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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월 읊는 행복한 레코드 가게 주인

정신과 전문의 출신 박종호 씨

  • 입력 2003.10.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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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풍월당은 아침시간이라 오픈 준비에 분주한 풍경이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앞서 “풍악 좀 울려주세요.”라는 가게 주인의 큐싸인이 떨어지자마자 잔잔한 클래식 피아노 선율이 가게 안에 넘실거린다. 여기에 진한 커피향이 곁들여지고 풍월당 레코드 가게 주인 아저씨와의 인터뷰는 시작되었다. “전 이제 의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단한 사장님도 아니에요. 그냥 동네 레코드 가게 주인이죠.” 누구나 듣고 싶어하는 대단한 수식어들을 뒤로하고 그저 웃으며 레코드 가게 주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박종호 씨. 그의 웃음엔 행복이라는 단어가 묻어난다. 정신과 개업의로 10년, 의사라는 직업을 미련 없이 접은 그는 오랜 소망이었던 국내 최초 클래식 전문 레코드 가게를 열었다. 어렵게 구해 듣던 클래식 음반을 해외에서 손수 구하다보니 벌써 2만 여장. 결국 전문 레코드 점까지 내게 됐다. 주위의 반대를 무릎 쓰고 최신 유행의 거리 압구정 한 복판에 이름도 ‘풍월당’이라는 퍽이나 언밸런스 한 이름의 간판을 내 건지가 석 달이 조금 지났다. 풍월당(風月堂)... 레코드 가게 이름이 전혀 클래시컬 하지 않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한다. “제가 클래식 음악도 좋아하지만 달과 바람도 좋아해서요. 또 우리 선조들이 자연을 벗삼아 풍류를 즐기던 전통적 모습과 클래식은 참 많이 닮아있습니다.”듣고 보니 풍월당은 편안한 분위기와 함께 고급스러운 레코드 가게 이미지와도 딱! 맞아떨어지는 듯 했다. 오페라 칼럼리스트로도 잘 알려져 있는 박종호 씨에게 의사들이 진료실에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클래식 추천을 부탁하니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 제14번 <죽음과 소녀>를 꼽았다. “환자가 없는 오후 세시쯤 진료실에 앉아 혼자 조용히 들어보세요. 아마 계속 환자가 오지 않았으면... 할 테니까요.”계속 환자가 안 오면 큰일이라며 웃는 그는 자신이 선택한 결과에 만족하며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윤을 남겨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 아닌 그저 자신과 함께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음악과 함께 쉬어 갈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는 박종호 씨. 바람의 자유와 달의 예술, 음악의 여행을 사랑하는 그의 삶에는 여유라는 작은 쉼표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