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명화의 추미병리] 발 간지르기, 몸 간지르개

  • 입력 2002.12.01 00:00
  • 기자명 emddaily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앵그르가 그린 <그랜드 오달리스크 1814>오달리스크(odalisque)는 이슬람 세계의 최고 권위자인 술탄(sultan)에 수청드는 여인을 말하는 것으로 17세기 당시 중동의 할렘에는 적은 곳에는 400명, 많은 곳에는 3,400명의 오달리스크를 수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술탄은 단 한사람인데 이렇게 많은 오달리스크가 있으니 술탄의 품에 안긴다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에 별따기로 어떤 여인은 할렘의 한구석에서 평생을 한숨으로 보내야만 했었다고 한다.앵그르(Jean Auguste Dmominique Ingres 1780~1867)가 그린 <그랜드 오달리스크>는 등을 보이고 침대에 기대있는 오달리스크로 마치 뼈가 없는 것처럼 부드러워 보이고 등이 유난히 길다. 그래서 이 그림을 본 한 평론가는 "이 그림의 주인공은 정상인보다 척추 뼈가 세 마디가 더 있는 것같이 보인다"고 평하였다고 한다.그러나 앵그르는 "화가가 아름다운 몸매를 그리기 위해 과장은 허용되어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이 그림만이 아니라 앵그르가 그린 나체의 등과 허리는 실제의 정상적인 인체보다 확실히 길다. 그러나 그는 능숙한 살 붙이기 솜씨로 둥근 몸매로 그려 잘 범벅이고 있다.앵그르를 위시한 수많은 서양화가들이 여성의 나체화를 그렸는데 이 그림에서처럼 발바닥을 이처럼 적나라하게 보인 그림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오달리스크는 술탄이 찾지 않는 날의 무류한 날들은 발 간지르기로 성적 충동을 달래는 것으로 보이며 그것은 오달리스크가 꿩털로 만든 부채를 들고 있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만일 술탄이 찾기 전의 전희로서의 발 간질이기라면 분명 시녀가 행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 없이 혼자 발 간지르기를 했다는 것은 술탄이 찾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을 의미한다.성적 자극 수단으로서 발을 간지르는 것은 아주 오래되고 보편화된 행위로서 발을 간지르는 모습을 그린 그림은 로마의 피우스 클레멘티아 박물관은 물론이고 루브르 박물관에서도 볼 수 있다.이집트의 여왕 하트세프수트(B.C. 1600)는 애인을 맞기 위해 아주 절묘한 발 미용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먼저 그녀는 자신의 발을 마사지하게 한 다음 아니(ani) 기름을 발라서 마치 발이 황금으로 도금된 것처럼 빛나게 했으며, 그 다음에 호화로운 소파에 반쯤 드러누워 궁중 환관에게 공작 깃털로 그녀의 발바닥을 간지르게 했는데 이것은 애인을 맞기 위해 '알맞은 성적 흥분 상태'를 준비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모름지기 앵그르도 이런 전설에 의한 그림을 그린 것으로 생각된다.태디마 가 그린 <테피라리움에서 1881>약 2천년 전에 쓰여진 오비디우스의 고전 <사랑의 기술>에 의하면 "세련된 남성은 여성의 발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는 것이 귓불을 가볍게 깨무는 것처럼 여성에게 강력한 성적 쾌감을 주게 된다"고 하였다.사실 촉각은 가장 오래된 것으로 모든 감각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다. 즉 모든 오감은 촉각으로 환원된다. 혀와 입천장은 음식물과 접촉함으로써 맛을 알고, 귀는 음파에 접촉함으로써 소리를 들으며, 코는 방사성 기체와 접촉함으로써 냄새를 맡고, 눈은 광선과 접촉함으로써 빛을 알게된다. 사람의 발가락과 발바닥은 촉각적 자극에 성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신체 부위이며 발에는 1평방 인치당 수천 개의 민감한 말초신경이 모여있는데, 이는 신체의 어느 부위보다도 조밀한 것이다. 발은 이처럼 민감한 감각기관이기 때문에 관능적인 의사소통을 하려는 욕구와 능력이 엄청난데, 이것은 우리가 쉽게 알 수 있다. 가령 양손으로 철봉에 매달리면 발과 땅의 표면 접촉이 떨어지기 때문에 발의 접촉감각을 잃어버리게되며 이것은 현실 세계와 분리된 것으로 감각을 상실한 것이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현실 세계와 신체의 세계 및 뇌의 의사소통 통로가 발과 지표면 접촉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또 우리가 고층건물에서 빨리 하강하는 엘리베이터을 타서 발에 체중을 빼앗길 때, 우리는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 이것은 안전의 축을 이루는 접지(接地)감각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발바닥은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촉각이 예민한 부위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발의 간지르기로서 성적 흥분을 유발하기 위해 동물의 부드러운 깃털이나 부드러운 붓(毛筆) 등을 간지르개로 사용했다.태디마가 그린 <테미라리움에서>의 그림에도 여인은 왼손에 낙타 깃털로 만든 부채를 들고 있고 오른손에는 몸긁개(strigil)를 쥐고 있으며 그녀가 깔고 누운 것은 곰의 가죽이다. 즉 이 여인은 발 간지르기와 몸 간지르기까지를 위한 간지르개를 모두 구비하고 있다.또 여인은 테피라리움에서 목욕을 끝내고 편히 쉬고 있다. 테피라리움이란 고대 로마의 온욕실(溫浴室)로 열탕실과 냉탕실 사이에 있는 욕실의 휴계 침대에 누워있는 고대 로마의 벌거숭이 여인이다.테피라리움이 있는 집인 것으로 보아 상당한 신분이거나 아니면 재벌저택인 것을 예상하게 한다. 고대 로마에는 주민 9만 명에 창녀가 1만 명 꼴로 매춘이 성행했다 하는데 창녀도 세 계급으로 나뉘어 제일 하층은 떠돌이 창녀이고, 그 위가 일반 시민을 상대하는 창녀이고, 최고급 창녀는 '크르테지아나'라고 해서 '궁정 여인'이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역대 로마 법왕은 문인, 예술가들을 바티칸에 초청해 문학과 예술을 논하곤 했는데 시중들 여성이 필요했다. 귀족이나 상류층의 딸이나 부인은 자유로이 외출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자유로운 여인들 가운데 상당 수준의 교양과 미모를 갖춘 여성을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자연히 귀족 고관 부호를 상대로 하는 '궁정 여인'이 되었는데 이들은 호화생활을 하며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은 욕실이 세 개나 되는 저택에서 손님을 맞이했다고 한다.또 이들이 당시 이류 화가들의 모델로 일하였으며 개중에는 당시 유럽의 왕족만을 상대하는 궁정 여인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모름지기 몸 간지르기 기술쯤은 알고 있었을 것이며 여러 가지 간지르개도 구비되어 있었을 것이다. 터기에 '오달리스크'가 있었다면 로마에는 '궁정 여인'이 있었던 것이다. 그림에 대한 설명그림 1. 앵그르 작 <그랜드 오달리스크> 1814.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그림 2. 테디마 작 <테피라리움에서> 1881, 레이디 레버 아트 갤러리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