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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dy talk] 정자들의 수난시대

바람난 난자씨 돌아오길 바라는 전상서

  • 입력 2003.0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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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씨 봅소서...[1L]날씨는 어느새 봄을 향해 구슬땀을 흘리며 달음질하는 구려.난자씨! 그 옛날 우리가 만나 사랑해서 꽃 같은 생명을 만들어내던 숭고한 역사를 기억하고 계시오?견우와 직녀도 아닐 진데, 난 늘 한 달에 한번 외출하는 당신을 만나려 몇날 며칠 고대하다가 칠월칠석도 아닌 배란일에 당신을 만나곤 했지요. 물론 당신을 만나려면 경쟁률이 너무나 세서 보통 튼튼하고 근력 있지 아니하면 당신 옆에 범접하지도 못했더랬지요. 이해하오. 우수한 정자를 선택하는 것이 당신의 숭고한 임무 아니었겠소. 그리하여 내가 힘겨운 전투 끝에 당신에게 당당히 다가가면 당신은 잠자리 날개 같은, 신비스럽기까지한 보호막에 싸여있다가 내가 헤딩을 하며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면 못 이기는 척 당신의 보호막을 허물고 나를 당신의 방안으로 받아 주셨지요. 그러면 난 굳은 사랑의 언약을 하는 뜻에서 꼬리를 잘라버리고 당신의 그 아늑한 보금자리에서 수정이라는 집을 짓고 한몸이 되어, 비로소 세상에서 가장 의미 있고 아름다운"생명"이라는 꽃을 피웠었지요.아, 지금도 생각하면 꼬리가 떨릴 정도로 아름다운 이러한 추억을 난자씨도 기억하고 계실런지.정녕 당신을 빼앗긴 것이오니까?[2R]아, 그러나 우리의 이런 자연스런 생명 창조의 역사도 아련한 추억의 한 장으로만 기억되는 것은 아닌가 두렵기만 하오.언젠가부터 당신을 보기가 힘겨워 졌지요. 소문을 듣자하니 당신이 팔려갔다는... 흐흑... 당신이 무슨 죄겠소. 당신 몸뚱이가 하는 일임을 아는데. 인신매매도 아닌 난자매매 말이오. 학벌 높고 쭉쭉빵빵한 여성일수록 당신의 "상품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고 들었소. 물론 불임부부를 돕는 다는 뜻을 어떻게 원망하겠소만, 생명도 골라서 인위적으로 만들어낸다는 것에는 분통이 터지오. 우리 서로 사랑의 결합으로 생명을 잉태하던 시절이 정녕 다 지났단 말이오?어디 이뿐이요. 복제인간은 한 술 더 뜨더군요. 복제인간이라는 생명의 탄생에 있어서는 내가 아예 쓸모 없는 존재더군요. 그 복제인간이란 게, 내가 합쳐지지 않은 난자, 당신 홀몸만을 채취해서 유전물질을 주입한 다음 전기충격 등의 방법으로 수정을 시켜 복제 수정란을 만든다더군요... 그러면 유전물질을 제공한 사람과 유전적으로 똑같은 사람으로 자란다는 원리라니. 복제인간 탄생에서 내가 낄 곳은 어디란 말이요?!물론 그들을 다 원망하지 만은 않소. 그래서 더 많은 사람에게 의학의 혜택이 주어지고, 그런 연구를 위함이라면 내 기꺼이 그대를 포기하오만은 그런 특별한 이유를 제외했을 때,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생명 탄생의 순리라는 것을 잊으면 안되오.그뿐인가 난 줄어들고 있다난자씨를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나는구려. 그런데 이젠 병들어서 눈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구려. 당신에게는 부끄러워서 말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남성의 정자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하는 소식 혹시 들었소? 프랑스 남성을 조사한 결과에는 정자수 감소는 물론, 고환의 크기까지 작아지고 있다고 하오. 불행 중 다행으로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큰 감소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연세의대 비뇨기과팀이 2년 전에 조사, 발표했다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내가 줄어들고 약골이 되어가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 복합적이겠지만, 환경호르몬 탓이라는 설이 유력하다오. 환경오염으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에 남성을 결정짓는 Y염색체 정자가 특히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오.내가 너무 약한 소리만 해서 난자씨가 실망하지 않았나 모르겠소만, 난 이렇게 점점 약해져가도 오르가즘이라는 부끄럽고도 찬란했던 열정의 추억만을 남긴 채 떠나간 당신을 꼭 다시 만날 날을 꿈꾼다오. 그래서 태초에 하늘에서 부여받은 우리의 소중한 소임인 자연적인 "생명"탄생의 위대한 결실을 다시 만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오매불망 소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오.- 잠 못 드는 밤 눈물로 지세며, 정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