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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가운의 영광

  • 입력 2003.10.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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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드∼자이너의 꿈인가, 백의민족의 전통인가?세계적인 디자이너 앙드레김 선생님처럼 깨끗하고 순수해 보이려는 의도일까요? 아니면 우리나라가 예로부터 백의(白衣)민족인 것을 티내려고 하는 것일까요? 둘 다 정답은 아닙니다만 어느 정도 관련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가장 확실한 답은 청결 유지를 위해서인 것 같네요. 일단 하얀색 가운은 작은 더러움도 쉽게 눈에 띄기 때문에 금방 세탁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기 마련이죠. (제가 짙은 색의 옷만 즐겨 입는 이유를 아시겠죠? 며칠 야근해도 가뿐하답니다.)그렇다고 하얀 가운만 있는 건 아닙니다. 요즘은 초록색이나 하늘색, 주황색 가운을 입은 선생님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거든요. 하지만 공통점은 모두 밝은 톤의 색깔이라는 겁니다. 어두운 톤은 때가 쉽게 눈에 안 띄거든요. 결과적으로 청결유지를 위해서 가운은 흰색을 입기 시작했다는 말이 맞을 것 같습니다. 물론 옛날에는 흰 가운을 입음으로 해서 환자의 상태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는 목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피가 튄다거나 하는 일을 상상하시면 될 듯합니다.의사말고도 하얀 가운을 입고 일하는 사람은 무수히 많습니다. 연구소에 일하는 분들부터 이발소에서 일하시는 분들까지 말이죠. 특히 연구원들은 안전에 대한 목적이 크다고 합니다. 화학약품 등의 구별을 용이하게 하는 색이 바로 흰색이거든요. 의사면 배하고 아니면 사과해라!여하튼 가운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신성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자격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끔 어처구니없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하죠. 동대문이나 충무로 역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으레 노점상들이 자리를 잡게 마련인데요, 가끔 치약이나 이상한 약을 파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왜 쉽게 볼 수 있냐구요? 이 사람들 죄다 하얀 가운을 입고 장사를 하거든요. 점잖게도 호객행위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그저 잘 모르는 어르신들이 의사가 직접 나와서 파나보다 하고 가까이 오면 점잖게 의사인 척 설명을 하곤 합니다.가끔 “의사세요?”라고 제가 물어보면 “누구세요”란 동문서답으로 절 놀라게 하는 그들에게 속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하얀 가운은 정신적 의식적 차원의 의미도 큽니다. 숭고한 의사로서의 마음가짐과 정갈한 자세 등을 상징하기도 하죠. 엉뚱한 사람들에 의해서 하얀 색에 때가 묻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오늘도 가서 물어봐야겠습니다. 정말 의사 맞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