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Mental Clinic]정신질환자의 수시적성검사

  • 입력 2004.07.01 00:00
  • 기자명 emddaily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L]교통사고는 인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것이 약 90%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신질환자의 증상 및 관련요인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그 인과적 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할 수는 없는 상태이다. 여러 연구 문헌을 종합해 고찰한 결과도 정신장애와 운전적합성 간에는 일관성 있는 관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신장애보다는 이로 인한 약물남용, 혹은 알코올 남용과 분노, 그리고 공격성과 같은 성격적인 측면을 고려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와 같이 정신질환이 사고의 위험성을 높이는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이견(異見)이 있고, 실증적인 연구결과도 일치된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수시 적성검사제도 어떻게 봐야 하나?우리나라 현행 도로교통법에서는 정신병자, 정신미약자, 간질병자를 운전면허 결격 사유자로 규정하고 있고, 이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지방경찰청장이 실시하는 수시적성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외국의 경우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신질환자가 운전면허 결격사유자로서 수시적성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외국의 운전면허 적성검사제도는 다음과 같다. 미국(유타주)은 운전면허 취득 시 정기적성검사 외에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별도의 수시적성검사제도가 없다.영국은 DVLA(Driving & Vehicle Licensing Agency)에서 적성검사를 담당한다. 적성검사 대상이 되는 정신질환은 경계질환, 정신질환, 알코올 또는 약물복용, 수면장애로 운전면허 취득 후 운전자는 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 DVLA에 이러한 사실을 통지할 의무가 있고, 운전자가 DVLA에 통지하지 않고 계속 운전을 하여 공공에 위험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의사나 제3자가 DVLA에 직접 신고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그 다음 절차는 정기적성검사와 동일한데, 장애가 안정적이고 발전되지 않는 것이라면 유효한 운전면허가 발급되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1∼3년간 유효한 운전면허를 발급한다.독일 정신질환자에 대한 적성검사제도는 운전면허 취득 후 운전자를 치료한 의사는 환자의 건강상의 변화를 기록할 의무가 없고, 운전자 역시 건강상의 변화를 보고할 의무가 없다. 독일에서는 음주운전자와 약물복용자에 대한 사후 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의사의 진단서와 더 이상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제출하여야 한다.프랑스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적성검사제도는 운전면허 취득 전후로 다른 기관으로부터 개인의 정보를 통보 받거나 개인의 의료기록을 검색하는 등의 방법으로 적성여부를 판단하지 않으나 단, 교통사고 혹은 가족이 신고하는 경우와 군입대시 정신질환을 이유로 면제받은 경우에는 적성검사를 받아야 한다.일본은 운전면허 취득 시 적성검사는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정신적 상태와 신체적 상태로 구분한다. 일본은 2002년 6월 1일 도로교통법을 개정하여 운전면허 결격사유에서 정신질환을 제외하였으며, 응시자, 정기적성검사자의 자기신고의 경우 임시적성검사를 실시하고 있다.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고위험군으로 예단하여 수시적성검사를 하는 것을 지양하고 있으며, 실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수시적성검사제도 개선돼야"지난 6월 11일 정신질환자에 대한 수시적성검사제도 개선방안을 위해 공청회가 있었다. 이 날 공청회에는 관계기관, 관계 전문가, 시민단체, 신경정신의학회 등에서 참석해 수시적성검사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개선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수시적성검사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개선하고 과학적인 판정을 위한 의견들이 제안되었다. 수시적성검사 대상자 선정기준으로는 세 가지 안이 제시됐는데, 제1안은 현행기준 내에서 개선, 보완하는 것으로 현행 기준 유지시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진단준거(DSM-IV, ICD-10)를 적용해 체계적인 진단명을 분류하는 것이다. 제2안은 현행 기준에 운전행위 중심의 고위험운전자를 포함하는 것이고 제3안은 운전행위 중심의 고위험운전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음주운전 등으로 면허가 취소된 후 면허취소처분에 불만을 품고 자동차를 몰아 파출소로 돌진하여 신나를 뿌리는 등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은 고위험군에 속하는 성격장애자일 가능성이 높다. 정신질환자도 고위험군에 속한 사람들은 당연히 수시적성검사 대상에 포함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신질환을 앓았다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적성검사대상으로 분류된다면 환자입장에서는 대단히 억울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존재하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지금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사라져 가고 있지만, 대구 지하철 참사를 일으켰던 반신불수의 뇌졸중 환자를 정신병자로 몰아가며 모든 책임을 그에게 돌리던 일이 있었다. 나중에 그는 정신감정을 받았으나 그가 우울증은 있었지만, 일반인이 흔히 생각하는 정신병환자는 아니었다. 엽기적인 사건이 터지면 사람들은 흔히 “정신병자의 짓이 아닐까?”하는 선입견을 갖는다. 언론도 이런 면에서 편견을 조장하는 경우가 많다. 선진국에선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사회활동을 잘하고 있는 환자들도 많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정신질환자가 수시적성검사 대상에 자동으로 편입되는 것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사회 구성원 전체가 조장하는 것이 된다.공청회에서는 현재 수시적검 불응자는 운전면허가 취소되고, 재취득시에도 시험 면제 규정이 없어 주소 이전 등으로 통지서를 받지 못한 경우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 수시적성검사 후 사후관리를 위해 검사 불응 또는 불합격시 일시적으로 면허를 정지시키는 잠정정지제도를 도입하고, 증상의 심각도를 고려해 운전시간, 거리 등을 제한하는 제한면허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개선안이 제시되었는데 보다 합리적이고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수시적성검사제도의 개선이 정신질환자들의 인권신장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에서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