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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 들여다보기] 전립선비대증은 환자뿐만 아니라 배우자도 어렵게 만든다

  • 입력 2002.1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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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우리 인체는 노화되면 세포 수가 줄어들므로 자연히 장기의 크기와 용적이 감소하게되며, 늙으면 키도 작아지고 남성의 성기도 작아지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전립선은 인체에서 유일하게 예외적으로 노화와 함께 세포의 증식이 일어나서 비대하게 된다.
전립선은 남성의 정액을 생산하는 기관이지만 전립선의 중앙에는 요도가 통과하고 있으므로 전립선에 염증이나 비대증이 발생하면 요도에 영향을 미쳐 여러 가지 배뇨장애 증상을 동반하게 된다.
그러나 전립선비대증이 생겼다고 모두 배뇨장애 증상을 동반하는 것은 아니다. 해부학적으로 전립선에 비대증이 생겼더라도 요도를 압박하여 증상을 유발할 정도가 아니면 증상을 동반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체로 40대 남성의 13%, 50대 남성의 30%, 60대 남성의 50∼60%에서는 전립선비대증에 의한 배뇨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을 보이면 전립선비대증 의심
전립선비대증의 증상으로는 1) 먼저 소변이 자주 마려운 빈뇨 증상이 나타나는데 처음에는 주간에는 못 느끼고 야간의 수면 중에 소변이 마려워 잠이 깨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것은 낮 동안에는 하는 일이나 주변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증상을 못 느끼는 것이고, 심해지면 낮에도 빈뇨 증상이 나타나며, 밤에도 한번만 일어나던 것이 두 번, 세 번 심하면 여러 번 잠이 깨여 수면장애로 피로하여 일상생활에 지장을 느끼게 된다.
때로는 2) 소변이 갑작스럽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마려운 요의급박 증상이 나타난다. 또 3) 소변줄기가 가늘어지고 약해지며, 오줌줄기가 끝까지 형성되지 않고 중간중간 끊어지거나 4) 소변이 마려워 변기 앞에 섰어도 금방 나오지 않고 한참 용을 써야만 하고, 5) 소변을 다 봤다고 생각하여 옷을 올리려면 다시 오줌이 흘러나와 바지를 적시기도 하며, 6) 소변을 다 본 후에도 시원하지 않고 남아있는 듯한 잔뇨감이 있다. 손자들이 할머니 곁에는 가는데 할아버지한테는 가지 않으려는 이유 중 하나가 바지에 오줌을 지려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불편에도 의사를 찾지 않는 이유
이처럼 증상이 있는 전립선비대증환자들이 일상생활에 불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의사를 찾는 환자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 주된 이유는 1) 이 같은 증상을 노화현상이려니 하고 방치하는 것이다. 물론 노쇄하면 정상인이라도 남녀 불문코 소변줄기가 어느 정도는 약해지고 밤에 소변이 마려워 잠을 깰 수 있다. 노인이 되면 팔의 힘이 약해지듯이 방광의 근육도 팔의 힘만큼 약해져서 소변을 배출시키는 힘이 약해진다. 그러나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오줌줄기는 이보다 더 약하고 가늘게 된다. 또 젊었을 때는 수면 중에 뇌하수체에서 항이뇨호르몬의 생산이 증가하여 소변을 적게 생산하므로 소변이 마려워 일어나는 일이 없는데 노인이 되면 야간에 항이뇨호르몬의 생산이 감소하여 상대적으로 소변 생산량이 증가하므로 소변이 마려워 잠을 깨게 된다. 그러나 전립선비대증환자의 야간 빈뇨현상은 방광에 소변이 충만하여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방광에 소변이 채이지도 않았는데 충만한 것처럼 소변이 마려워 잠을 깨게 되는 것이다.
또 2) 혹시 암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3)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공포감, 4) 어른이 되어 자신의 치부를 노출시키기가 마음내키지 않고 비웃음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수치심 등으로 병원을 찾기 싫어한다.
전립선비대증환자가 증상이 있는데도 치료를 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을 때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은 수면장애나 소변을 지려 바지를 적시는 것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장거리 여행을 해도 기차가 가는 곳에만 갈 수 있다. 우리나라 버스는 화장실이 없으므로 운행 중에 소변이 마려우면 낭패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화장실이 없는 공연장이나 극장도 생각해볼 수 없다. 또 여행중이나 취침 전에는 가급적 수분섭취를 피하거나 물을 되도록 적게 마셔야 한다. 여름철에 그렇게도 좋아하던 수박이 저녁 식사 후에는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2R]가족까지 부담을 주는 전립선비대증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치료를 하지 않아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것은 자기 탓이기 때문에 당연하겠지만, 문제는 가족 특히 배우자의 삶의 질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배우자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다.
최근 그리스의 조사보고에 의하면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배우자가 겪는 고통은 수면장애가 28%, 집 안팍의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경우가 8%, 사회생활에 장애를 받는 경우가 30%, 심리적 부담감 66%, 부적절한 성생활 48%, 남편이 전립선암에 걸린 것은 아닐까 하는 암에 대한 두려움이 62%, 그리고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82%로 나타나서 환자 자신뿐만 아니라 배우자도 남편 못지 않게 많은 수에서 남편과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인이 겪는 고통은 부인의 나이와 부부의 나이 차이, 동거 기간과 상관관계가 있었으나 환자의 배뇨장애 증상의 정도는 부인의 고통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에서 조사된 또 다른 보고에 의하면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부인 215명 중 86%가 남편 때문에 일상생활이나 생활의 질, 대인관계에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 수면장애로 46%가 남편의 배뇨장애 때문에 정기적으로 잠을 깬다고 하였다. 그 외 37%가 남편의 성 기능 장애를 불평했으며, 17%가 남편과 장거리 여행을 못하며, 10%가 화장실이 없는 곳을 방문할 수 없으며, 8%가 영화관이나 극장을 함께 갈 수 없다고 불평하였다. 남편의 전립선증상 때문에 10%는 가족관계, 16%는 친구관계를 망쳐버린다고 했다.


야밤에 노인의 아랫배가 마치 임신한 여자 배처럼 부어오르면서 소변을 전혀 못보고 쩔쩔매면 가족들은 여간 당황하지 않는다. 특히 부부만이 함께 사는 경우에 연로한 남편이 화장실만 자주 찾아도 또 소변이 막히는 것은 아닌지 응급실을 찾았던 악몽이 되살아나 노심초사하고 불안해한다. 전립선비대증에 대한 부인의 이해도와 부인의 정신 신체적 건강상태에 따라 부인이 겪는 고통은 다를 수 있다.
때로는 환자가 겪는 불편보다 배우자의 불평이 더 극성스러운 경우를 본다. 전립선비대증으로 비대된 전립선의 절제수술을 할 경우 의사는 수술 전에 수술 후 일어날 수 있는 합병증에 대해서 미리 설명한다. 그 중에서도 수술한 의사나 환자 당사자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합병증인 요실금이, 당분간 또는 드물지만 영구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을 빠뜨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 후 수주가 지났는데도 요실금이 지속되면 수술이 잘못되었다고 먼저 의심부터 하고 환자와 배우자가 안절부절하고 불평을 토로하는 경우를 겪게 된다. 이 때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배우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오히려 더 불안해하고 걱정하여 환자를 더욱 초조하고 불안하게 하여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를 볼 수 있어 안타깝다.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닐지언정, 일반적으로 환자의 증상이 심할수록 배우자가 겪는 고통은 비례해서 증가한다. 이런 이유에서 환자뿐만 아니라 부인에게도 전립선비대증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환자들이 약물치료로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으며, 수술을 하더라도 일부에서 증상이 남을 수 있고, 전립선비대증은 암이 아니라는 인식과 함께 불필요한 걱정을 하지 않도록 충분한 정보제공이 있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