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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에세이] 엄마는 가가멜?!

무좀

  • 입력 2003.03.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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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묘약그 많은 방법들은 도대체 누가 다 가르쳐 준 것일까. 어느 날은 소주가 묘약이 되었고, 어떤 날은 빙초산에 과산화 수소를 섞은 냄새 죽이는(?) 액체가 묘약이 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또 다른 묘약을 개발중인지 신문지를 태우고 있었다. 아니, 엄마가 무슨 불장난을... 그것 또한 묘약의 재료로써 신문지를 태운 재를 이용한 색다른 묘약을 실험 중이었던 것이다. 어디 우리 엄마뿐인가. 소문에 소문을 타고 동네 아줌마들 대부분이 가가멜의 후예가 되어갔다. 어떤 가가멜은 마늘을 찧어 붙이거나 할미꽃 액을 바르고, 치약을 바르는가 하면 정로환을 식초에 녹여 발을 담그기도 했다.그 당시 엄마는 왜 병원을 택하지 않았을까? 사실 당시에 모든 엄마들이 그러했겠지만 병원은 정말 아파서 수술을 하거나 입원을 할 정도의 병이 아니고선 절대 갈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맹장이 터진 것도 아니고 단지 무좀을 병원에서 고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인 것이다. 몇 십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묘약을 만들곤 하시는 엄마. 그런 엄마에게 묘약이 효과가 있더냐고 물으면, 엄마는 당연히 그 묘약의 효과를 100% 장담하곤 한다. 하지만 엄마 말이 사실이라면 아주 예전에 묘약의 만드는 일은 중단되었어야 되지 않았을까? 발톱무좀에 얽힌 가슴아픈 상처그러다가 나에게도 운명적인 시련이 다가왔다. 어느 여름부턴가 발바닥에 허물이 한꺼풀씩 벗겨지더니 발가락 사이가 갈라지는 그놈의 무좀이 내게도 찾아온 것이다. 그 뿐인가 네 번째 발톱은 점점 두꺼워지더니 누렇게 바스라지는 발톱 무좀까지 딸려온 것이 아닌가. 그 발톱무좀은 꽃다운 고등학생 시절 나에게 가슴아픈 상처를 만들고야 말았다. 어느해 여름, 나는 발톱하나쯤이야 라는 생각에 용감하게 샌들을 신고 당시 좋아하던 남학생을 만났다. 공원 벤치에 앉아있다 잠시의 정적에 멋쩍어 바닥을 내려다보던 그 남학생이 한참 무엇인가에 시선을 고정하더니 꺼낸 말, ‘어, 발톱무좀이다!’ 발가락을 바짝 꼬부리며 얼굴이 붉어지다 못해 터질 것 같던 그 소녀(?)는 그 날로 당장 가가멜이 되었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빙초산과 물, 과산화수소의 비율을 친절히 설명해 주는 선배 가가멜이 지켜보는 앞에서 난 묘약에 발을 담그고 말았다. 그래서 나았냐? 낫고 말고를 떠나 너무 따가워서 1분도 못 돼서 뛰쳐나왔고, 인내는 쓰나 열매는 달다는 진리에 따라 내 발이 낫지 않은 이유는 인내하지 못해서라는 결론을 내린 선배 가가멜.그러고 몇 년 후 나는 피부과로 향했고, 한달 가량의 사이를 두고 4~5번 정도에 걸친 약 처방을 받고 지금은 윤기 나는 발톱으로 샌들을 신는다. 물론 선배 가가멜은 지금도 아무리 병원을 권유해도 묘약 만드는 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계시지만...※ 참고로 가가멜은 수십년 동안 사랑 받아온 개구장이 스머프라는 만화에 나오는 마법사로 스머프들을 잡아먹기 위해 늘 요상한 재료들을 복합해서 신비한 약을 만들어 스머프들을 유인하곤 했다. 무좀은 절대 난치질환이 아니다예전부터 사람들은 무좀을 없애기 위해 수많은 민간요법을 행해왔다. 그 대표적인 재료로 식초가 많이 쓰였는데 식초는 곰팡이가 기생하는 각질층을 벗겨내 가려움증과 물집이 나타나는 증세를 일시적으로 없앨 수는 있지만, 곰팡이를 죽이지는 못한다. 특히 공업용 빙초산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화상을 일으킬 가능성도 높다. 마늘도 강한 자극성분이 피부에 손상을 줘 낭패를 볼 수 있으며, 뜨거운 모래도 강한 자극으로 증세를 악화시키거나 세균감염으로 염증을 일으켜 더 고생할 수 있다. 각질은 무좀의 양식, 땀은 영양소무좀은 간단히 정의를 내리자면 곰팡이가 피부의 각질을 영양분으로 삼아 피부 속에 기생, 번식하는 피부병이다. 곰팡이 중에서도 효모균, 몰드균, 피부사상균 등이 주범인데 전문 용어로는 표재성진균증, 그 중에서도 피부사상균증이라고 한다. 각질이 풍부하고 축축하며 따뜻한 환경을 좋아해 주로 발가락, 발바닥, 발톱, 손톱, 옆구리, 사타구니 주변, 살이 겹쳐지는 곳에 자리를 튼다. 즉, 곰팡이가 사람 몸에 피면 피부진균증(또는 백선)이라고 말하고 발에 곰팡이가 피는 경우를 무좀이라고 한다. 특히 땀 속에 포함되어 있는 포도당은 이 곰팡이 균의 영양소 역할까지 하게 되므로 이들에게 인체의 발은 ‘낙원’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무좀 치료는 겨울이 적기치료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주의할 점이 있는데, 우선 긁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렵다고 무조건 긁어대면 이로 인한 2차 감염을 일으켜 접촉성 피부염, 조직염, 임파선염 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또한 발에 있던 곰팡이 균이 손 또는 손톱으로 옮아갈 수도 있다. 일단 무좀에 걸렸다 생각되면 무좀균이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차단시키는 것이 급선무인데, 가장 좋은 방법은 발을 비누 없이 찬물로 10분 이상 소금기가 없게 깨끗이 씻고 건조하게 하는 것이다.이렇게 기본적이 처치를 한 다음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항진균제를 바른다. 곰팡이 균은 쉽게 박멸되지 않으므로 감염된 피부가 새 피부로 교체될 때까지 최소 6~8주 동안 꾸준히 바른다. 증상이 심하거나 손, 발톱 무좀의 경우에는 먹는 약과 연고로 병행 치료한다. 특히 손, 발톱 무좀은 무좀균이 피부 각질층에 있는 것이 아니라 피부 속 깊숙이 숨어 있기 때문에 반드시 먹는 약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흔히 먹는 약은 간에 독성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최근에 나온 약들은 안정성이 확보돼 부작용이 없고 치료 효과 역시 90%를 넘는다는 것이 피부과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단 다른 약과 함께 먹는 것은 약제간의 상호 작용으로 부작용이 생길 수 사전에 의사와 상의 후 처방 받아야 한다.겨울에는 무좀 극성이 덜 해서 치료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름철 더운 환경에서 번식하며 기승을 부리던 곰팡이균이 겨울에는 잘 번식할 수 없어 피부 속에 숨어 지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겨울이야말로 무좀을 박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때라고 말한다.(sunny@h2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