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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관리를 위한 병원 전 체계 및 응급의료센터 진료체계

MERS 사태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 입력 2015.08.10 11:16
  • 기자명 취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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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중순, 작은 불씨로 생각되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ERS)의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세계가 주목하는 재난이 되어 버렸다. 단국대학교병원은 메르스 대응의 최전선에서 악전고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응급진료체계에 대한 제언을 나누고자 한다.

1. 병원 전 정보전달체계

감염병 관련 정보만이 아니라 병원 전 환자정보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전달은 최근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 체계화를 위한 주요한 이슈의 하나이다. 불행히도 메르스 사태 동안 다시 한 번 의료기관간, 정부와 지방정부, 소방, 보건소 등 유관기관 사이의 정보전달에 문제가 발생하였다. 기본적인 의료정보, 주요 사건 정보 전달 체계의 구축과 함께 상시적으로 감염병 관련 정보가 공유될 수 있는 체계가 구축 되어야 한다. 정부 부처도 지방 정부를 포함하여 상-하위 조직 사이의 정보 전달을 넘어서서 유관기관이 함께 의견을 나누고 행동할 수 있는 장의 마련이 필요하다. 민간의료기관과도 이러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핫라인을 구축해야 한다. 단지 장비나 시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법률적인 보완, 동작할 수 있는 매뉴얼의 마련, 담당자의 지정 등이 필요하다.

2. 환자동선 관리, 중증도 분류소 운영

메르스가 절정에 이른 이후 선별진료소의 설치가 늦기는 하였으나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한다. 문제는 평상시 이러한 체계를 유지할 수는 없으나 재난은 갑자기 발생한다는 모순이다. 병원으로 내원하는 환자는 외래 또는 응급실을 반드시 경유하게 되는데 평상시에도 환자의 흐름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과 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미 경북대학교칠곡병원은 병실환자를 위한 면회실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증도 분류구역의 설정과 운영, 인력지원, 지침, 호흡기 환자나 열이 나는 환자가 병원에 내원할 때의 지침과 동선규정, 외래배치 규정 등 개별 병원의 노력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 차원의 표준화된 지침과 지원이 필요하다.

3. 응급의료센터의 운영

우리나라는 앞으로 41개소의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지정, 운영할 예정이다. 지역응급의료센터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이들 센터의 역할이 감염병의 조기 진단과 치료, 확산 방지에 필수적이다. 평상시에도 감염관리를 위한 음압격리실 및 격리구역 운영이 필요하다. 응급의료센터 내원 환자 중 중증질환별 환자 구역 설정 및 운영지침 마련, 소아를 위한 진료 구역과 운영 지침 마련, 검사실 운영 지침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설은 운영하기 위한 의사, 간호인력 운영 지침과 지원 정책의 수립, 수가 마련 등 포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단국대학교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 및 권역외상센터, 국가지정격리병상으로 지정되어 운영하는 격리병실을 소유한 상급종합병원이다. 이번 재난 기간 동안 메르스 발생지역인 평택을 접경하여 두고 코호트 격리가 발생한 아산충무병원을 진료권역에 둔 상황에서 단 한 건의 2차 감염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언론에 ‘평택 경찰관’으로 알려진 중환을 포함하여 국가지정격리병상으로 의뢰된 대부분의 환자가 완치 퇴원하였다. 2012년 7월 받은 JCI 인증, 2014년 말 중부권 최초의 상급종합병원 인증 등으로 안전한 병원임을 인정받은 것이 큰 역할을 하였다고 자평한다. 다행히 단국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는 필수 기준이 아니었음에도 1실의 음압병실을 갖고 있다. 소생실, 중환구역, 관찰구역, 소아구역, 외상센터가 분리되어 있으므로 환자를 질병군 별로 나누어 관리할 수 있었다. 미국 수준의 1인 1실 개념의 응급실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감염의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환경이었기에 긴박한 순간을 넘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여러 가지 대책을 생각하여 보면 재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인력, 시설에 대한 지원, 수가 보전을 통한 진료, 정부의 치밀한 정책 등이 없다면 예고 없이 발생하는 재난을 막을 수 없다. 단국대학교병원이 안전한 병원을 추구하듯 우리나라가 더 안전한 나라가 되기를 기원한다.

최한주(단국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장 ? 권역응급의료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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