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전립선 이야기] 전립선 비대증의 진단

전립선 비대증 II

  • 입력 2003.07.01 00:00
  • 기자명 emddaily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랜 세월 수많은 환자를 진료하다 보니 과학하고는 거리가 먼 '인연' '연분' '연때'같은 용어의 존재를 실감하는 경우가 있다. 환자측으로 보면 아무리 유명한 병원의 유명한 의사를 만나도 치료가 되지 않는가 하면 고질이라 생각하고 거의 포기상태에서 보통병원의 보통의사를 통해 감쪽같이 병이 낫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이럴 때 그 의사와 ‘인연’이 있다던가 ‘연때’가 맞는다고 하는 것이다. N노인의 명함을 보니 거창하게도 OO노인대학 교수라고 적혀있었다. 실제나이는 73세인데 언 듯 보면 50대 후반같이 정정하다. 노인학교를 운영하다보니 노인성 질환에도 조예가 깊어 노인학생들을 위해 건강상담을 하는 모양이다.

몇 년 전부터 배뇨가 잦더니 요즈음은 특히 밤에 화장실을 들락거려 잠을 설친다는 것이다. 또 소변 한번 보려면 한참 뜸을 들여야 하고 용을 써야 겨우 한 컵정도 눈다는 것이다. 그동안 주워들은 의학상식도 많아 ‘아! 이게 전립선 비대증이구나’하고 큰 병원 비뇨기과를 돌았는데 가는 곳마다 항문에 손을 넣어 보고는 전립선은 전혀 커져있지 않다는 것이다.

필자도 이야기를 들으니 전형적인 전립선 비대증 같은데 항문을 통해 만져보니 전립선은 전혀 커져있지 않은 것이다. “할아버지! 백문이 불여일견 아니겠어요? 내시경검사를 하시지요...” 그 끔찍한(어디서 들은 모양이다) 내시경검사는 안 한다는 것을 간신히 달랬다. 내시경으로 보니 전립선의 중엽(中葉: 대부분 양쪽측엽이 커지는데 간혹 중간 부위만 커지는 경우가 있다)이 몹시 커져 방광안쪽으로 돌출 되었고 배뇨가 어렵게 되어있는 것이 아니가? 이러니 항문촉진으로는 전립선의 비대를 느낄 수 없었으리라.

그렇다. 전립선 비대증의 진단에 있어 항문내 촉진은 필수적인 검사이지만 역시 비대의 정도 방광의 변화 수술방법의 선택을 위해서는 내시경검사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회진할 때 일어났다. “권선생! 생일이 용띠에 4월이더군?”(이 노인네 어떻게 조사를 했지?) 그러면서 손가락을 꼽는다. “그러면 그렇지. ‘연때’가 꼭 맞아떨어지는군.

내가 여기 오길 잘했어!” “할아버지 거짓말 마세요! 며느님이 모시고 왔지 제발로 오신 것은 아니잖아요?” “어쨌거나 당신하고 ‘연때’가 꼭 맞는걸 어쩌나!” 뒤에 따르던 학생들이 까르르 웃는다. 어디 ‘연때’가 중요하겠는가? 첨단공학의 산물인 내시경 덕에 정확한 진단을 꼬집어 냈을 뿐이다. 그야말로 전립선 비대증과 내시경은 진단을 위해서나 치료를 위해서 꼭 붙어 다니는 ‘연분’을 지닌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 괴로운 내시경 검사는 한물 간 셈이다. 항문을 통한 초음파 검사로 전립선의 크기, 내부의 변화(암종, 결석 등), 비대 부위까지 알 수 있게 되었으니 격세지감이다. 권 성 원 ▶전립선질환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위해 이대 동대문병원 권성원 교수를 통해 알기 쉽게 정리된 전립선 질환에 대한 음성정보를 제공합니다. (음성정보 ☎ 700-6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