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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옴'붙었네

'옴'걸려온 꽃미남 신병과의 추억

  • 입력 2002.1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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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각종 매체엔'병풍'이란 말이 유행이다. 남자라면 누구나 가야하는 군대, 막상 가자니 두려움이 앞서고, 실제 가봐도 고생길의 연속이다. 먹고, 입고, 자는 일, 어느 하나 수월한 것이 없다. 그래도 인간은 간사한 동물이라 했던가, 처음에 견디지 못할 것 같더니 금새 적응이 되어버렸다. 어느덧, 쫄다구들도 하나, 둘씩 늘어나던 어느 날, 요즘 유행하는 말로 '꽃미남' 쫄다구가 한 명 들어왔다.6주간의 신병교육을 받고 왔을텐데도, 얼굴빛은 구리빛이 아닌 크림색깔의 광채가 돋았으며, 사슴 같은 눈에, 체구도 아담한 미소년이었다. 물론, 이런 화사한(?)모습은 조만간 고참들에 의해 꽤재재(?)한 면모로 바뀔 터였지만, 갓 들어온 신병은 일단 귀여움을 받는 법, 게다가 용모까지 빼어났으니 말이다. 고참들은 저마다 이 신병을 자기 옆자리에 재우려고 난리가 났고, 결국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실세병장과 내 자리 사이에 눕게 된 꽃미남 이등병. 다른 신병보다 유난히 귀여움을 받았던 그의 살인미소 속엔 진짜 느끼한 것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일주일 후였다.군대는 겨울이라고 해서 항상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 약 10분간 뜨거운 물이 나오는 시간이 되면, 모두 목욕탕으로 달려가 샤워를 하곤 했다. 갓 들어온 신병, 고참의 손을 잡고 쫄래쫄래 목욕탕으로 따라가 옷을 벗기 시작했는데...'허억...'고참의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따라간 시선들은 온통 작은 구멍이 숭숭나 있는 신병의 알몸에 가있었다. 온통 긁어댄 자국사이로 뚫린 작은 구멍들, 그것은 다름 아닌 '옴'이라는 피부병이었다. 세상에 아직도 저런 피부병이 대한민국에 존재했었다니... 다음날 의무장교에게 신속히 이 사실을 알렸고, 강력한 의무장교의 강력한 옴 박멸 작전은 시작되었다. 대상자는 신병만이 아닌, 양쪽에 자고 있던 실세병장과 나. 옴은 전염성이 강하고 잘 죽지 않는다고 했다. 아침, 저녁으로 샤워를 하고 옷과 침낭은 매일 다리미로 다리고, 자기 전에 물약을 온 몸에 바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뜨거운 물도 매일 안나오는데, 찬물에 매일 목욕을 하니 어느 날은 코피가 쏟아지기도 했다. 신병교육대에서 옴을 걸려왔다는 이 녀석은 그 사실을 숨겼다는 사실 하나로도 온 중대원에게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되었고, 찬물에 샤워하던 실세병장은 다리미로 팬티를 다리며 회한에 젖기도 했다. 다행이 신병 외에 감염자는 없었고, 옴도 박멸되었지만, 이제 남은 건 신병의 창창한 군 생활. 정말 그는 '옴' 때문에 시쳇말로 '재수 옴 붙은'군 생활이 버티고 있었다.추신: 시련을 딛고 무사히 전역했지만, 지금은 고인이 된 나의 후임, 고(古) 손 모 병장의 명복을 빕니다.<sskbss@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