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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 남성의 빛과 그림자] 전립선비대증

  • 입력 2002.1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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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니까 오줌보도 망가진 게야

평소 소변줄기가 약하고 소변보기가 힘들었던 72세 박 영감은 잔치집에서 술을 마시고 온 다음 날 아침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에 갔다. 계속 변기 앞에 서 있기를 30분, “허, 참! 오늘은 거 되게 안 나오네 그려.” “할아버지! 빨랑 안 나오고 뭐하세요? 저 싸겠어요.” 밖에서 재촉하는 손주놈 때문에 박 영감은 그냥 화장실을 나왔다. 나올 것 같으면서도 소변이 단 한 방울도 안 나와 계속 화장실을 들락날락한 것이 어언 오후가 되자 박 영감은 더 이상 못 참겠다며 모 병원 응급센터로 달려왔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습니까?” “아이고 소변 마려워 나 죽네.” 박 영감의 아랫배가 남산만한 것을 확인한 응급센터의 담당의사는 박 영감의 요도에 소변 줄을 끼워 1리터 가량 되는 소변을 빼주었다. “평소 소변보기가 어떠셨습니까?” “소변보는 게 시원치 않았지. 밤에도 몇 번 씩 일어나고 한 번 소변보려면 변기 앞에서 한참을 있어야 한다니까. 그래서 찔끔찔금 나왔는데. 어제 술을 하고 나서는 전혀 안 나오더라니까. 전에도 이런 적이 있어 고생을 좀 했었지. 줄을 꽂으니 이제야 살 것 같아. 늙으니까 오줌보도 망가진 게야.” 박 영감의 항문에 손가락을 넣고 전립선 진찰을 한 응급 센터 의사 왈, “할아버지는 전립선이 많이 커 있어요. 전립선이 소변 나오는 길을 꽉 막아서 그래요. 비뇨기과에 가셔서 진료를 받으세요.” 박 영감은 며칠 후 비뇨기과에 가서 소변검사와 항문을 통한 전립선 초음파 검사 그리고 전립선암을 확인하기 위한 혈액 검사를 받았다. “영감님... 영감님은 전립선이 60 그람입니다. 보통 사람의 3배나 크신 것이지요. 벌써 소변을 못 봐서 소변 줄을 끼신 게 두 번이나 되시니 수술을 받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수술을 해서라고 막힌 오줌길을 뻥 뚫어 주십시오.” 전립선비대증으로 진단 받은 박 영감은 1주일 뒤에 내시경으로 요도를 막고 있는 전립선을 절제해주는 수술을 받았고 현재는 소변보는 것에 대해 매우 흡족해하며 지내고 있다.

소변 길이 좁아지면

전립선비대증은 한마디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전립선이 비대해지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 50대 후반부터 증상을 호소하게 되는데 전립선이 비대해져서 전립선 내부를 관통하는 요도를 눌러버리면 결국 소변이 나오는 길을 좁게 만들어 병목현상에 의한 교통 체증같이 방광 폐쇄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즉 소변의 흐름이 순조롭지 않아 소변보기가 힘들어지고 소변이 나오는데 시간이 걸리며 소변 발이 약해지거나 소변을 보는 동안 자꾸 소변줄기가 끊어지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소변보기를 끝내는 마지막 단계에서 오줌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감기약을 먹거나 술을 많이 마시면 소변을 전혀 못 봐 아랫배가 빵빵해지는 요폐색이 생길 수도 있다. 또한 요도가 눌리면 방광이 과도하게 소변을 짜내려고 하기 때문에 소변이 자주 마려워지거나(빈뇨), 밤에도 소변이 마려워 깨고(야간뇨), 소변을 보고 난 후에도 뒤끝이 시원치 않으며(잔뇨감), 일단 소변보고 싶은 느낌이 들면 소변을 참기가 어렵고 매우 급해지며(요급), 심하면 화장실에 가서 바지를 내리기 전에 소변이 나와버리는(급박성 요실금) 방광 자극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립선비대증을 오랫동안 방치해두면 방광이 소변을 쥐어짜다가 망가질 수도 있고 마지막에는 콩팥까지 망가져 요독증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에 이르기도 한다.

나이에 따라 많아지는 전립선비대증 환자

전립선비대증이 왜 생길까? 아직까지 분명히 밝혀진 것은 없으나 확실한 것은 나이에 따른 변화라는 것이다. 60대에서 약 60%, 80대 노인의 약 80%가 전립선비대증 환자일 만큼 전립선비대증은 고령 남성의 대표적 질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노화 이외의 원인으로는 호르몬 환경의 변화설이 이야기되고 있다. 남성이 고령화될수록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혈중 농도가 감소되며 따라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젠의 농도가 상대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와 같은 호르몬 발란스의 파괴가 전립선비대증을 유발한다는 가설이 유력하지만 아직 정확한 기전은 확실치 않다. 전립선비대증을 진단하려면 어떤 검사가 필요할까? 50대 이후의 남자 환자가 방광 자극 증상이나 폐쇄 증상을 오랫동안 호소해오고 일단 전립선비대증을 의심한다. 전립선을 만져 볼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항문에 손가락을 삽입하여 전립선 상태를 평가하는 직장 내 수지검사, 직장 내에 초음파를 발사해주는 막대기를 삽입하여 전립선의 크기와 내부 상태를 영상으로 얻을 수 있는 경직장 초음파 검사, 소변줄기가 얼마나 가는가를 측정하는 요속검사를 통해 진단이 가능하고 내시경 검사 등으로 오줌길의 상태를 관찰하거나 다른 질병과 감별해야 할 때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전립선암의 종양지표로 사용하고 있는 핏속의 전립선특이항원을 측정하여 혹시 동반될 수도 있는 전립선암의 가능성을 찾아보아야 한다.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암은 전혀 상관관계는 없지만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약 3% 가량이 전립선암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립선비대증 치료, 어떤 게 있나

전립선비대증의 치료는 증상의 정도와 합병증 유무에 따라 결정된다. 제일 간편하고 많이 쓰이는 방법은 약물복용이다. 전립선비대증의 치료약물은 복용 중에 중단하면 다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당뇨환자나 고혈압 환자처럼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한다.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일상생활에 장애를 줄 정도로 심한 방광 폐색 증상이 있거나 소변을 한 방울도 배출 못하는 급성 요폐가 있거나 요관이 막혀서 소변이 방광으로 못 가 콩팥이 붓는 수신증이 있거나 요독증이 있거나 잔뇨가 많아서 요로감염이 잘 생기거나 방광결석이 있거나 혈뇨 등의 합병증이 있으면 수술을 고려한다. 또한 약효가 잘 안 듣거나 매일 약 먹기가 귀찮거나 약값에 대한 부담이 있는 환자들은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대표적인 수술은 아랫배를 째고 전립선 전체를 드러내는 개복수술과 요도를 통해 내시경을 넣어 전립선을 긁어내는 경요도 절제술이 있다. 현재 경요도 절제술은 가장 많이 쓰이는 대표적인 수술방법이기도 하다. 최근에 시도되고 있는 덜 침해적인 수술요법에는 온열 및 고열요법, 레이저 수술, 초음파 요법, 전립선 내 부목 유치, 전립선 요도 확장술 등이 있으나 효과는 전자에 비해 적다. 온열 및 고열요법, 레이저 수술, 초음파 요법은 모두 전립선 조직 내에서 열(heat)을 발생케 하여 비대된 전립선 조직을 응고 내지 기화(氣化)시키는 수술이며 전립선 내 부목 유치술은 비대 조직으로 눌린 요도 부위에 특수한 대롱(관)을 설치, 이것을 통해 소변을 보게 하는 방법이다. 또 전립선 요도 확장술은 직경이 약 3cm, 길이 4cm의 풍선을 비대조직으로 눌린 요도 부위에 위치하도록 한 후 10분 동안, 3기압의 압력을 가해 확장시키는 방법이다. 상당수의 전립선비대증 환자들은 배뇨 증상 때문에 일상 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받으면서도 적극적으로 치료하기보다는 늙어서 그러려니 하고 참고 살아 왔다. 하지만 전립선비대증은 방치할 경우 삶의 질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심각한 합병증까지 초래할 수도 있으니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 행복한 노년생활을 영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