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BodyTalk] 나 쓸게요? 길 막으면 쓸려야 하지만..

나는 쓸개다!

  • 입력 2003.10.01 00:00
  • 기자명 emddaily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R]쓸게즙 확인 한번 해 볼텨?내 이름은 쓸개, 담낭이라고도 하지. 두 이름이 좀 언발런스 하지? 난 인체의 거대한 공장인 간에서 붙어사는 주머니 같이 생긴 공장직원이라고 할 수 있지. 간이란 놈이 담즙, 즉 쓸개즙을 만들어서 담도를 따라 나한테 보내면 나는 것을 주머니에 저장하고 있지. 간혹 담즙이라 불리는 그 놈을 내가 만들어 내는 줄 아는 사람도 있는데, 나 그런 능력은 없수. 간이 다 만들어 보내주는 것이지... 에헴,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 용량은 50cc 정도인데 필요에 따라서 더 커질 수도 있고 대개는 5∼10배까지 쓸개즙을 농축할 수 있다우. 난 내 주머니에 그렇게 고이 보관하고 있던 담즙을 음식을 먹을 때, 특히 기름기 있는 음식을 소화하기 위해 담도로 내보내는데 그것은 다시 십이지장으로 흘러들어 가서 지방질 음식을 소화시키지. feel이 안 온다구? 그럼 확인을 시켜주지. 술 엄청나게 마시고 뭐 먹었나 확인할 때, 너무 심하게 확인해서 내장까지 튀어나올 지경이 될 때쯤 말야, 캡슐 알약 속의 가루약을 물에 탄 것 같은 쓴 물이 넘어오기도 하잖아. 그게 바로 내가 담고 있는 쓸게즙이구! 돌, 돌, 돌이 싫어!그런데 만고땡 보직을 받고 있는 내게도 엄청난 고민이 있어. 일명 담석이라 불리는 돌이란 놈이 내 속에서 만들어지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거든. 그럴 경우 난 수술로 제거되어 맹장이란 놈의 길을 따르기도 하지. 나에게는 담즙을 통해 지방을 소화하고 콜레스테롤을 배설해 소화·흡수를 돕는 과정에서 찌꺼기가 낄 수 있는데, 이 찌꺼기가 뭉쳐서 단단해진 것이 ‘담석’이라는 돌 놈이지. 간이란 화학공장은 야속하게도 콜레스테롤이 많아지면 이것을 혈액 속에서 추출해 담즙에 쌓아 놓는단 말야. 그런데 내게로 오는 이 담즙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면 작은 결정을 이루어 내 주머니 바닥에 떨어지고, 이것이 서로 뭉쳐 커다란 담석을 만든단 말씀. 이런 이유로 담석의 80%는 콜레스테롤로 이뤄져 있는 것이지. 이 돌이 담낭염이나 담도폐색증, 담석췌장염, 통증, 황달과 같은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으면 굳이 제거할 필요가 없지만, 담낭용종을 동반한 담석, 거대담석 및 담도폐색을 야기할 수 있는 간내담석증은 제거하는 게 좋기 때문에 내가 수술로 싹둑 잘려 나가버리는 운명을 맞는 거라우. 나를 황천길로 보내기도 하는 돌, 돌이 미워! 그러니 제발 나한테 돌덩이 안 키우려면 과음과 폭식, 기름진 음식 좀 피해 주쇼. 균형 있게 먹고 또 천천히 먹는 게 돌 키우지 않는 길이라우. 그런데 가끔, 같은 돌이라고 요로결석이라는 놈과 혼동하여 이때다 하고 맥주만 무지하게 먹어대는 사람이 있는데, 내 안에 있는 돌은 그래서는 빠지지 않는 짱돌이니까 공연히 헛수고는 마시오. 나 때문에 수난 당하는 불쌍한 놈들돌이란 놈 때문에 잘려 나가는 나도 나지만, 동물들에게 사는 내 친구들은 그야말로 귀한(?) 대접을 받으며 특히 우리나라 몬도가네들의 표적이 되고 있지. 쓴약이 몸에 좋다는 말 때문인지 왜 그렇게 쓸개들을 싹쓸이하지 못해서 안달들인지 원... 산 채로 곰쓸개, 일명 웅담을 쓱싹 하지 않나, 멧돼지에 오소리는 물론이요, 뱀, 물고기, 개 쓸개까지 먹어대니 쓸개 없는 말, 사슴, 코끼리, 낙타, 고래, 물개 같은 놈들은 그야말로 안도의 가슴을 쓸어 내릴 판이니...사실 알고 보면 나란 놈이 정말 정력제라는 근거는 없는데 말이야. 예전부터 나는 ‘담(膽)’이라고도 하여 한의학에서 대담한 용기를 내는 장부로 알려져 있었지. 그러니 ‘담(쓸개)이 크다’는 것은 ‘용기가 많아 대담하다’는 뜻이고, ‘담(쓸개)이 빠졌다’는 것은 반대로 ‘용기가 없고 비겁하다’는 뜻으로 이해 된 것이지. 또 나를 한의학에서는 정신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지어 ‘중정지관’이라 하여 바른 것을 관장하는 기관으로 여겼으며, 그래서 결단력이나 담력 등도 여기서 나온다고 봤다는 거야. 그런데 이건 그냥 한의학적 전체관에서 나온 이론이지 실제 그런 건 아니란 말씀. 그런데 이러한 이론들이 전해져 오면서 쓰디쓴 나를 영험한 약이라도 되는 줄 알고 마구 먹어대는 데, 그건 그냥 오랫동안 내려온 나에 대한 인식에 따른 생각일 뿐이라구. 자존심 강한 국민들이 오랫동안 전해온 용기와 자존심의 상징인 나에 대한 집착이 강해지는 건 이해하겠지만, 동물들이 무슨 죄유. 아무 근거 없는 인간들의 약이 되기 위해 쓸개 달고 태어난 것을 후회하고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