새댁은 태어나 처음 보는 고급스러운 미용도구들을 완벽하게 구비하고 있어 시골 처녀, 아줌마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역시 여자들이 많으면 말도 많은 법. 이장집 아줌마는 그나마 시내에 자주 나가는 분으로 모든 희귀한 세상 얘기 등을 마을로 실어 나르셨는데... 어느 여름날, 그 마을을 곰보마을로 탈바꿈 시킬만한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바로! 빙초산을 이용한 점 빼는 법! 이 위험하고도 무서운 미용민간요법은 순식간에 금남의 마을을 뒤덮었고 이후 얼마나 무서운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었다. 이장집 아줌마가 시내에서 주어 들어 온 이 점 빼는 법에 마을 처녀들과 아줌마들은 열광했고 열광하는 그들 속에 필자의 엄마도 있었다. 빙초산에 밀가루를 개어 직접 점에 바르고 작은 상처가 생기면 며칠 후 딱지가 떨어지면서 점도 함께 떨어진다는 이 미용민간요법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피부를 갈망하는 시골 아낙네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했다. 그래서 한 동안 얼굴이고 팔이고 딱지를 덕지덕지 붙인 마을 아낙네들을 심심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필자의 엄마도 얼굴에 네 군데 목에 두 군데 팔에 한 군데에 딱지를 만들고 혼자도 모자라 딸인 필자와 필자의 언니의 얼굴에 빙초산에 갠 밀가루를 찍으셨다. 그리고 엄마는 점이 없어질 그 날의 행복을 생각하며 꿈에 부푼 소녀처럼 딱지가 떨어질 날을 고대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아름다움을 위해 함께 위험을 자초했던 마을 사람들은 딱지가 떨어진 다음에도 점은 안 없어지고 붉은 반점과 함께 나중엔 흉터까지 생기게 되자 이장집 아줌마에게 책임 추궁에 들어갔고 아직 시집도 안 간 처녀들과 어린 여아를 둔 부모들은 마른하늘에 날 벼락이 아닐 수 없었다. 붉은 반점은 지워지지 않았고 다들 흉직스런 곰보 얼굴로 한 동안 집에서 은신해야 했다. 별 도리가 없었던 이장집 아줌마는 갖은 원망을 견뎌내지 못하고 끝내 정든 마을을 떠나게까지 되었다. 이후 우리 가족도 서울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붉은 곰보가 된 얼굴은 서울의 피부과를 찾아 지금은 말끔히 흉터가 없어진 상태다. 아직도 그 얘기가 나오면 슬금슬금 주방으로 피하시는 엄마는 그 당시 아빠한테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야단을 듣고 아직도 딸인 필자와 필자의 언니에게 미안한 마음을 빚처럼 가지고 사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