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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조각품 만드는 의사

영동세브란스 성형외과의 박 철 교수

  • 입력 2003.03.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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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간 조각한 귀만 1500여 개, 세계최고[1R]귀 안쪽에 이상이 있을 경우 이비인후과에서 치료하지만 바깥귀의 형태나 크기가 비정상적일 때는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아야한다. 바깥귀의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크게 선천성 기형과 사고 등으로 인한 후천성 외상으로 구분된다. 실제로 귀 수술을 위해 병원을 찾는 경우는 선천성 기형환자들이고 대부분이고, 기형의 절반은 귀가 없거나 생기다 만 소이증(小耳症) 환자다. 이들을 위해 갈비뼈 연골 등을 떼어내 귀틀을 만들고, 그 위에 피부를 붙여 살아있는 조각품을 만드는 영동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의 박 철 교수는 요즘 전국에서 몰려드는 귀성형 환자들 때문에 잠시도 숨돌릴 틈이 없다. 국내 의료인으로서 처음으로, 기형 귀 성형수술을 1,500례 돌파한 박 교수는 지난 1991년 5월부터 12년 동안 단기간 내 최다 수술로 1500개의 살아있는 귀를 만들어냈다. 91년 3월 국내 최초로 귀성형 클리닉을 열고 그 동안 기형 귀를 가지고 살면서 고통받았던 이들의 꿈을 이루어주었다. 소이증 귀 성형수술 분야에선 수술 건수나 성적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박 교수는 국내에서는 거의 독보적인 존재로 미국의 브랜트 박사와 함께 귀성형의 대가로 불린다. 또한 그가 12년 간 독자 개발한 13가지 "귀 성형법"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귀 성형외과 교과서나 학회지 등을 통해 전수되고 있다. 세계의 많은 성형외과 의사들이 조물주의 솜씨에 도전하지만 워낙 정교하고도 고난도의 수술이라서 귀 성형술은 단순한 수술에 그치지 않는다. 그래서 체력에 한계를 느낀다는 박 교수는 "찾아오는 많은 환자를 다 볼 수 없어 가장 안타깝다"고 말한다.[2L]환자의 만족이 곧 의사의 만족이다귀 성형술은 우선 갈비뼈 중앙 부위에 있는 연골을 잘라낸 뒤 조각칼로 깎고 철사로 붙이는 등의 방법으로 귀 뼈대를 만들고, 다시 귀 뒤 피부와 근육막 등으로 귀틀을 덮어씌우는 작업 등을 1년에 걸쳐 3차례의 수술을 해야하는 힘든 수술이다. 수많은 수술을 경험한 박교수지만 지금도 매 수술마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중의 신중을 기해 아름다운 귀 만들기에 힘쓴다. 박 철 교수는 "귀 성형술은 귀의 기능을 위한 수술이라기 보다는 외모적으로 귀를 아름답게 복원시키기 위한 귀 수술이기 때문에"살아있는 조각품"을 만드는 분야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환자가 원하는 잘 생긴 귀를 선물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것이다. 또한 5,000명의 신생아 중 1명 꼴인 선천성 기형 귀를 가진 아이의 부모 대부분은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받을 정신적인 충격을 덜어주기 위해 취학 전 수술을 원하지만 귀성형 수술은 어느 정도 신체적인 성장을 한 12살 전후에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를 얻기 때문에 박교수는 더 성공적인 귀성형을 위해 돌려보내기도 한다. 귀성형의 세계적인 명의이기는 하지만 박 철 교수도 실수는 있었다. 귀성형 클리닉을 시작한 이후 첫 3년 정도는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정교하게 잘 생긴 귀 모양을 직접 조각하는 것 또한 어렵지만 힘들게 만들어 붙인 귀가 수술 후 모양이 변하거나 완전히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교수는 갈비뼈 연골의 가공․조각 방법이 수술결과를 좌우한다는 사실은 발견하게 된다. 그의 실패와 성공은 그대로 세계 성형외과 학회지를 통해 소개돼 귀 성형술의 노하우로 정착되기도 했다. 남은 1%를 위해 오늘도 도전한다자신의 귀를 빚는 솜씨에 아직도 100% 만족하지 못한다는 박 철 교수는 겸손까지 갖춘 프로였다. "마지막 남은 1%를 위해 의사로서의 책임과 귀를 빚어내는 조각가로서의 노력은 끝이 없을 것 같다"고 말하는 그는 "의사들이 돈이 되는 미용성형에만 몰려 자신의 뒤를 이어 귀 성형술을 해줄 의사가 부족하다"며 현 의료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강남의 그 많은 성형외과 의사처럼 나도 미용 성형을 했더라면 돈도 많이 벌었을 텐데."라며 웃는 박 교수는 돈도 돈이지만"내 귀를 떼서 아이에게 붙여 달라"는 환자 부모들의 간청을 들으면 앞으로도 계속 귀성형에만 매달려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그리고 박 철 교수는 끝으로 "그저 자신의 귀 때문에 따돌림 받고 열등감에 고통스러워하던 아이들이 자신의 새로운 귀를 보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무엇보다 내가 앞으로 귀성형을 계속 할 가장 큰 이유입니다."라고 덧붙였다. (yium@h2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