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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state Story] 전립선 비대증 Ⅵ : 노인성 질환

  • 입력 2003.11.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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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전립선 비대증이 노인성 질환인 이상 그 수술에 있어서 아무리 조심을 해도 지나치지 않다.
남성이 칠순 가까이 되면 비단 전립선만 커지는 것은 아니다. 성인병에 속하는 당뇨 고혈압및 동맥경화 여러 가지 심장질환 신경계 질환 등이 한두 개씩 동반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수술 중에 합병증이 생기거나 수술 후에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경우를 경험하게 마련이다.
N노인은 제자의 아버지다. 평소 협심증의 병력이 있고 가끔 허혈성 심장질환을 앓았던 터이다. 며칠 전 완전히 오줌이 막혀 입원을 하였고 자식이 의사인지라 병력도 소상히 들었다. 심장질환 때문에 전신마취가 어렵다는 마취과의 보고를 듣고 내시경 수술을 할까말까 망설였다. 오히려 간단한 국소마취로 가능한 수술인 치골상부 방광루 조성술(恥骨上部 膀胱瘻 造成術 배꼽밑을 2∼3cm 절개하고 방광에 직접 도뇨관을 넣는 수술)을 해드리는 것이 안전하지 않을까 하고 제자와 상의를 하였다.
그런데 이 수술을 해드리면 평생 오줌주머니를 차야하고 매일 한번씩 소독을 하고 한 달에 한번씩 병원에 가서 도뇨관을 새것으로 바꾸어 주어야 하니 아무리 수술이 간단하고 안전하다해도 제대로 오줌을 누는 것에 비하면 여간 불편하지 않은 것이다.
N노인의 경우 자식들을 모두 분가시키고 내외가 지방에서 농장을 경영하는데 이 수술을 하면 그 관리가 좀 문제가 되었다. 더구나 제자의 부인 즉 며느리의 눈치를 보니 까딱하다가는 시부모를 모셔야할 지경이니 언짢은 내색이 역력하다.
할 수 없이 심장내과 마취과 의사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척추마취 하에 내시경 수술 즉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을 하게 되었다.
천만다행으로 수술이 무사히 잘 끝나고 며 칠후 도뇨관을 뽑고 오줌을 누어본 환자는 희색이 만면하다.
“권선생! 이렇게 잘 나올 줄 몰랐소! 꼭 회춘한 것 같구려!”
“내일 퇴원하세요! 사과농사 잘 되면 몇 알 보내주시고요!”
“물론이죠!”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퇴원하는 날 아침 심장마비가 일어난 것이다. 다행히 심장마비팀(이 상황은 워낙 촌각을 다투므로 방송으로 알리고 심장내과 심장외과 마취과 의사로 구성되며 방송을 가장 먼저 들은 사람이 환자 곁으로 달려간다)의 신속하고 필사적인 노력으로 겨우 환자를 살릴 수 있었다.
환자가 퇴원하는 날 제자부부에게 한 마디 했다.
“정말 십년감수했네. 새로 태어난 분이니 극진히 모시게!”
은사의 말을 기억한다. 노인환자는 갓난아이와 같이 다루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