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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논란, 조기진단 중요성 강조하는 계기 마련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윤정한 회장 interview

  • 입력 2014.06.10 15:50
  • 기자명 김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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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은 우리나라 여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50대 이후에 많이 발생하는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30~40대에서 많이 발생해 문제가 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예후가 좋아 순한 암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과연 그렇게 불리게 된 진정한 이유는 갑상선암을 연구하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진 갑상선 과잉진단 논란은 환자는 물론 의료계까지 혼란에 빠지게 했다.

그 발단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발표한 ‘2011년 국가암등록통계’, 여기에서 갑상선암은 1999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23.7%로 1위이지만 국내에서 진단받은 갑상선 암환자의 생존율은 99.9%이며, ‘(다른 곳으로 암이 전이되지 않은)국한단계’에서 발견된 갑상선암의 생존율은 100.5%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를 골자로 갑상선 초기진단의 무용론까지 제기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갑상선 과잉진단’은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거기에 그동안 갑상선암과 무관할 것이라고 생각하던 국민들까지 관심을 갖게 하면서 건강한 삶을 위한 조기검진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게 되었다.

이에 MD 저널은 진실은 감출 수 없으며, 반드시 승리한다는 마음으로 국민 건강의 사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 윤정한 회장을 만났다.

먼저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저희 학회는 1996년 5월 내분비외과에 관심을 갖거나 전문적인 진료를 담당하는 있는 외과 의사들이 모여 연구회를 결성하면서 이후 꾸준하면서 정기적인 학술 집담회와 상호친목을 다진 결과 마침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학술활동을 진행할 수 있는 정식 학회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열망에 힘입어 2000년 3월 대한 내분비 외과학회가 창립되게 이르렀습니다.

학회 태동기에 불과하였던 2002년에 당시 회장이셨던 박정수 교수님의 열정과 학회 회원들의 노력으로 8차 아시아 내분비 외과 학회를 서울에 유치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함으로써 학회 위상을 국내외적으로 공고히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01년 4월에 내분비외과 학술지 창간호를 발행한 이후 올해까지 volume 14까지 발행하였으며 학회 회원들의 다양하고 학술적 가치가 높은 연구결과 및 임상업적을 발표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학회 회원수는 1,000 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매년 4회 이상의 학술모임과 1회의 대국민 건강강좌를 진행하면서 갑상선 암을 포함한 각종 내분비질환의 치료와 조기검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자부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갑상선암 수술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로봇갑상선수술은 물론 모든 술기에서 우리나라는 세계를 선도하고 있으며, 각종 해외 학회에서도 풍부한 임상 경험과 연구실적에 근거한 영향력 있고 수준 높은 학술 업적들을 앞 다투어 발표함으로서 한국의 높은 의료수준을 전 세계적으로 알려 왔습니다.

이러한 저희들의 노력으로 2016년 15차 아시아내분비외과학회를 다시 서울에 유치하는 쾌거를 이루었으며 저희가 아시아권 내분비 외과의 연구와 진료 영역에서 명실상부한 주도국이 되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 불거진 갑상선암 과잉진단 논란에 대한 윤 회장의 입장을 말하자면

최근 논란의 주요 내용은 갑상선 조기암에 대하여 일본과 우리나라의 치료형태를 비교하면서 저희들이 과잉진료 및 불필요한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논쟁의 근거가 되고 있는 일본 Ito 연구진의 ‘갑상선암을 수술하지 않고 관찰하는 연구’는 일본 전체의 갑상선전문가들의 일관된 결론이 아닙니다.

극히 일부 그룹의 의견일 뿐이고 초음파 무용론의 근거가 되고 있는 ‘한국보건의료원의 연구’에서도 이 보고의 질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모든 의학논문은 그대로 결론을 읽어내는 것이 아니고 대상 환자, 연구방법, 그리고 결론까지 도달하는 과정에 따라 논문의 질이 평가됩니다.

Ito의 논문은 고령 환자들을 위주로 수술하기 어려운 환자들을 주 대상으로 하였으며, 1,335명의 환자로 시작하였지만 최종에는 28명만이 관찰을 지속하게 됩니다.

그나마 5년간 추적관찰 한 환자도 438명으로 32.8%만 수술하지 않고 관찰하게 되고 67.2%의 환자는 연구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제외된 환자에 대하여 수술을 진행했다든지 그냥 추적을 하지 않았다든지 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불분명하였으며 관심이 되는 40세 미만의 군에서 15년경과 시 크기변화는 52%, 림프절 전이는 30%, 그리고 임상적 질환으로의 전환은 37%에서 진행되었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몇 번을 양보하여도 이 논문의 요지는 갑상선 조기암을 수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일부 환자군에서 상황에 따라 수술을 미루고 정기적인 관찰을 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들 중에서도 상당한 비율의 환자들이 암의 악화로 결국 수술을 받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올해 스리랑카에서 열린 14차 아시아 내분비 외과학회에서도 이러한 발표가 다시 일본 연구진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혹독한 반론과 논쟁의 대상이 되었음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질의에 나선 한 미국계 전문의는 발표자에게 “환자의 목에 폭탄을 장치해 두고 터질 때까지 기다리란 말이냐?”라고 까지 반박하였습니다.

심하게는 초음파 검사의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갑상선 조기 검진을 위한 초음파 무용론의 근거가 되고 있는 국내연구로는 2012년 3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 (NECA)에서 분석한 ‘갑상선암의 건강검진 서비스 제공을 위한 근거창출 연구’가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도 Ito의 논문의 질을 평가하면서 “하지만 이 연구는 두군 간의 특이 비교 값을 찾기 어렵고 저자와 접촉하였지만 두군 간의 차이가 없었다는 답신만 왔을 뿐 구체적인 값을 제시할 수는 없었다. 또한 근거의 질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되었다”고 평가하였으며, 결국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갑상선 선별검사의 효과를 평가하기에 근거가 부족하며 선별검사의 효과에 대한 근거창출 연구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즉 선별검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이 아니고 아직은 초음파 필요성이나 무용론, 모두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이야기이며 이에 대하여는 정말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의 비교연구에 의해서만 결론이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초음파무용론과는 관계없는 연구들을 근거로 들면서 일부 의사들이 의학적으로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중지하고 증상이 있거나 혹이 만져질 때만 검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분히 비근거적이고 한편으로는 무책임한 비전문가적 문제 제기라고 생각 합니다.

이들 주장이라면 유방암을 완치율 99%인 관상피내암(제자리암) 단계에서 진단하여 치료하거나 대장암의 초기단계 용종을 떼어내는 것이 과잉치료이며 이 모두를 좀 더 진행시키고 침윤암 단계에서나 치료하자는 주장과 다를 바가 무엇인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조기검진은 역시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현상이다. 과거와 지금을 비교해 윤 회장의 의견을 말하자면

제가 외과 전공의를 하던 80년 초에는 초음파를 이용한 조기 검진을 하지 않고 있던 시대라서 대부분의 갑상선 암 환자가 진행된 상태로 내원하였습니다.

이런 경우 측방 림프절 전이는 물론 기관 및 식도 침윤, 그리고 후두신경까지 침범된 경우가 많아 근치적 절제술을 못하는 경우도 많았으며, 혹은 더 심한 환자분은 내심 슬그머니 타과로 전과되어 담당의로서는 힘든 술 후 치료의 책임을 피하였으면 하고 바란 때도 있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초기 고분화 갑상선암은 서서히 자라는 암이고 10년 재발률이 10%정도, 완치 가능성 95% 이상입니다.

그렇다고 조기검진 및 치료를 하지 않고 과거로 돌아가 진행성 암이 될 때까지 기다려 측경부림프절곽청술을 포함하여 광범한 절제까지 받고 방사성 옥소치료에 심하면 외부 방사선 치료 그리고 항암치료까지 받게끔 한다면 진료의사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특히 갑상선 역형성암은 인체에 발생하는 암 중 가장 예후가 좋지 않는 암이며, 1년 내 사망률이 80%에 이르지만 이들 역시 처음에는 고분화 암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십 수 연간의 방치가 역형성 암으로 진행을 조장하였다면, 이런 임상경과가 일부 환자들에게서만 생길 수 있는 임상적 경과라 하더라도 그 동안 관찰만 권유하였던 의사들에게는 어떠한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제 환자들 중에는 초기 갑상선 유두암의 진단으로 수술을 받은 후에는 다른 암들에 대한 조기검진도 열심히 하시고 여러 대사증후군 질환에 대한 예방에도 힘써 더욱 건강해 지고 가족 간의 화합은 물론 본인의 삶의 질까지 향상되었다고 감사해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런 현상으로 전 국민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면 갑상선암 조기 검진이야말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전 국민의 건강증진에 가장 손쉬운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저의 강변이 정말 무리일까요?

갑상선암 수술을 하고 나면 평생 호르몬 제재를 복용해야 한다고 하는데

갑상선 수술을 반대하는 분들의 또 다른 주장은 수술 후 갑상선 호르몬 복용의 평생 복용이 환자분들의 불안을 더 조장하고, 더 환자스럽게 한다고 하지만 목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갑상선암이 어떻게 변화될지 몰라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환자분들의 마음과 비교한다면 어떤 게 더 부담스러울까요?

그리고 간단한 갑상선 호르몬 수치검사에 의해 결정된 적정한 양을 복용하고 계신다면 특별한 합병증 없이 위축 없는 통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음이 이미 수많은 환자분들에서 증명되었습니다.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의 회장으로서 학회의 입장과 앞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위한 다짐을 하자면

저희 환자분들 중에도 저위험도로 판단되는 갑상선 유두 미세암의 경우 여러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환자본인의 동의하에 수술을 시행치 않고 정기적인 관찰을 진행 중인 분들도 있습니다.

즉 의학적 판단과 합의에 의해 가장 최선의 치료법을 결정하고 권유하는 것이 저희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판단은 어떤 제도적인 규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저희 전문의사와 환자분들과의 온전한 자유의지에 의해서 결정되어져야 합니다.

결국 갑상선암을 조기 발견하기 위한 정기적인 검진의 중요성은 인정되어져야 하며 향후 토의의 중점은 예후가 좋은 갑상선 유두미세암의 경우 조기수술의 적응군을 결정하거나 일부나마 적절한 시기까지 조심스럽게 수술을 지연시킬 수 있는 관찰군을 결정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정하는 내용으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건강권은 1966년 12월 국제연합 총회에서 채택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에 나와 있듯이 ‘모든 사람이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향유할 권리’라고 규정되고 있습니다.

저희 갑상선, 내분비 외과학회는 앞으로도 이러한 건강권을 수호하면서 진료정도에 합당한 지침들을 다양한 학술활동을 통하여 생성하고 개선해 나가며 또한 진료에 적용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