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하고 드라이브 하실라우?허리 꼭 잡어! 심장 힘이 보통이 아니거든.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나는 혈관이라는 인체내부의 고속도로를 타고 온몸을 돌아다니며 퀵서비스를 제공하지. 일단 심장 왼쪽의 좌심실에서는 깨끗하고 산소를 듬뿍 실어 깔끔하게 뿜어져 나와 혈관을 타고 온 몸을 돌며 세포에게 산소와 영양분을 배달한다우. 돌아올 땐 그냥 오느냐? NO! 돌아오는 길에는 세포가 만들어낸 이산화탄소하고 찌꺼기를 수거해서 신장과 간이란 놈에게 들러 걸러서 조금 더 청결한 몸으로 다시 심장으로 향한다우. 그렇게 심장 우심실에 도착하면 다시 펌프질 당해 나가면 폐에게 들러서 수거했던 이산화탄소를 숨을 통해 밖으로 내보내고, 숨을 들이마셔 가져온 산소는 다시 심장의 좌심방으로 배달하지. 이것만으로도 나는 엄청난 인체의 VIP인데 거기다 덤으로 전신을 순환하면서 체온을 유지시키고, 호르몬을 운반하며, 식균작용이나 생체 방어 역할까지 한다구.물론 나도 잘났지만, 평생 쿵딱쿵딱 뛰며 나를 푹푹 밀어주는 심장과 퀵서비스를 위해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를 제공해 주는 혈관, 이렇게 우리 셋은 그야말로 피를 나눈 사이보다 더 긴밀하지. 혈관 중에서도 동맥은 산소 가득한 신선한 피를 배달하는 전용길이고, 정맥은 이산화탄소와 찌꺼기 배달용이야. 모세혈관은 둘을 이어주는 가는 길이구. 그래서 찌꺼기를 담고 달리는 정맥에서는 내가 검붉고, 신선한 동맥에서는 선홍색으로 변하지. 그래서 정맥한테는 늘 미안하다구. 흔히 우리 피부 속으로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것은 바로 정맥인데, 피가 검붉은데다 살 속에 살짝 겹치다 보니 푸른 색깔로 보인다우. 동맥은 조금 더 깊이 숨어있어 피부로는 잘 보이지 않아. 어때 드라이브 한번 근사하게 했지? 차비 내!내 길을 막으면 다쳐!잠깐, 피의 흐름이 심상치 않네 그려. 이런 고속도로가 막히고 있군. 길이 막히면 나도 배달일을 할 수 없으니 속수무책이야. 이런 일이 왜 벌어지느냐 하면, 내가 동맥을 타고 드라이브를 할 때 혈관 벽에 미치는 압력이 보통보다 세면 동맥 안쪽 벽이 딱딱해지고 두꺼워 지는데 이것을 동맥경화라고 하지. 한마디로 고혈압으로 인해 고속도로가 막히는 현상이 되는 것이고, 아예 막혀버리거나 터져버리면 그때부터는 생명까지 위협하는 뇌졸중, 심근경색증, 신부전증 같은 병이 유발되는 것이지. 무시무시하지? 그래서 다들 고혈압을 두려워하는 것이야. 생각을 해봐. 나는 매일 당신들 몸에 산소를 공급하고 다니는데 길이 끊어지면 어케 되겠나? 특히 날씨가 추워지면 혈관이 위축되고 심장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평소 탄력을 잃고 좁아진 혈관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막히거나 터지면서 생기는 뇌졸중을 조심해야 한다구. 혈관이 막히면 뇌경색이고 터지면 뇌출혈이라고 하지. 이렇게 뇌로 산소와 영양이 전달되는 길목이 막히거나 터져버리니, 뇌에서는 당연히 뇌세포가 죽으면서 신체 마비 증세를 나타내는 것이지. 그래서 뇌졸중을 뇌중풍이라고도 하는 거여.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환자들과 흡연자들 노인들은 겨울에 특히 조심하라구. 난 깨끗한 아우토반 같은 도로에서만 제 기능을 할 수 있으니, 당신들도 혈압 낮추는 일에 신경 좀 쓰쇼. 특히 담배는 고혈압에 치명적이라네!저혈압은 쓰러지면 끝이다?!고혈압 얘기가 나온 김에 짚고 넘어갈 얘기가 있네. 항간의 소문에 의하면 '고혈압은 쓰러지면 바보가 되지만(뇌중풍 등을 말하는 거겠지), 저혈압은 바로 간다'고들 하지. 그건 맞다고도 할 수 있고 틀리다고도 할 수 있어. 왜냐하면, 좀 낮은 혈압에 따라 내가 좀 어슬렁거리며 배달을 다닌다고 해도 온몸에 산소만 공급하면 별일이 없지. 저혈압은 고혈압처럼 장기적으로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치거나 합병증이 생기는 일은 없거든. 그렇지만 저혈압이 더 무서울 때가 한가지 있지. 그건, 평소에 혈압이 높거나 정상이던 사람이 갑자기 떨어진 경우라네. 이럴 때는 정말 짧은 시간에 치명적일 수도 있지. 갑자기 산소 공급이 적어져 쇼크가 올 수 있는데, 이를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기도 하거든. 이렇게 쇼크가 아닌 이상은 고혈압이 훨씬 위험한 것이니 저혈압인 사람들이 애써 '혈압 올리는'안 해도 될 것이야. 정맥의 역류방지시스템갑자기 질문하나가 접수됐군. 아무리 심장 힘이 세다고 해도 다리까지 내려온 피가 어케 다시 심장으로 올라갈 수 있냐하는 질문인데... 좋은 질문이야. 정맥의 피는 심장이 피를 내보낼 때의 압력만으로는 도저히 심장까지 돌아올 수 없지. 그래서 팔다리의 정맥에는 혈액의 역류를 방지하기 위한 판막이 있는 거야. 또, 정맥의 혈액은 중력에 의해 되돌아오기도 하지만 심장보다 아래에 있는 정맥혈은 근육을 움직여서 혈관을 눌러 짜듯이 해주어야 심장으로 혈액이 되돌아올 수 있지. 혈액순환에 가장 좋은 명약은 바로 '운동'이라는 말이 듣기에만 좋은 말이 아니란 것이 증명되는 말이지.<sunny@h2u.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