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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 꿈꾸지 마라!

재미있는 법의학 이야기

  • 입력 2003.06.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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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래 머리카락에 비소성분이 많은 나폴레옹[1L]폴레옹은 정말 독살 당한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폴레옹은 독살 당한 것이 아니다. 세인트 헬레나 섬에 유배 중인 나폴레옹에게 영국인 감시장교가 음식에 미량의 비소를 넣는 바람에 그가 사망했다고 당시 프랑스 법의학자들이 밝혔었다. 실제로 나폴레옹의 머리카락에는 일반인보다 30배 이상이나 많은 비소가 검출되었었다. 하지만 작년 프랑스의 한 과학전문지가 사망하기 10여 년 전의 나폴레옹 머리카락과 사망할 당시의 머리카락 성분을 조사한 결과, 나폴레옹의 머리카락에는 원래 다른 사람보다 많은 비소가 들어있었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따라서 나폴레옹이 독살 당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뒤집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2. 파리가 잡은 범인‘법의학’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법곤충학’이라는 말은 낯설기만 하다. 작년에 출간된 ‘파리가 잡은 범인(황적준 편역)’이라는 책에서 실제로 법곤충학이 활약을 펼친 예를 살펴보자.90년 1월 미국 테네시주 야산에서 15세 정도 된 여성의 사체가 발견 됐다. 시신이 완전히 부패된 상태라 죽은 시기를 정확히 알기 힘들었다. 이때 법곤충학자는 살점이라곤 하나도 없는 두개골에서 발견된 쌍말 벌이 지어놓은 말벌집에 주목하게 된다.쌍말벌은 대개 4월 초순 깨끗하고 건조한 장소에 집을 짓는다. 그렇다면 쌍말벌이 집을 지었던 4월 당시 두개골은 깨끗이 비워 있는 상태였을 것이다.학자는 두개골에 남아 있는 애기똥파리 번데기를 통해 말벌이 집을 짓기 전 살점을 모두 파먹은 것은 애기똥파리의 유충인 구더기였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런데 말벌이 집을 짓기 시작한 4월 이전은 추운 겨울이었기 때문에 애기똥파리의 활동이 없는 시기다.그렇다면 두개골의 살점이 모두 사라진 건 겨울이 닥치기 전인 그 이전해 여름일 것이다. 구더기들이 알에서 깨어나서 살점을 파먹는 17일의 시간을 감안하면 초여름에 사체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법의학자는 소녀가 죽은 것이 18개월 전이었다고 밝혀냈다.물론 정확한 사망시기를 밝혀낸 것은 사건해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법곤충학자들은 사망시기뿐 아니라 마약복용 여부까지 알아낸다고 한다. 또 사체가 옮겨졌는지도 밝혀낼 수 있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 서식하는 곤충이 다르고, 온도나 습도에 따라 곤충의 종류와 먹이, 먹는 활동성이 틀리기 때문이다.3. 식물도 범인 잡는 시대식물에도 사람의 지문처럼 ‘식문’이라는 것이 있다. 요즘은 이 ‘식문’도 사건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한다. 식물도 장소와 기후에 따라 그 종류와 형태가 다 틀리기 때문이다. 법의학은 이처럼 곤충학이나 식물학 등과 결합해 더욱 발전을 거듭해나가고 있다. 법의학자들은 피해자의 피부에 총알이 통과한 흔적만 봐도, 총의 종류가 무엇인지, 탄환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피가 어디로 튀었는지만 봐도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완벽한 현장보존은 완전범죄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여기엔 제대로 된 법의학자가 필요하고, 합리적인 수사체계가 전제된다. 아직도 미해결로 남아 있는 여러 사건들을 십수년째 추적하고 있는 전 세계 법의학자들의 가장 큰 무기는 시간이다. 범인은 범행을 한번밖에 저지를 수 없지만, 법의학자는 두고두고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범인과 머리싸움을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보이지 않는 진실을 보이게 할 뿐이다. 화성연쇄살인범이 얼굴을 드러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