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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도심의 일상에 휴식과 행복을 주는 공간, ‘한강둔치’

  • 입력 2014.06.18 11:56
  • 기자명 임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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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漢江)둔치를 강바람이 떠미는 대로 자전거에 몸을 맞기고, 생각보다는 시각에서 오는 느낌으로 유유자적하게 다녀본다. ‘한강둔치’라는 말은 강(江)이나 내(川)가있는 둔덕진 곳을 말하는 순수 우리말이고 고수부지(高水敷地)라는 말은 일본식 한자어로 '고수'는 일본어 '고스이코지[高水工事:こうすいこうじ]의 줄임말이고, '부지'는 빈 터를 일본어 '시키지(しきち)'의 뜻이라 하니 당연히 한강둔치라 해야겠다. 한강은 태백산맥 검룡소(沼)에서 발원하여 금대봉을 시작으로 강화만에 이르기까지 12개의 하천과 북한강 등 3개의 강과 38개의 크고 작은 도시를 지나는 무려 497.5km(1994년 서울시 자료)를 흘러 서해바다로 나가는 강이다. 삼국시대 초기에는 대수(한반도를 띠 둘렀다는 뜻)라 불렀고, 고구려는 '아리수', 백제는 '욱리하'로, 신라는 상류를 '이하', 하류를 '왕봉하'라 불렀다고 한다. 고려시대에는 물줄기가 맑게 뻗어 내린다하여 '열수'라 했고, 모래가 많아 '사평도', '사리진'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그 후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 때 한강 유역의 한양에 도읍을 정하고 천도한 가장 큰 이유가 한강의 수운조건, 풍수 지리적으로 교통이 좋은 위치가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한다.

여가가 중요한 인간 존재의 기본 기능으로 대두될 것을 예견하고 시민 여가 활동의 다양한 공간조성
현재의 한강 모습은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계획에 따른 업적이다. 갑작스런 바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 정책에 ‘한강의 기적’이라는 세계가 놀란 눈부신 경제발전은 이루었으나 환경오염의 부작용이 심해졌다, 1980년대에 들어와서 경제적 여력이 생기고 88서울 올림픽 개최권을 얻으면서 환경 개선의 필요성이 국가적 큰 이슈로 부상함에 따라 국가 차원인 ‘한강종합개발계획’이란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1982년을 시작으로 총사업비 9,560억 원을 수립하여 착수하였고 이중 1,962억 원은 한강에서 파낸 골재를 팔아 충당하였다고 한다. 이때 한강변 양쪽 13개 지구에 총 694만㎡의 둔치를 조성하면서 각종 체육·위락·수련·편의시설과 초지를 만들어 바야흐로 한강둔치는 서울시민의 체육 및 휴식공간이 되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 즉 인간-환경 관계의 인식으로 개발과 보존, 그리고 미래에는 여가가 중요한 인간 존재의 기본 기능으로 대두될 것을 예견하고 시민 여가 활동의 다양한 공간조성을 추진하여 1986년에 1차 공사를 끝낸 후 서울시에서 지속적 개발조성으로 현재는 팔당대교에서 일산대교까지 총31개(대교:27, 철교:4)의 나름대로 멋진 모습의 다리들이 낮엔 조형미와 밤은 환상적인 조명으로 서울을 상징하는 랜드 마크가 되었다.

까까머리의 우리를 한낮의 햇빛에 달구어진 아스팔트에 원산폭격
1960년대쯤일까? 내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는 한강은 참 깨끗했었고 한강 최초의 다리인 인도교 부근에도 백사장이 넓게 있었다, 아버지와 어딘가를 다녀오다가 용산역인지 노량진역인지 전차에서 내려 한강 인도교 아래로 내려가 멱 감던 아스라한 기억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중2때인가 친구와 한여름에 인도교 아래서 멱 감다가 여의도 백사장에 헬리콥터가 내리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어찌어찌 백사장을 따라가다 보니 보초근무 중이던 군인이 심심한데 잘 됐다는 듯 까까머리의 우리를 한낮의 햇빛에 달구어진 아스팔트에 원산폭격(땅에 머리박기)벌을 주며 싱글 생글 재미있어하던 모습도, 학창시절 동갑내기 여자 친구와 여의도 한강 근처에서 손바닥에 물집이 터지도록 보트놀이를 했던 기억들이 상큼하게 느껴진다.

한강둔치에 뿌린 땀방울 덕에 이상화 金벅지 닮은 허벅지와 장딴지~
한 방울 한 방울 둔치 길바닥에 떨어뜨린 땀방울들이 지금의 내 건강의 밀알이 되어있었던 것이라 생각하면 스스로 대견스러움에 나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마라톤 묘미에 빠지고 나서부터 한강 둔치를 셀 수도 없을 만큼 달리고 나이에 따른 기록향상의 한계를 느끼고 나서부터는 그보다 더 지구력이 필요로 하는 울트라마라톤에 빠졌을 때는 더 많은 땀을 한강 둔치에 뿌리며 한남대교를 건너 남산에 이르려 계단을 몇 번 뛰어오르고 충정로 사무실로 향하기를 주중 3~4일씩 몇 년간 출퇴근을 지속했던 한강둔치다. 달리기로, 때로는 자전거로 서쪽 끝 강화도 창후리를 출발하여 이 한강줄기를 따라 동쪽 끝 경포대백사장에 한밤중에 도착하는 한반도를 횡단하였던 몇 번의 기억들도 새롭다. 지금도 체력이 중심이 되는 레저 활동이라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나서는 것은 바로 한강 둔치에서 흘린 땀 덕분이다, 자연스럽게 일터를 옮기는 첫째조건도 한강둔치가 중심이 되는 동선이라야 했다, 지금도 걷기로 자전거로 반복하며 한강 둔치의 아침저녁 풍경을 음미하면서 도시생활의 빌딩숲과 자동차 물결이 숨 막히게 느껴짐을 털어내고 있다.

한강둔치는 시대를 초월하는 도시 생활인들의 문화와 휴식의 터임은 물론 모든 레저 활동의 메카-
가끔 악기 연주 연습을 위해 주차료를 내지 않는 이른 시각에 둔치에 나오면 트럼펫, 색소폰 연주 연습을 위해 부지런한 사람들의 멋진 삶의 모습을 보는 것도 나와 악기는 다르지만 동질성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기에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 아침풍경에서 가장 많이 눈에 뜨이는 것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무동력의 자전거 라이딩이다, 세계의 자전거들이 모여 각축전을 벌이는 것처럼 디자인과 모양들이 너무도 다양하다, 리컴번트라는 누운 체 타는 자전거는 이미 오래된 모델이다, 한때는 인라인을 타는 사람들 많았는데 요즈음은 시들한지 간혹 보인다, 푸른 하늘을 바람에 실려 이리저리 자유자재로 휘 젖고 있는 연들을 따라 내 몸까지 비틀어보며 자유로움을 느껴 본다, 강아지가 지 세상을 만난 듯 차분히 걷기를 원하는 노인을 이리저리 끌며 힘들게 하지만 애견의 즐거움에 함께 동화된 듯 얼굴엔 웃음이 가득이다, 금세 한 라운드의 농구를 끝내고 쉬는지 땀을 흠뻑 흘린 건강미 가득한 상체를 드러낸 화기애애한 모습들에 음료회사 CF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학생들, 이어폰의 음악과 함께 가볍게 달리는 외국인들의 조깅 모습들도, 물살을 가르는 시원한 강바람을 만끽하는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도, 바람에 실려 가고 싶은 곳으로 유유자적 미끄러지는 윈드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이미 오래전 서울의 심장인 한강이라는 물 위에서 저들과 같은 마니아 시절의 추억을 더듬어 본다. 가까운 거리에서 색소폰 소리가 마음을 이끈다, 강 건너편 사람들을 향해 때로는 구슬프게 때로는 리드미컬하게도 흥을 돋게 한다.

건전한 삶을 즐기는 그 아름다운 모습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도 행복하다.
사람들의 얼굴엔 기쁨 가득한 행복의 미소가 가득하다. 나름대로 건전한 삶을 즐기는 그 아름다운 모습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도 행복하다. 문뜩, 주말인 어제 종각의 지인들 모임에 나갔다가 거리에서 본 불만 가득 찬 일그러진 얼굴로 살벌한 구호의 피켓과 촛불을 들고 거리를 혼란스럽게 하던 각박하고 무섭게 느껴졌던 그 군중들이 측은하게 느껴진다. 그들도 한강둔치의 사람들과 같이 모두가 행복한 기쁨의 삶을 만끽하며 긍정적인 삶을 살았으면 마음이 윤택해지는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사진, 글 任容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