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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알고 대처하는 만큼 두려워할 필요 없어

김우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대한감염학회 이사장)

  • 입력 2014.08.14 12:07
  • 기자명 이엠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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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시작된 에볼라 바이러스병(이하 에볼라)의 유행이 인근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로 확산되고 항공여행객을 통해 나이지리아까지 번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에볼라가 1779명 환자와 961명 사망자를 기록하자 지난 8일,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규정하고 국제 공조를 통한 지원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 ‘국제적 공중보건위기’로 선언했다.

1976년 아프리카 중부의 밀림 마을에 처음 출현한 에볼라는 그동안 20여 차례의 유행이 있었지만 최대 400여명 환자가 발생되고 매번 소멸되므로써 해외 토픽 정도로 기억돼왔을 뿐이다.  이번 에볼라 유행은 최대 규모의 환자수 및 사망자수, 가장 넓은 유행지역 및 항공여행을 통한 국가간 전파 등 유례없는 글로벌 위협이 되고 있다. 에볼라는 사망률이 최대 90%에 달하고 효과가 입증된 백신과 치료제가 없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으나 정확히 알고 제대로 대처하는 만큼 안전하며 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에볼라, 알고 대처하는 만큼 안전하며 두려워할 필요 없어

에볼라바이러스는 아프리카 밀림의 과일박쥐가 자연계 보유동물로 추정되며 원숭이, 침팬지 및 영양 등 야생동물이 박쥐로부터 감염되어 폐사한다. 사람은 야생동물을 사냥하거나 또는 폐사체를 접촉하면서 감염되고 에볼라 환자와 밀접한 접촉을 하는 가족, 친구 또는 의료진이 이차 감염된다. 따라서 에볼라는 야생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의 하나이다.

에볼라는 사스 또는 인플루엔자처럼 호흡기로 감염이 빠르게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혈액 또는 체액(눈물·침·소변 등)과 직접 접촉에 의해 감염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대유행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에볼라바이러스 노출 후 증상이 시작되기까지 잠복기는 2~21일로 이시기에 전염성은 없다. 초기 증상은 고열·피로감·식욕부진·두통·근육통 등으로 비특이적이며 다른 열대 풍토병인 말라리아, 라싸열, 장티푸스 등과 구분이 어렵다. 이어서 오심, 구토, 복통, 설사 등 위장관 증상과 홍반성 피부발진이 나타난다.

진행되면 피부 및 점막 출혈, 내부장기 출혈, 다장기 부전, 쇼크 등으로 사망하게 된다. 약 반수에서는 출혈이 없을 수 있으며 따라서 에볼라출혈열이 아닌 에볼라바이러스병이 공식 명칭이다. 에볼라 환자는 증상이 시작되면서 전염성이 있게 되며 특히 중증인 경우, 출혈이 나타나는 말기에 전염력이 매우 높다.

국내 에볼라 환자 자체적으로 발생할 가능성 전혀 없다

에볼라 환자의 치료는 탈수에 대한 수액 및 전해질 투여, 수혈, 산소 공급 등 보조요법 위주로 시행된다. 현재 에볼라의 사망률은 약 55%이지만 서아프리카국가 주민의 영양실조 상태 및 제대로 된 치료가 시행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높을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에볼라 환자가 자체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단, 서아프리카 유행국가에 체류 또는 여행한 내·외국인이 현지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최대 잠복기 3주 이내에 국내에 입국해 증상이 시작되는 유입환자는 있을 수 있다.

이마저도 에볼라 유행국가로부터 입국하는 사람이 소수이기 때문에 유입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볼라는 밀접한 접촉으로 감염되기 때문에 유행국가에서 체류 중 실제 환자의 혈액 또는 체액에 접촉하거나 또는 감염된 야생동물과 접촉하는 것을 피한다면 감염의 우려는 거의 없다.

유행국가 입국자 대상 검역 통해 의심환자 조기 발견 매우 중요

외교부에서 서아프리카 유행국가에 특별여행경보/주의보를 내렸듯이 국민은 불필요한 여행을 피하는 것이 좋다. 현지 체류 교민 또는 주재원은 에볼라환자와의 접촉을 피하고, 손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에볼라의 국제적 유행 위협에 대해 정부의 방역목표는 첫째 국내 유입환자 발생을 차단하고, 둘째 만약 유입환자가 있다면 조기에 발견·격리 치료함으로써 이차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셋째 유입환자의 접촉자들을 철저히 모니터해 환자발생을 조기에 발견해야 되고, 마지막으로 에볼라 확진환자가 있는 경우 최고의 중환자 치료를 동원해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서아프리카 유행국가에서 입국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공항만 검역을 통해 의심환자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공항 입국시에 검역설문지 및 발열감지기를 통해 유입환자를 발견할 확률은 낮을 것이다. 오히려 입국 후 최대 잠복기 3주 동안 의심증상이 시작됐을 때 보건당국에 신고하거나 의료기관에 내원하여 진단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서아프리가 국가 지원·협력해 조기 유행 끝낼 수 있도록 돕는 것, 최상의 시나리오

에볼라 의심환자가 발생했을 때 조기에 격리하고 확진검사와 치료를 시행하도록 해야 하며 밀접한 접촉이 있었던 가족과 의료진에 대한 감염 예방에 빈틈이 없도록 해야 한다. 설사 에볼라환자가 발생하더라도 국내 의료기관은 선진국 수준의 우수한 중환자 치료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망 위험을 현저히 낮출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대 유행시 국내 보건방역 및 의료체계는 매우 효과적으로 대응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만에 하나 에볼라 유입환자가 발생하더라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보건방역체계가 붕괴돼 에볼라 유행이 걷잡을 수 없게 된 서아프리카국가를 지원, 협력하여 조기에 유행을 끝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유행이 종식되는 것이 우리나라로 환자 유입을 막을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