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진료는 어머니 같이, 병실은 안방 같이

서울특별시립은평병원 권정화 병원장

  • 입력 2003.12.01 00:00
  • 기자명 emddaily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L]“어딜 보여드려도 자신 있습니다.”권정화 병원장의 목소리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정신과 전문병원인 이 병원이 환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곳인가에 대한 자신감의 피력이었겠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정신질환자는 위험한 사람들’이라는 편견이 틀렸다는 것을 직접 보면서 확인해 보라는 뜻인 것 같기도 했다.사실 입구에서부터 눈에 띈 대형종합병원 못지 않은 깔끔한 외관과 툭 터 있는 개방적인 공간배치는 과연 이곳이 정신과 전문병원인가 하는 의심을 들게 했고, 병원내부에서 느껴지는 웬지 모를 훈훈한 분위기와 각종 첨단 시설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기자가 놀랄 수 있게 한데는 권 원장의 노력이 절대적이었다.1947년 설립된 시립순화병원 내 마약중독자 치료소가 전신인 시립은평병원에 89년부터 몸담고 있는 권 원장은 현재 위치에 병원이 신축될 당시 ‘담을 없애지 않으면 안 된다’는 확고한 주장을 가지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높은 담이 오히려 편견을 부추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왕 만들거면 가장 좋은 장비와 가장 편안한 시설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의지는 이 모든 걸 가능케 했고 현재는 일본 도쿄대에서도 시립은평병원을 벤치마킹 할 정도의 세계적인 정신과 전문병원이 되어 있다. 물론 이런 시설적인 장점만 가지고 명문병원이 된 건 아니다.시립병원이라는 장점 때문에 비용적인 측면에 고민이 덜하다보니 환자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어떤 비싼 약품도 마다하지 않고, 행려병자, 노숙자들도 전문의가 직접 세심하게 진료해왔다. 낮병원을 운영해 심리적, 사회적으로 위축된 환자들이 무사히 사회복귀 할 수 있도록 했으며, 모든 병실의 바닥을 온돌로 만들어 환자들이 자기 집처럼 편안히 뒹굴며 쉴 수 있도록 했다.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배려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녀에게 남은 꿈은 모든 정신질환자들이 편안하게 쉬면서 사회로 다시 복귀할 수 있는 모든 시스템이 이 곳에 갖춰지는 것이다. 불의의 사고로 발목을 다쳐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권 원장, 그녀의 휠체어는 오늘도 쉴새 없이 그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