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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Clinic]누구나 한번쯤 자살을 생각한다.

누구나 한번쯤 자살을 생각한다.

  • 입력 2004.08.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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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스승인 예수를 배신하고 받은 은화를 다시 성소에 던져 넣고 목을 맨 유다의 자살, Hemingway의 엽총자살, 정몽헌 회장의 투신자살 같은 충격적 사건을 통해 사람들은 자살을 흥미 있고 두렵게 생각하여 ‘왜 꼭 그렇게 죽어야만 했을까’라며 궁금해한다.최근 병원 경영난이 악화되어 경제적인 어려움을 비관한 의사들이 자살하는 경우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에서는 ○○원장과 부인이 함께 치료실에 숨져 있는 것을 간호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또 서울시 성북구 ○○원장은 수술실에서 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기러기 아빠노릇 10년만에 진료실에서 창 밖으로 뛰어 내려 자살로 추정되는 어느 의사의 죽음도 있었다. 또한 재벌 총수나 굴지의 건설회사 사장뿐만 아니라 전라남도 지사, 부산 시장, 파주 시장 등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자살 소식이 들려와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OECD 국가 중 자살률 증가 1위인 나라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1982년 인구 10만 명 당9.4명이었던 자살 사망수가 2002년에는 19.2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10년 전(1991년)의 9.1명과 비교하면 6.4명 늘어 무려 74% 증가했다. 자살 기도자가 자살자의 7~10배인 점을 감안하면 매년 최고 7만 명 정도가 자살을 시도하는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거의 맞먹는 숫자이다. 우리나라 자살사망률은 OECD 29개 국가 중에서 4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보다 자살사망률이 높은 헝가리, 핀란드, 덴마크 등은 대부분 1980년대 이후 자살사망률이 감소추세거나 거의 변화가 없는 반면, 우리나라는 연 평균 자살사망률이 6.43%에 달하고 있어 가장 빠른 속도록 증가하고 있다.자살의 종류와 특징들자살의 종류를 우선 병적 자살과 사회문화적 자살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병적 자살로 우울증, 정신분열증, 성격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의 한 증상으로 자살하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총 자살의 60%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두 번째, 사회문화적 자살로 사회적 환경이나 문화적인 배경과 관련되어 자살하는 경우인데 일본의 가미가제 특공대의 자살, 데모때의 분신자살, 요즘 중동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는 자살 폭탄테러 같은 것이 이 경우에 속하며, 총 자살의 40%정도에 해당된다.대부분의 자살은 지극히 짧은 순간에 일어난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도 일부는 자살일 수 있다. 다만 자살 여부가 불분명할 따름이다.정신건강과 자살과의 관계를 보면 물질남용, 우울증, 정신분열증, 기타 정신장애가 자살의 중요한 요인들이다. 자살이나 자살기도를 수행한 모든 환자의 거의 95%가 정신장애로 진단 받았으며, 그 중 우울증이 80%, 정신분열증이 10%, 치매나 섬망이 5%이다. 정신과 환자들의 자살위험률은 환자가 아닌 사람들에 비해 3~12배 높으며, 그 중에서도 우울증이 자살의 가장 흔한 정신장애로 말기보다 초기에 주로 일어난다. 우울증 환자는 전 국민의 5% 정도며, 전 국민의 20% 정도는 일생동안 한 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추정되고 있다. 정신분열증 환자의 약 10%가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알코올 의존에 빠진 사람도 서서히 몸을 망가뜨려 사망시한을 앞당기는 수가 많다. 실제로 알코올 의존환자들의 15%가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그래서 학자들은 ‘알코올 의존’을 만성 자살(chronic suicide)로 부르기도 한다.자살 심리1917년 Freud는 논문 ‘애도와 우울’에서 “자살이란 자기 자신에게로 화살을 돌린 공격성(self-directed aggression)에서 온다”고 했다.자살의 심리는 앞서 Freud가 설명한 것보다 더 다양하며 개인의 성향, 개별적인 환경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말기 암, 만성 동통 등 건강문제, 가정문제, 경제문제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은 힘든 삶에서 도피하려는 심리로 고통이 없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싶어 자살을 결심하다. Jung은 “자살이란 인생에서 모든 의미를 상실하였다는 강한 느낌을 가진 사람들이 영적재생(spiritual rebirth)을 바라는 무의식적 소망에서 나온다”고 했는데 이러한 소망은 재생을 기약하는 심리에서 비롯된다. 사랑하는 대상의 상실로 인한 고통을 감당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이가 있는 저 세상으로 가서 재회하고자 재결합을 기약하는 심리로 자살을 하기도 한다. Bernfeld는 인간은 자신이 지닌 무의식적 살인충동 때문에 자살한다고 했는데, 이는 반전살인 심리로 자살과 살인은 백지장의 앞뒤 관계와 같다고 보는 것이다. 인생의 어느 중대한 사항을 성취 못했다는 자책감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응징하려는 심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런 심리는 남자에 많다. ‘내가 죽어 줄 테니 너희들도 고통을 당해봐라’는 보복적인 역습적 유기 심리로 타인에 대한 복수심, 적개심으로 인한 자살이 있다. 감정적 차원에서 자기를 이미 죽은 자로 보는 심리로 이런 심리를 가진 사람들은 보통 외견상 우울하다기 보다 무표정, 무감동함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자살은 예방이 중요하다.자살은 예방이 최우선이며, 예방을 위해선 서로에 대한 관심을 갖아야 한다. 어떤 정신병적인 상태에서 자살을 감행할 우려가 있는 경우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 자살과 관련된 생각이나 구체적으로 자살방법을 계획하고 있는지 실제 시도해 본 경험이 있는지 등을 직접적으로 묻는 것은 자살을 부추기는 행위라고 생각하나 실제로는 오히려 자살위험을 줄인다.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며 자신의 현재 힘든 상태와 자살충동에 대하여 외부로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됨으로써 이로써 긴장감을 해소할 수 있으며 이러한 내용의 대화는 실제로 매우 치료적이다.그 사람의 긍정적인 측면을 지적해 주고 자살은 그가 찾고 있는 해답이 아님을 강조하며 자살 후 가족 및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이 겪게 될 고통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가족, 친지, 친구 등 누군가가 가능하면 곁에 붙어 있도록 한다. 그러나 자살을 예방한다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흔히 자살 사고가 일어난 후에 주위 사람들은 “그때 그 사람이 자살을 암시했었그나!”하고 때늦은 후회를 하게 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믿고 있는 가족, 절친한 친구의 경우에서도 자살자가 자살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전까지 징후를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 그리고 자살 의도를 알아채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을 자책하고 사건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는 것으로 왜곡해 받아들여 괴로워하는 경우 또한 많다.자살을 예방한다는 약도 나와 있다. 그러나 이 약을 정신분열증 치료제로 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자살률을 현저하게 낮추는 것일 뿐이다. 자살을 한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말고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사회 전체적으로 이웃에게 관심을 갖고 주변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최근 발족된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자살예방을 위해 전문가들(종교인,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사회복지사 등)이 뜻을 모아 활동하고 있다.자살에 관한 여러 가지 학설이나 이론들은 어디까지나 추론이다. 그러기에 죽음을 택한 어떤 인간의 행동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한 개인이 자살에 이르기까지의 고뇌를 누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자살은 한 개인의 “마지막 자유의지의 표현”이라고 주장하셨던 작고한 스승의 말씀이 항상 마음속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