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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dyTalk] 나는 갑상선이다

중도 지키는 나를 왜 미워해!

  • 입력 2003.08.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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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나는 화물운송용 배가 아냐내가 신체에서 좀 조용히 은둔하고 산다고 해서 나를 무슨 화물 운송용 배 이름쯤으로 아는 경우가 있나 본데, 왜이래 이거. 나도 인체에서 고위관직 하나쯤은 꿰차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단 말씀이야. 우선 장황한 내 소개를 하기 전에 내 친구들을 몇 명 소개하지. ‘뇌하수체, 췌장, 부신아∼’ 이 친구들도 나처럼 워낙 점잖은 고위 관직에 있는 친구들이라 불러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군. 그들도 바디토크에서 게스트 출연이라도 약속해 놓는 게 좋을 꺼야. 거두절미하고, 나로 말씀드리자면 소개한 내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기관인데, 그 친구들 가운데서도 가장 덩치가 크단 말씀이야. 내 보직은 갑상선 호르몬을 생산,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혈액으로 내보내는 일을 하고 있지. 그럼 갑상선 호르몬이 뭐냐고 묻고 싶겠지? 사실 나는 그놈에게 무지하게 중요한 임무를 맡기고 있지. 그 놈은 피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인체의 대사과정을 촉진하여 모든 기관의 기능을 적절히 유지시켜 주고, 열을 발생시켜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게 해주는가 하면, 태아와 신생아의 뇌와 뼈의 성장 발육을 촉진시켜 주는 역할도 하고 있으니 엄청난 임무지. 그럼 내 근무지가 어딘지 궁금하겠지? 그럼 자, 거울을 보고 나를 찾아봅시다요. 내가 시키는 대로 따라해 보쇼! 우선 거울을 보고 목을 쭉 빼서 머리를 조금 젖혀 봅시다. 아담이 먹다 걸어놓은 사과의 아래를 만져보면 고리 모양의 연골이 있고, 그 하부 기관지 좌우에서 근무하고 있는 내가 나올 것이오. 통 안 보인다고? 그럼 침을 삼키거나 물을 마셔보시오. 뭔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거 보이쇼? 빙고! 그게 바로 나요, 나!중도 지키는 나를 원망 마잠시 막간을 이용하여 성질 대쪽같은 내 친구 얘길 하나 하지. 췌장이란 놈 얘긴데 말야. 당뇨 때문에 유명세가 있는 그놈은 인슐린이란 호르몬을 분비하는 놈인데, 이놈이 늘 정도를 지키는 놈이라 인슐린 부족으로 혈당이 높아져도 위험하게 하지만, 반대로 인슐린의 과다 투여로 인한 부작용인 저혈당도 매우 위험하게 한다구. 그래서 당뇨 환자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지. 나는? 나도 같은 당원인데 별수 있겠나. 나도 기능에 이상이 생겨 호르몬을 너무 많이 만들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이라는 병을 낳고, 반대로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하면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인체를 괴롭힐 수밖에 없다구. 그렇다면 생각을 해보게. 갑상선 호르몬이란 놈이 몸의 신진대사, 체온 등을 유지시키는 일을 하고 있으니, 그놈이 많아지면 어떻겠나. 지나치게 신진대사가 활발해져서 심장이 빨리 뛰고 몸도 더워지면서 땀이 많이 날 테고 그러면, 더위를 견디기 어렵게 되며, 체중이 빠지게 되지. 그럼 반대로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하게 되면 어떻겠는가? 맞다구! 당연히 몸이 무기력해지고 쉽게 피곤해질 뿐만 아니라 체온도 정상보다 낮아져 추위를 견디기 힘들어지겠지.너무 가혹하다고 생각마. 인체라는 내장사회에서 청렴하게 살려다보니 중도를 좀 지나치게 지켜서 벌어지는 현상이니까. 대신 난 최소한 췌장이란 놈처럼 외부에서 상습적으로 인슐린이란 뇌물을 받고 있지는 않으니깐 말야. 에스트로겐을 쫓아다니는 스토커물론 중용이야 나의 미덕(?)이지만, 나도 여자는 좀 밝히는 편이야. 그래서 나와 관련된 질환은 여자에게서 훨씬 많이 발생하지. 남자에 비해 무려 4∼6배가 넘으니까 말이야. 중용이니 뭐니 하며 점잔 빼던 양반이 왜 여자를 밝히냐구? 그건, 여성에게서 분비되는 에스트로겐을 내가 짝사랑하면서 스토커가 되기 때문이야. 난 주로 월경을 시작하는 나이부터 폐경에 이르기 전까지 여성을 괴롭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내린 결론이지. 그런데 재밌는 건, 우리나라는 갑상선질환 환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조금 많은 편인데, 난 미역 같은 해조류나 소금에 녹아 있는 요오드란 놈 섭취가 많으면 호르몬을 더 많이 생산하거든. 헌데 우리나라의 경우 요오드 결핍으로 인한 갑상선질환 발생은 별로 없는 편이니, 고로 다시마환 같은 다이어트 식품이나 산모들이 지나치게 맹신하며 많이 먹는 미역국 등도 요오드 과다 섭취로 인한 나의 괴롭힘의 표적이 될 수 있지. 흠, 이럴 땐 내 생활철학인 중도보다 과유불급이 더 어울린 다는 생각이 드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