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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state Story] 전립선 비대증 Ⅶ : 여담

지옥과 천국을 오가게 했던 오줌

  • 입력 2003.1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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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워낙 인고(忍苦)의 역사 속에서 살아온 탓일까. 우리네 할아버지들처럼 인내와 체념의 철학에 젖어있는 분들도 없을 것이다.시골에 살고 있는 A씨(79)는 비교적 부농에다 6남매를 잘 키운 행복한 분이다. 그래서인지 마을에서는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있는 지방유지며 자녀들은 다 서울에서 산다.맏아들이 종합상사의 중역인데 필자의 오랜 친구지간이다. 그 아들이 어느 날 한밤중에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다. 부친이 소변이 꽉 막혀 마을 근처 병원에서 아무리 치료해도 소용이 없어 택시로 모시고 서울에 왔다는 것이다.새벽녘에 응급실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졸린 눈을 비비며 병원을 향했다. 진찰대에 누워있는 노인의 모습은 빈사상태였다. 식은땀을 흘리고 정신은 혼미했으며 아랫배는 마치 만삭의 여인과 같았다.고무로 된 도뇨관(導尿管)을 집어넣으려니 전혀 불통이다. 할 수 없이 금속제 도뇨관을 삽입해 배뇨를 시켰는데 소변이 끝도 없이 나왔다. 다 받으니 무려 1,600cc정도가 아닌가. 큰 정종병을 채우고도 남는 양이었으니 천하장사인들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배뇨를 시키니 A씨는 정신이 돌아오고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그분은 갑자기 필자의 손을 잡으면서 『선생님 오늘 지옥과 천국을 다 보았습니다』고 말했다. 방광이 터지기 직전의 고통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분명히 지옥일 것이다.A씨는 근 5년을 소변 때문에 고생했다는 것이다. 밤에도 서너 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리다가 최근 들어서는 아예 요강을 옆에 놓고 잔다는 것이다. 소변을 보면 마치 가뭄 때 고지대의 수돗물처럼 졸졸 떨어진다고 호소했다.어쩌다 공중변소라도 가면 옆의 젊은이는 바지를 내리자마자 시원하게 일을 보는데 한참 뜸을 들여야 되니 답답하다고 했다. 어떤 때는 금방 소변을 봤는데도 도무지 시원치 않다는 것이다.『할아버지!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년씩 고생하면서 왜 병원에 갈 생각을 못하셨지요』라며 『자넨 뭘 했나』하고 친구에게 추궁했더니 그는 얼굴이 벌게지며 말을 못했다.A씨는 『그게 아냐, 그냥 늙어서 그렇거니 하고 생각했지. 애들 귀찮게 하기도 싫고』라고 말끝을 흐렸다.필자는 『할아버지는 전립선비대증이라는 병인데요. 요즘은 째지도 않고 30대 같이 시원하게 소변을 볼 수 있게 할 수 있어요』하고 위로했다.그 분은 퇴원하는 날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요. 이렇게 시원할 수가 있다니…』라고 말하며 고향으로 간 뒤 그 해 가을 손수 농사지은 쌀 몇 섬을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