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Mental Clinic] 정말 정신질환자들이 범죄를 많이 저지를까

정신질환과 범죄

  • 입력 2003.09.01 00:00
  • 기자명 emddaily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즈음은 뉴스보기가 겁난다. 끔찍한 범죄들 때문이다. 뻔뻔스러운 경제 사범, 도둑, 강도, 방화, 유괴, 살인 사건들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21세기 초반을 살아가는 한국인으로서 답답한 심정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그런데 정신과 의사로서 더욱 답답한 것은 어떤 끔찍한 범죄가 일어났을 때 정신질환자의 소행으로 예측을 해버리는 것이다. 물론 몇 명의 정신질환자가 흉포한 범죄를 저질러서 세인을 놀라게 하는 일은 있지만, 정말 어쩌다가 한번씩이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대구 지하철 사고

지금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사라져가고 있지만, 대구지하철 참사를 일으켰던 반신불수의 뇌졸중환자를 정신병자로 몰아가면서 모든 책임을 그에게 돌리던 일이 있었다. 그때 우리 환우들이 느꼈던 깊은 슬픔이란... 낮병동 종례 때 사회를 맡았던 환우는 그 날을 마감하는 코멘트로서, 사회에서 우리를 보는 시각이 좋지 않으므로 이럴 때일수록 일거수 일투족을 신경 써서 생활하자는 말을 하였다. 사고가 나서 며칠 지난후 부터는 정신질환자 때문이라는 분석은 작은 요소로 밀려나고 지하철의 전반적인 하부구조 및 한국인의 안전 불감증에 대해 분석하게 되었다. 늦었지만 앞으로의 재난 방지를 위한 적절한 분석이라 생각되었다. 나중에 그는 정신감정을 받았으나 그가 우울증은 있었지만, 일반인이 흔히 생각하는 정신병환자는 아니었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흔히 정신질환자들은 예측하기 어렵고 위험한 사람으로 간주해 버린다. 이는 언론 매체와 소설, 드라마 등에서 독자들의 흥미를 돋구기 위해 편견을 조장시키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조사된 바에 의하면 정신질환에 관한 신문기사의 2/3이상이 부정적이었으며, 53%에서 정신병환자는 위험하거나 난폭하여 범죄를 잘 일으킨다고 하였다. 미국에서 TV 드라마 중 17%에서 정신질환자가 묘사되었는데, 73%에서는 위험한 사람으로, 23%에서는 살인마로 묘사되었다고 한다. 불후의 명화로 알려진 히치코크 감독의 사이코라는 영화의 주인공은 ‘이중인격장애’이라는 병을 가진 정신병자로 아주 희귀한 경우이다. 사람들은 이런 특수한 경우를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범하곤 한다.

정신질환과 범죄율

아직 우리나라에는 정신질환자의 범죄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다. 이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리적인 대책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대검찰청에서 발표된 우리나라의 2001년 범죄 통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범죄의 총발생건수는 198만 6천건. 그중 교통사고 특례법 등의 특별법범을 제외한 형법범 중, 절도, 사기 등 재산범죄가 39만 2천건, 폭행, 강간, 살인, 방화 등의 강력범죄가 34만 2천 건이었다. 이 기간동안 정신장애자에 의한 범죄는 2,720명, 강력범죄로 분류된 사람은 306명이었다. 이 통계가 물론 정확한 통계일 수는 없지만, 총 강력범죄 34만 건 중 300명 정도가 정신장애자에 의한 범죄였다면 단지 0.1%의 강력 범죄만이 정신병자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말이 된다. 2001년 한국에서는 정신질환에 대한 역학조사가 전국적으로 이루어졌었다. 정신질환의 1년 유병율은 대단히 높아서 전 인구의 19.0%이며, 알코올과 니코틴 사용장애를 제외한 경우는 8.4%로, 수적으로 272만 5천여 명이다. 정신분열병 등의 정신병적 장애의 경우 0.5%로 17만 6천여 명에 달했다. 전 국민에서의 강력범죄의 비율은 0.7%이며, 정신질환자중 정신병적 장애자의 강력범죄 비율은 0.2%라는 말이 된다. 정신장애자로 분류된 범죄자는 모두 정신병적 장애자에 의한다고 계산했을 때 말이다. 물론 많은 정신질환자들의 범죄가 검찰 통계에서 누락이 되고, 사법체계보다는 정신보건체계로 들어갔을 개연성이 크고, 또한 그들의 범죄가 노출이 안 되었을 가능성도 크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의 범죄율, 특히 흉악범죄율이 그렇게 가공할 만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신질환자의 범죄는 다른 유형의 범죄에 비해 관리를 충분히 한다면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관리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정신질환자들의 적절한 평가와 대책 필요

십수년 전부터 서구에서는 정신질환자의 범죄 행위나 폭력에 대해 과학적이고도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이러하다. 첫째,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일반사회인들보다 폭력을 약간 더 일으키지만 그 정도는 그렇게 크지는 않다. 즉 폭력의 다른 위험 요소들인 10대나 20대와 같은 젊은 남자들의 폭력리스크, 사회경제적인 박탈감이나 소외감을 갖는 사람들의 위험도보다는 낮다. 둘째, 정신질환자들에 의한 폭력의 대상은 대개 가까운 가족이다. 셋째, 정신질환 자체의 리스크 보다는 알코올 중독과 같은 물질남용,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같은 인격 파탄의 폭력리스크가 훨씬 높다. 넷째, 정신질환을 앓았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 현재 망상, 분노의 감정 같은 활동성 증상이 있느냐가 폭력을 휘두르는데 더 중요하다. 다섯째, 정신질환과 폭력의 인과관계는 분명하지 않으나,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사회경제적으로나 가족으로부터의 소외감이 강화됨으로 인하여 폭력이 증가하는 면이 분명히 있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신질환자들의 범죄를 막연히 무서워할 것은 아니지만 지금, 현재의 활동성 증상을 적절히 평가하고 치료해야 하며, 그들의 분노나 소외감을 누그려 뜨려 줘야 할 것이다. 다행하게도 효과적 약물 치료와 정신치료의 발달로 심각한 증상을 장기간 완화시키는게 가능해졌다. 하지만, 정신과와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이 없어져야만이 정신의학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치료를 받을 수 있다. 1995년 제정된 우리나라 정신보건법의 총칙에서는 정신질환자는 최적의 치료를 받아야 하고 차별대우를 받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편견의 불식이야말로 범죄 예방의 첩경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