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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음이 모여 이루는 아름다운 세상

박영숙 의사 겸 전 분당구청장 interview

  • 입력 2014.02.20 11:15
  • 기자명 김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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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고치는 의사를 小醫, 사람을 고치는 사람을 中醫, 그리고 나라를 고치는 사람을 大醫라고 한다. 보건소 의무의사를 거쳐 보건소장과 구청장을 거치며, 이제 대의의 길을 가려는 사람이 있다. 정쟁과 낡은 정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과감히 大醫를 선택한 사람, 박영숙 소장을 만났다.

차이는 화해와 공존의 다른 이름임을, 함께 누리는 행복의 원재료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산업화를 위해 피와 땀을 바쳤던 사람들도, 민주화를 위해 기꺼이 피눈물을 바쳤던 사람들도 모두 ‘우리’입니다.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요, 주인입니다. 우리 모두가 주인공으로 우리 모두가 주연으로 힘과 지혜를 모아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미래의 주역들에게 우리의 책임을 다하는 길입니다. 우리 청년들, 청소년들에게 반목과 갈등, 분열과 증오의 시대를 물려줄 것이 아니라, 다양성이 존중받고 차이가 창조를 낳는 ‘화해와 통합의 공동체’를 물려주어야 합니다.

‘화합과 공존’의 철학으로 냉철한 카리스마와 뛰어난 리더십을 인정받은 박영숙 전 분당구청장이 ‘대의大醫’의 뜻을 이루고자 출사표를 던졌다.

25년 전 박 소장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이 여섯 글자를 마음에 새기고 세상에서 받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갚고자 박 소장은 보건소 의무의사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수없이 많은 굴곡을 겪었지만 시련은 박 소장을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고 한 걸음씩 더 나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역경을 딛고 달려온 박 소장은 지난 해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과감히 분당구청장직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박 소장은 니콜레 플리그의 노래 ‘A little peace’의 한 구절인 ‘작은 평화, 작은 사랑, 작은 선행 우리들 미래의 작은 평화를 위해’를 슬로건으로 정하고 오는 6월 4일 지방선거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출마를 결심했다.

보건소장, 불합리한 세상과 맞서다!

“더 큰 일을 하겠다는 꿈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막상 구청장직을 그만두었을 때는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짧은 시간 방황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저의 국가와 정치에 대한 가치관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치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제가 왜 정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뜻을 굳혔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의사출신 보건소장이 구청장이 취임을 했을 때는 워낙 이례적인 일이라 세간의 이목이 박영숙 소장에게 집중이 되었다. 하지만 ‘화가가 되기 위한 나의 노력을 알게 된다면 지금까지 이룬 업적이 전혀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던 미켈란젤로처럼 박 소장은 구청장이 되기 위해 해온 뼈를 깎는 노력은 ‘이례적’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박 소장은 1989년 파주시 보건소 관리의사로 부임하면서 보건소와 인연을 맺게 되었고, 이후 1993년부터 고양시 일산보건소장을 시작으로 경기도 지역의 보건소장을 역임하게 된다.

하지만 박 소장은 행정업무를 보면서 다수를 만족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공익에서 벗어난 정책들을 접하게 되었다.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일조차도 비전문가의 비정상적인 결정에 전문가들이 따라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겪으면서 박 소장은 국민을 위해 저들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불합리한 세상과 맞서기로 결심한다. 그때가 1996년, 박 소장이 보건소장을 지낸지 3년이 되던 해였다.

하지만 그 결심을 지켜가고 뜻을 이뤄가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소위 ‘행정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공무원 집단이 보여준 텃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의사 출신’ 주제에 무슨 행정이냐는 그들의 비아냥거림이 따라다녔다. 그럴 때마다 박 소장은 ‘행정은 지역과 주민을 사랑하는 사람이 해야 하며, 의사도 행정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박 소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공공의료의 질을 높이고, 보건의료예산을 절감하는 등 소위 행정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이들도 해내지 못한 일들을 척척해냈다. 그러기를 15년,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마음으로 인내해온 박 소장은 그간의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아 분당구청장이라는 결실을 맺게 되었다. 분당구청장이 된 후 박 소장은 ‘건강문화도시 사업화 계획’을 내놓고, 지역주민과 소통의 기회를 넓히면서 열린 구청장 그 입지를 굳혀갔다.

하지만 여전히 주민들과 가까워질수록 행정직 공무원과의 거리는 더 멀어졌고, 설상가상으로 시정市政은 불화와 증오로 가득 차 분열과 대결을 거듭하고 있었다. 결국 박 소장은 그곳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과감히 분당구청장의 자리를 내놓게 된다. 하지만 그 자리가 있기까지 너무나 눈물겨운 인고忍苦의 시간이었기에 박 소장이 분당구청장을 그만두었을 때, 주변에서 바라보는 아쉬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민생과 통합, 두 바퀴로 새로운 시대를 열다!

“제가 구청장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것은 지역주민들과 한층 더 가까워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들을 통해 열린 희망과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누구를 위한 대립과 반목입니까, 진정으로 지역주민들을 위한다면 ‘민생과 통합’이라는 두 바퀴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국민이 더 이상 정쟁의 희생양이 되거나 낡은 정치 때문에 민생이 외면 받아서도 안 되며, 그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 박영숙 소장의 지론이며, 출마를 결심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박 소장이 출마를 선언했을 때 정쟁의 중심에 있던 이들은 ‘이쪽 일은 은퇴하고 개원을 하던지, 아니면 집에서 손자를 보던지 할 것이지 어디 있다가 나왔느냐’는 식으로 노골적이고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박 소장이 누구인가, 그 정도쯤은 이제 귓등으로 흘려버릴 만큼 무섭게 단련된 사람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박 소장은 ‘현명한 나무꾼은 쉬면서 도끼날을 간다’는 말처럼 자신을 가다듬었다. ‘조각보자기’라는 자전적 에세이를 펴내고, 주민들 가까이에서 봉사활동을 벌였다. 또한 수많은 인문 서적을 접하면서 정치에 대한 균형감을 찾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날들을 보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출마를 준비하던 어느 날 한곡의 노래가 낙엽처럼 스쳐갔다. 그 노래는 니콜레 플리그의 ‘A little peace’, 그리고 거기에서 들려온 ‘작은 평화, 작은 사랑, 작은 선행 우리들 미래의 작은 평화를 위해’라는 구절은 새로운 도전에 떨리고 두려운 박 소장의 마음에 안정을 주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거대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작은 평화와 작은 사랑, 그리고 작은 선행이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작은 물줄기가 바다를 이루듯이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마음이 모인다면 우리가 원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인물은 더 이상 잘날 데가 없을 만큼 잘난 사람도 아니요, 더 이상 배울 게 없을 만큼 똑똑한 사람도 아니다. 우리가 진정 원하는 그 사람은 아프면 덮어주고, 못나면 쓰다듬어 주는, 그리고 1등이 아니어도 박수쳐주고, 뒤처지면 기다려줄 수 있는 사람이다. 과연 지금 정치인 중에는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어린 시절에는 매일 아침 그날의 끼니를 걱정해야 했고, 17살에는 열심히 일해 오빠들의 학비를 대 주는 것이 인생 최고의 기쁨이었던 박 소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세상으로부터 받은 너무나도 큰 혜택으로 자신의 삶은 이제 그것을 갚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그를 보면 어느새 가슴 속 어딘가가 뭉클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렇게 가슴 따뜻한 사람, 누구보다 아프고 간절했기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아는 박용숙 소장이라면 우리의 미래를 맡기기에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