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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노래한 사랑과 희망의 신 용비어천가

소아암 어린이 사진전을 연 윤영선 씨

  • 입력 2003.06.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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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53병동 아이들얼마전 인사동의 한 전시장에서 의미 있는 사진전이 열렸다. <용비어천가>라는 제목의 이 사진전의 주제는 ‘53병동 아이들’. 소아암에 걸려 병마와 힘겹게 싸우는 아이들을 담은 사진은 의외로 너무나 눈부실 정도로 밝았다. 그 밝고 예쁜 아이들을 60장에 흑백사진에 담고 전시회까지 연 이는 경희대 NGO대학원생 윤영선 씨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윤 씨는 호스피스 선생님들을 사진에 담고 싶어 처음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가 어린이 환자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고 한다. “‘병원에 대해 얼마나 아느냐’고 묻는 호스피스 선생님의 물음에 말문이 막히더라구요. 그래서 우선 자원봉사부터 해보자는 생각에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세브란스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백혈병 및 소아암 환아 부모 모임인 ‘한빛사랑회’를 알게되었죠.” 힘들게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의외로 너무나도 밝았고,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감동한 윤씨는 아이들을 위한 사랑을 렌즈를 통해 노래하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사랑가 ‘신 용비어천가’[2L][3L]윤씨가 3년 동안 찍은 사진만 1만 5000장. 그 많은 사진 속에 아이들 중 이미 하늘나라로 간 아이들도 반이 넘는다. 자신이 찍어준 사진이 영정사진으로 장식된 걸 봤을 때 가장 마음이 아팠다는 윤씨는 울기도 많이 울었다. 또한 생사의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켜봤던 3년 동안 우리나라의 의료정책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도 알게 됐다는 윤씨는, “의료보험이 안 돼 재정적인 문제로 치료를 포기해 죽어 간 아이들을 생각할 때 가장 안타깝고 지금도 화가 납니다.”라고 말한다. “병상에 누워 있는 아이들도 다른 건강한 아이들과 똑같습니다. 엄마한테 야단 맞아 울기도 하고 재잘재잘 떠들고 정신 없이 돌아다니고... 오히려 멀쩡한 저보다 더 밝습니다.”라고 말하는 윤씨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끄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인생에 많은 도전을 도전과 용기를 얻었다고 고백한다.[4L][5L]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연 이번 사진전을 시작으로 윤씨는 앞으로도 희귀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 외국인노동자들, 독거노인들을 차례로 사진에 담아 전시회를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왜곡되지 않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을 담고 거기에 윤씨의 사랑과 희망을 더해 부르는 그의 용비어천가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