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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영화 <가타카>

  • 입력 2003.0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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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가까운 미래, 유전 공학의 발달은 질병 발생률과 폭력 성향마저도 조절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 아이의 출생에 있어서도 성별은 물론 우수한 정자와 난자의 결합을 통해 완벽한 인간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빈센트(에단 호크)는 부모님의 사랑으로 태어난 일명 "신의 아이"로 30.2세의 단명운과 유전자도 우성인자의 50%에 못 미치는 유전적으로 열성의 인간이다. 반면 그의 동생은 우성인자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인간으로 빈센트는 동생과의 경쟁에서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하지만 빈센트는 자신의 유전적 열등함을 노력으로 극복하여 마침내 수영 시합에서 동생을 이기게 되고 열성인자로는 불가능한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 가타카에 들어간다. 유전적으로 열성인 그가 맡을 수 있는 일은 청소부에 불과하지만, 우주 비행사가 되고자 하는 빈센트의 꿈은 우성인자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장애인이 되어버린 전직 수영 선수 제롬 모로(주드 로)를 만나면서 현실화된다. 머리카락, 심지어 키스한 자국만으로도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가타카에서 제롬으로 가장한 빈센트의 위험천만한 노력은 성공하게 되고 마침내 우주비행사가 된 그는 토성을 향해 떠나게 된다.앤드류 니콜 감독의 1997년 작 <가타카(Gattaca)>는 우생학과 유전공학이 만나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영화이다. 극단적인 우생학이 어떠한 재앙을 몰고 왔는지는 나치스에 의해 자행된 유태인 학살이 보여주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나치스와 같은 독재 정부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우성인자를 가진 자는 좋은 사회적 위치에, 상대적으로 열성인자를 가진 자는 평생 하층민의 생활을 해야 한다는 묵시적인 약속에 국민들 스스로가 동의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지난 연말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인간 복제 성공 보도는 그 진위 여부를 떠나 많은 이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하지만 그보다 몇 달 전 비록 불임부부에 한정된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인터넷상에 난자를 구한다는 홈페이지가 등록된 것을 보고 다분히 충격을 받았다. 해외에서 미모가 출중한 명문대 여학생들의 난자가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는 기사를 언뜻 본적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공개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왠지 마뜩치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모 일간지에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 풍토가 우리나라를 "성형공화국"으로 만들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허나 바로 옆면 인물 소개란에는 버젓이 "외모와 실력은 겸비한..." 따위의 서두를 달아놓은 것을 보면서 그 양면성에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가 훌륭한 외모와 명석한 두뇌가 우리 사회에서 좋은 생활 여건을 보장한다고 믿는다면 인간 복제가 아니더라도 정자나 난자 매매는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자기 자식을 좋은 환경에서 살게 하고 싶다는 열망에서 우리네 부모를 따라올 나라가 어디 있단 말인가?그러고 보니 이미 우리는 가타카에 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