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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시론] 특허 취득, 인체 안전성과는 무관하다

  • 입력 2003.10.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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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우리는 홍모물처럼 초건강사회에 살고 있나

무병 장수는 모든 사람의 꿈이다. 그러나 현실은 항상 꿈같지 않아서 주위를 둘러보면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그래서인지 우리 사회에 질병 극복이나 건강 유지 관련 정보가 범람한 지는 이미 오래됐다. 홍보물의 내용대로라면 현대의학에서 난치병으로 분류되는 류머티스 계통 질환을 위시해서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신장병, 간염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은 물론, 여러 형태의 무서운 암과 같은 질병은 이미 없어졌어야 한다. 또한 허리 아픈 사람, 특히 ‘고개를 숙인 남자’들이 없는 명랑한, 무병장수를 누리는 ‘초건강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약이 아닌 것이 치료제로 둔갑

현대의학에서 당뇨,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에 투여하는 약품들은 첨단 생명과학의 결정체로, 이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는 최첨단 과학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신 고혈압 계통의 약품을 20여 년 전의 것과 비교한다면, 최신 비행기와 1930년대 비행기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정밀해 치료제로서의 효능은 물론 약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극소화한 최첨단 연구 발전의 몫인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주변에서 각종 의약품처럼 포장된 것들이 활개치고 있는 현상을 지켜보노라면 암담하기 그지없다. 만성질환일수록 적절한 약을 되도록 소량으로 오랜 기간 투여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정밀성과 안전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안전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약이 아닌 약’을 환자들에게 ‘치료제’라며 복용할 것을 권장하는 행위는 실로 무책임하고 위험한 소행이라 아니 할 수 없다.

특허 취득, 안전성 보장 못한다

당뇨병, 고혈압, 간염에 특효라고 선전하는 것들 대부분이 특허 받은 제품임을 앞세워 임상적 효능이 있는 것처럼 포장하고, 임상실험을 거쳤으므로 인체에 부작용이 없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것은, 광고하는 제품마다 매스컴과 언론에 보도 및 소개되었다는 것을 크게 강조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특허를 취득했다는 것은 제품의 제조 방법이나 혹은 제품에 쓰인 원료의 특이성을 인정, 보호받는 것이다. 그리고 이 특허는 보건복지부 산하 식약청이 아닌 산자부 산하 특허청에서 받은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공산품 차원에서의 특허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제품의 차별성이나 특이성은 인정되나, 특허권 취득이 우리 생체에 투여 또는 적용되었을 때 인체 내의 생리·생화학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세 부작용에 대한 안전성은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즉, 제품 관련 특허권 취득 사실과 제품의 인체 생물학적 측면에서의 안전성과는 전혀 별개라는 것이다. 더구나 매스컴에서 소개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은 많은 것을 오도할 뿐이다. 따라서 특허 취득을 생명과학적 안전성에서도 검증 받은 것처럼 오도하는 행위는 우리 국민을 모독하는 부도덕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 현혹 홍보물, 국민 우롱 행위

광고 문구들을 보면 ‘○○가피’는 국내 토종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하늘보배○○○’을 알면 남성이 달라지며 ‘○○그라’가 ‘비아그라’보다 효과가 월등하다며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홍보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첨단 과학이 내놓은 약품인 ‘원조’ 비아그라를 예로 살펴보자. 우리에게 잘 알려진 비아그라는 그것이 인체에 들어가 혈중 속에 있어도 복용한 당사자가 ‘생각’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에 바로 비밀이 숨어 있다. 비아그라의 개발 개념 및 발상이 우리의 고정관념적인 ‘양기’를 높이는 차원의 정력제가 아니라, 그야말로 첨단 생물분자학 기법을 이용해 성적 자극에 의한 뇌의 특정인자가 남자 생식기 내 혈관을 둘러싼 특유의 해면체 근육 조직세포만을 자극해 이완시킴에 따라 혈관이 확장되고, 자연히 혈류량(血流量)이 증가되어 발기부전증을 극복한다는 개념이기에 찬사를 보내는 것이다. 이 약품이 치료제로서 의학적 기여도가 얼마나 높은지는 차제에 두고라도 그 과학적, 논리적 접근 방법에 첨단성과 감동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특허를 취득했을 뿐 약품이 아닌 것을 ‘○○그라’라고 하는 것은 너무도 부끄러운 일이다. 이는 국민을 우롱하며 비과학적인 의식 구조를 갖게끔 오도하는 무책임한 소행인 것이다. 국민 건강을 지키는 데 가장 앞장서야 할 의료계가 눈은 있으되 보지 못하는지, 입은 있으되 말은 하지 않고 있는 것인지 아리송하며, 감독 행정당국의 눈감고 봐주고 있는지, 눈뜨고 모르는 체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태도가 그저 한심하고 염려스럽고 답답하기만 하다. 국민 건강 지킴이라는 참뜻은 어디서 헤매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