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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곤충학에 심취한 법의학자
책이 나오기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그만둔 후 미국에서 법의학의 한 분야인 '유전자검사(DNA typing)'를 공부해 국내에 처음 소개하고, 국내에 어느 정도 정착된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던 황 교수는 점차 또 다른 분야인 법곤충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던 중 M. 리 고프 박사가 지은 이 책의 번역의뢰가 들어왔는데, 한 문장 한 문장 번역하다 보니 더욱 여기에 심취하게 되어 관련분야의 도서를 찾아 세심하게 살피면서 번역에 번역을 거듭했다고 황 교수는 전한다. 필자도 이 책을 읽어봤는데, 고프 박사의 경험을 중심으로 한 실험데이터와 사건들도 흥미로웠지만, 독자들이 법곤충학에 대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번역, 정리하고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준 황 교수의 노력도 정말 대단한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책을 통해 법곤충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대해 입문할 수 있는 기회를 후배들에게 제공했다는 것이다. 3D중에 3D 업종 국내에서 법의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의대를 졸업하고 법의학을 공부해도 지속적인 직업으로서는 아무래도 불안하기 때문이다. 부검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독점하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이 부검에 대한 경험을 쌓기가 쉽지가 않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내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극히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법곤충학을 정식으로 전공한 사람도 문태영(호서대)교수가 유일하다고 하니 국내 법의학의 현실이 얼마나 척박한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그래서 법의학자는 3D업종 중에 3D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는데... "누군가는 희생을 해야 합니다" 법곤충학에 자주 등장하는 곤충인 파리. 파리는 그 종류도 셀 수 없을 만큼 지역마다 계절마다 서식하는 녀석들이 다 틀리다. 황 교수는 그래서 '파리가 잡은 범인'에 있는 데이터를 국내에 적용할 수 없다고 전한다. 이 책의 배경인 하와이와 우리나라와는 기후가 완전히 딴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기후에 맞는 법곤충학 데이터 수집이 일단 우선되어야 한다고 전한다. 그가 9년 간 계속해온 유전자검사에 대한 데이터 수집이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한다. 이 데이터수집이 끝나면 조만간 팀을 만들어 우리나라에서의 법 곤충학데이터를 수집할 생각이란다. 여기에는 곤충학자와 경찰관계자도 포함할 예정이다. 그는 몇 년이 소요될 지도 모르는 이 데이터 수집은 우리나라 법곤충학의 발전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고, 또 누군가가 희생해 시작해야 할 일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충분한 연구지원 뒤따라야 하지만 걱정도 있다. 아직 법의학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편협해 연구비 등 각종 보조를 받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하물며 법의학의 한 범주인 법곤충학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곳은 더 드물다고 생각한다. 물론 의학을 공부하는 후배들 중에서도 법의학을 전공하려는 후배들이 별로 없다는 것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죽음이 왜 일어났는지 밝히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사람이 죽는 원인도 점점 다양해지는 현실에서, 법의학도 같이 발전해나가야 할 중요한 학문 분야임을 황 교수는 강조했다. 법곤충학 활성화 되어야 서양에서는 자연사박물관뿐만 아니라 곤충학자, 생물학자들의 인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법곤충학이 발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황 교수는 이 책의 추천의 말에서 "법곤충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국내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학자들에게 더 많은 일터와 충분한 보상까지 제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이와 관련된 분야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는 법의학을 전공한 자신이 계속 노력해야 할 과제고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비롯, 이한열, 강경대, 오대양 사건, 강주영 양 유괴사건 등의 부검의로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데 앞장섰으며, 국내법의학계의 자존심을 지키는 몇 안 되는 교수로 평가받고 있는 황 교수. 자신의 분야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끝없이 연구하고 도전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학자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던 짧은 만남이었다. <sskbs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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