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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직하게 일한 뒤 보상이 아름답다”

장성구 경희의대 비뇨기과 교수

  • 입력 2004.08.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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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암을 진단하는데 꼭 필요한 검사인 PSA(전립선특이항원)는 전립선 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 거의 모든 환자에게 해당되는 검사방법이다. 하지만 90년 초반까지만 해도 보험 적용이 안됐기 때문에 몇몇 환자만 검사를 받았다.PSA 검사가 보험에 적용 되도록 발벗고 나선 주인공이 경희의대 비뇨기과 장성구 교수다. 장 교수가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것은 지난 90년 7월. 장 교수가 미국에서는 PSA 검사를 전립선암을 발견하는 중요한 지표로 사용하고 있었다.그때 일을 얘기하는 장 교수의 입가에 쓴 미소가 스치는 걸 보니 당시 과정이 그다지 녹록지 않았던 모양이다.“지금 생각해도 머리가 아팠던 시기다. 공단에서 참고 자료 제출해라, 공문 보내라, 전화해라 등 아마도 100건이 넘는 전화와 공문을 처리한 듯 하다. ‘아 내가 왜 이걸 해서 이 생고생을 하나’라는 후회를 했던 적도 있었다”장 교수가 그렇게 1년의 시간 동안 애쓴 끝에 결국 PSA 검사가 보험항목이 된 것이다. 만일 그의 애정과 노력이 없었더락면 PSA 검사는 아직도 비급여 항목으로 남아 환자들의 부담으로, 그리고 비뇨기과 의사들의 골칫거리로 남아있었을 것이다.스승님! 오 나의 스승님!장 교수는 의사가 임상에 있든 기초과학 분야에서 일하든 원칙을 지키며 우직하게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이런 생각의 밑바탕에는 그의 스승인 김태진 교수(전 경희의대 비뇨기과 교수)와 채수응(전 성균관의대 비뇨기과학교실 교수) 교수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장 교수는 “두 분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몇 안 되는 분들로 내 인생의 사표(師表)가 된 분들이다”라며 “무척 엄격했던 분들인데 그분들 밑에서 과연 내가 견딜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또 나 스스로를 테스트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라고 비뇨기과 의사과 된 이유를 말한다. 그는 또 “경희대 내의 연구시설 등도 채수응 선생님이 1억정도의 돈을 들여 마련해 주신 것”이라며 은사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다.장 교수는 열심히 연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90년 초반부터 지금까지 과학기술논문색인(SCI)에 등재된 논문만도 35편 정도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한다고 하더라도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할 때 연구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하지만 그는 연구를 하는 것이 교수로서 또 비뇨기과 의사로서의 존재 근거라며 연구활동에 강한 의지를 보인다.“우공이 산을 옮긴다”“의사는 평생 공부해야 한다. 의사는 또 자기 환자에 대해 그리고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해 우직하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경제적 보상이 따르고 그렇게 해서 얻은 보상이야말로 정말 아름다운 보상이다”장 교수가 몇몇 젊은 의사들이 경제적 이익에 따라 일부 진료과로 몰리는 현상을 두고 던진 말이다. 그는 쉬지 않고 꾸준하게 한 가지 일만 열심히 하면 마침내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을 믿고 있는 듯 했다. 장 교수는 젊은 의사들이 어떤 분야를 전공하든지 자신만의 큰 원칙을 갖고 커다란 물줄기를 볼 수 있는 눈을 갖기바란다고 덧붙인다.한 해의 반이 훌쩍 지나버린 7월인데도 그는 1월인 양 계획이 많다. 자신이 쓴 논문이 SCI에 등재되길 기대하고 있고, 암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을 바로잡는 행사와 암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이벤트도 기획하고 있다.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진 사람을 주변 사람을 즐겁게 한다고 했던가! 비뇨기과 의사로서 또 한 사람의 인간으로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서 여름의 무더위가 씻기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