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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시론] 해외 학회 참여에 따른 잡음, 없어야 한다

  • 입력 2003.11.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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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 국제학술대회, 빠른 정보교류의 장

정보를 제공하는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학술대회가 자신이 주장하는 이론이나 새로운 연구방법, 결과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하나의 마당이다. 또 학술대회의 참석자에게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발표자와 심도 있는 의견교환을 나눌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연구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국제학술모임의 중요성에 대해 한마디로 말하자면 바로 새로운 정보의 빠른 습득일 것이다. 연구자나 전문인이 흔히 접할 수 있는 최신판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이나 정보는, 학술지 매체가 가지는 특성상 이미 1년 이상 낡은 것이다. 제출된 논문이 엄격한 검증과정을 거쳐 인쇄물로 나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국제적으로 이름 있는 학술지일수록 그 기간이 더욱 길다. 반면, 학술 모임에서 연구자가 발표하는 연구 결과는 가장 최근 자신의 연구실에서 얻은 실험 결과를 내놓고 직접 토론에 부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 점이 바로 국제학술모임의 큰 생명력이고, 흡입력이기도 하다. 즉, 각종 학술대회가 학문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순기능인 것이다.

상생의 먹이사슬 역할

의료 현장의 예를 들어보면 효능이 뛰어난 의약품이나 첨단 의료 기기는 의료 행위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그러기에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새로 개발된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의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습득은 개개인의 발전이며, 이는 곧 환자진료의 질적 향상과 곧바로 연결된다고 하겠다.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회사의 입장에서 볼 때 학술대회는 자신들이 개발한 새로운 약품이나 최첨단 의료기기에 대한 정보를 해당 전문인력에게 집약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회이다. 때문에 서구 선진국에서는 제약회사 같은 기업들이 의학자들에게 학회 참석 시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은 그 나름대로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의료 전문인은 환자 진료의 질을 높이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의료 관련 산업의 발전적 촉매작용을 함께 한다는 점에서 학술대회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순기능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좋은 의미에서 상생의 ‘먹이사슬’의 한 부분인 것이다

잘못된 먹이사슬의 해석

그런데 이러한 정보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의료 전문인과 제약회사 또는 의료기기 회사와의 관계에 있어서 투명하지 못해 부끄러운 일들이 종종 발생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주 곤욕스러울 따름이다. 교수들을 포함한 의료전문인들의 해외학회 참석에 따른 국내 언론에 비춰진 모습이 안타깝게도 부정적으로 부각되어 있다. 이는 학회 참가 시 제약회사 또는 의료기 회사에서 지원하는 재정규모와 방식이 제삼자들의 눈에 대가성으로 또는 향응성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라고 본다. 즉, 학회참석에 따른 역기능이며 이는 앞에서 언급한 먹이사슬을 잘못 해석한 데서 오는 결과이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움직여 한국제약협회가 중심이 되어 학술 행사 관련 재정 지원을 제약회사간의 공정 경쟁 규약이라는 테두리 아래 대폭 축소 또는 차단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
 
공생적, 발전적 접근이 바람직

무엇보다도 대한의사협회와 한국제약협회가 함께 학문 발전과 윤리성이라는 두 명제를 놓고 사회 문제로 부각된 현안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제약협회가 홀로 마련하는 테두리에서 우리 의료 전문인들의 행동반경이 일방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자칫 잘못하면 정보 제한 및 차단이라는 또 다른 역기능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의 부정, 부패 척결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하기보다는 공생적이며 발전적 차원에서의 접근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두 협회 회원들의 생각이 문제해결의 핵심

 대한의사협회는 한국제약협회가 이 문제를 제약회사간의 경쟁 억제라는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예의 주시하여야 한다. 염려스러운 것은 한국제약협회 산하 대다수의 군소 제약회사들이 대기업들의 학회지원 활동에 위기감을 느끼고 곱지 않게 본다는 것과 많은 협회가 그러하듯 다수 회원들의 불평을 모른 체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우선 학문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제약회사들의 학술지원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울러 두 협회가 학술지원 방법 및 규모에 있어서 향응성을 완전히 배제한 공정성과 투명성을 최대화하는 데 노력하는 것이 바로 두 협회가 각각 자기 회원들을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 무엇보다 어떠한 형태의 지원을 주고받는 두 협회 회원들의 생각과 몸가짐이 문제 해결의 핵심일 것이다. 아무리 엄격한 규정이 마련되어도 우리 또는 내 경우는 예외적으로 다르다라는 생각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지 못한다면 해외 학회 참석에 따른 잡음 또한 없어질 것 같지 않아 심히 염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