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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개념의 ‘교감극’ 공연한 정신과 의사, 정혜신

중년남성은 감성의 소용돌이 속에 있습니다

  • 입력 2003.04.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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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고즈넉한 숲 속 거실로의 초대대나무 사이로 바람소리가 노니는 숲 속의 집. 낡지만 고풍스러운 그 집의 거실로 정혜신 원장(정혜신 신경정신과)을 만나러 찾아갔다. 그곳에서 정 원장과 두시간 동안 웃고 때로는 눈물도 찍어내면서 예전 아버지일 수도 있고, 지금의 남편이나 혹은 본인이 될 수도 있는 중년 남성들에 대한 진실한 감정에 대해 교감을 나누었다.낡은 나무마루가 인상적인 숲 속의 아담한 거실 한 쪽에는 낡은 피아노와 테이블이 놓여있고, 창 옆으로 보이는 바깥에는 소나무 숲이 보인다. 그런 잔잔한 무대세트에서 그녀는, 감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시기인 중년 남성들의 사랑, 섹스, 고독 등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가지 형식을 통해 관객과 교감했다.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연극과는 엄연히 다르다. 그녀가 이야기를 하며 직접 영화의 한 장면을 보여주기도 하고, 김광석의 노래를 들려주며 잠시 감상을 하는가 하며, 때론 차 한잔을 마시거나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하기도 하고, 혹은 같이 부르기도 하면서 두시간 동안 충분한 교감을 나누는 형식이었다. 가장 감성적인 당신, 중년남성배나오고 술 담배나 좋아하는 아저씨, 혹은 재미없고 일밖에 모르는 계층으로 인식되는 중년 남성! 그러나 그녀는 극을 통해 그런 중년이 무척이나 폭발적으로 감성적으로 변하는 시기라고 전달한다. “이 시기의 남성들은 가장이라는 부담으로 인해 철같은 의지로 앞만 보고 살아왔던 의식적인 삶에서 무의식적인 요소들이 끌어올려지면서, 괜히 감성적이 되요. TV를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아이나 아내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게 무척이나 낯설고 민망해 하죠.”라며 또 이때 외도의 피크가 되는 시기라고도 덧붙인다. 바람기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도, 가족이나 부인에겐 사소하게 무시당하는 자신만의 절박한 부분을 잘 이해해 주는 여성을 만나면 빠져들어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회사 부부동반 모임 후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물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신은 당신 상사 앞에서 왜 그렇게 크게 웃어?”라고. 그때 말없이 운전을 하던 남편은 갑자기 온몸의 힘이 주욱 빠져 버리고 땅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느낌이었다는 얘기다. 그에 대해 그녀는 말한다. “물론 남편은 자기가 상사 앞에서 오버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과연 그는 부인에게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요?”감성의 족쇄, 이젠 푸세요[2R]정혜신 원장은 ‘남성심리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불린다. 그녀는 기업이나 방송 등에서 경영전략에 정신의학적 이론을 접목시킨 ‘감성 경영’, ‘심리경영’을 제시하여 중년 남성들이 주축인 기업 속에서 인간의 마음을 강조하는 새로운 개념의 강의를 해 왔다. 그러다가 4, 5년 전부터 이런 독특한 공연을 생각하게 되어 이제야 현실에 옮겼다고 한다. 그녀는 “공감과 교감, 그리고 교류가 되는 남성의 삶 이야기를 통해 관객이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것이 공연의 목표”였다고 한다.그렇다면 그녀는 그 많은 정신 분야 중에서도 왜 특히 중년 남성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하게 된 것일까. “아버지의 삶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이어진 것 같아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3남매를 혼자 키우며 살아가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늘 마음에 많이 남았었거든요. 나이가 들어가니까 우리 아버지였던 중년 남성들의 삶을 애정을 갖고 들여다보게 되더군요.”라고 말한다. 그녀는 이렇듯 풍부해 지는 감성을 남성들이 스스로 통제하려고만 하지말고 표출할 것을 권한다. 그 변화를 수용하고 이겨내면 이후 한층 풍부한 감성의 매력적인 사람으로 변할 수 있지만, 저항하고, 강압적으로 나가면 이른바 ‘꼰대’가 되는 악습이 되풀이된다는 것!사실 이번 공연을 보면서 느낀 것은, 중년 남성들이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써도 좋지만, 아내나 주위사람들이 그들의 감정을 교감하고 이해해 주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할 것 같다는 것이다.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이런 메시지를 전하는 일을 계속 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는 그녀가 가족, 사회에서 억눌렸던 중년 남성들의 감성을 일깨워주는 메신저로써 더 많은 이들에게 교감을 전해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