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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한뼘] 레프팅 같이 굴곡 많은 휴가야∼

  • 입력 2003.08.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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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휴가∼이름만 들어도 쿨 해지는 단어 아닌가. 8월호 마감 후 휴가를 받아 놓은 필자는 그동안 절교했던 레져와 친해져 보려고 ‘레프팅’으로 휴가 계획을 정해놓고는 있지만, 한편으론 실컷 책이나 읽으며 보내고 싶은 마음도 만만치 않다. 물론 아는 사람들은 그 ‘책’과 ‘술’이 동급으로 취급된다는 것을 알지만...그러면서 가만히 그동안의 내 휴가 패턴을 한번 생각해보았더니, 역사가 꽤나 재미있다. 우선 20대 초! 그땐 휴가하면 이유불문, 바가지 요금 불문, 입석 기차를 타고라도 ‘경포대’로 향했다. 경포대가 휴가철 가장 ‘물’이 좋기로 소문 난 곳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퀸카, 킹카들이 모이고 헌팅의 천국이라 일컬어지는 곳! 밤새 빵빵 터지는 불꽃놀이가 밤을 밝히고, 천막 쳐진 야외 나이트가 젊은이들을 반기던 곳! 그러나 꺾어진 20대로 돌입함에 따라 조용한 펜션이나 산책을 할 수 있는 시골집으로 발길이 옮겨졌고, 더불어 우리의 벗인 소주와 2cm짜리 숯불 목살은 늘 따라다녔다. 그러다 결혼하고 아이를 데리고 오는 친구들이 늘어나면서 옛날 우리 엄마, 아빠가 그랬듯 계곡 그늘에서 수박이나 쪼개며 푹 고은 백숙의 반주로 마신 낮술 한잔에 낮잠이나 자고 일어나면 애들 재롱을 보며, 친구로부터 그 애들 자랑을 듣는데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 되었으니...그래서 이젠 안되겠다 싶어 좀 더 역동적인 휴가를 보내자는 차원에서 친구들과 의기투합하여 레프팅을 택했지만, 집에서 푹 쉬고 싶어지는 욕망을 레프팅이 꺾을 수 있을지... 몇 해 전부터 사람들의 휴가 트렌드가 해수욕장에서 한적한 산 속이나 호텔 같은 곳에 콕 박힌다는 것도 이해가 가는 걸 보니, ‘물’좋은 것도 필요 없고, 그냥 진정한 시체 놀이 할 수 있는 구들장 하나면 만족인 패턴으로 돌입한 것 같다. 누가 12달 내내 달거리 같이 돌아오는 마감에 찌들린 기자의 휴가를 수렁에서 건져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