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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ing & Crime]“의미 없는 병은 없어”

질병은 식사보다 주위의 환경 중요 … 스트레스, 혈전증 유발

  • 입력 2004.1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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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병이란 신체의 생활 기능이상으로 장애가 생겨 활동에 지장이 초래되거나 괴로움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병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단순하지 않다. 그 내막을 알고 보면 모든 병에는 의미가 있으며 그 가운데는 흥미로운 사실이 포함된 경우도 있다. 우리는 모르는 병에는 걸리지 않으며 또 걸렸다 해도 이를 모르고 지내게 된다. 반대로 새로운 병이 발견되면 그 병에 걸렸다는 사람이 급격히 많아진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암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과거에는 암에 걸리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엄청나게 많아져 사인의 제 1위를 암이 차지하게 됐다. 그것은 암의 진단 방법이 발달되지 않았을 때는 말기 암이 되어서야 비로소 진단되고, 아니면 그대로 원인 모르는 병으로 죽어 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암의 진단방법이 놀랍게 발전되었고 또 암의 조기 진단으로 암을 정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점차 보급됨에 따라 그 발견되는 수도 점차 증가되기 때문에 보는 현상이라 하겠다.
한편 병이 발견됨으로써 그것이 구제의 단서가 돼 병이 치유됨은 물론, 몸이 발병 전보다 더 건강하게 회복 되는 경우도 있다. 즉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몸의 불편과 고통이 오랫동안 계속되다 드디어 무슨 병이라는 진단이 내려지는 경우 즉 자기의 병이 무슨 병이라는 것을 아는 것. 그 자체로 안심이 돼 병의 치유가 급속히 진행됨은 물론이고 오히려 병이 생기기 전보다 더 건강해졌다 할 정도로 회복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마치 표류 중에 무인도를 발견한 것과 같은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즉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불안이 계속되는 것은 마치 바다에 빠져 표류되는 것과 같으며 비록 무인도라 할지라도 섬을 발견 표착해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가 있다는 사실은, 병이 있었던 것이 오히려 전환점이 돼 몸이 더 건강해졌다고 할 것이다.

혈액이 응고되기 쉬운 유전자를 지닌 사람들이 있다?
최근 유전자 연구에서 밝혀진 사실로 사람들 가운데는 혈액이 응고(凝固)되기 쉬운 유전자를 지닌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혈액이 혈관 안에서 굳어져 형성되는 혈전(血栓)을 만들기 쉽다.
사인 통계에 있어서 1위는 암이며 2위는 심 질환(心疾患)으로 그 대부분은 심경색증(心梗塞症)이며, 3위는 뇌졸중(腦卒中)으로 그 대부분이 뇌출혈과 뇌경색(腦梗塞)이다. 즉 2위의 심경색이나 3위의 뇌경색은 혈액이 혈관 내에서 응고, 형성된 혈전에 의한 것으로 이 두 질환을 합치면 암의 사인을 웃돌 것이라고 짐작한다.
미국 사람들의 심경색증 발병률은 동양인의 약 4배가 된다. 그것은 콜레스테롤의 과다 섭취, 고혈압, 흡연, 비만, 스트레스(stress) 등이 그 발병의 중요 인자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 특히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스트레스이다.
하와이에 거주하는 동양인들의 심경색증 발병률은 동양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약 배가 된다는 것이다. 즉 일상적인 음식 섭취는 미국인과 꼭 같이 한다 해도 발병률은 미국인의 반 정도이며 특히 주목할 것은 혈중 콜레스테롤 치(値)나 비만의 정도가 같은 사람들을 선택, 비교해도 그 발병률에는 변동이 없었다고 한다. 즉 동양인 : 하와이 거주 동양인 : 미국인의 심경색증 발병 비율은 1:2:4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으로 동양계 사람은 기름진 서양식을 먹는다 해도 자기 주변에 동향의 사람들과 같이 살고 있어 사람들과의 사귐에 조금도 불편이 없는 경우에는 심경색으로 되기 어렵다. 만일 그렇지 않고 그 주변에 동향인이 없어 미국인과 같이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에 있어서는 서양식을 먹지 않고 동양식을 먹어도 심경색으로 되기 쉽다는 것이다.
이것은 식사의 내용보다도 주위의 환경이 심경색 발병에 더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언어소통이 좋고 같은 동향인들끼리 자유로운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에서의 생활이라면 스트레스가 없기 때문에 심근경색도 별로 생기지 않고, 자기 주장이 필요한 경쟁사회인 미국사회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스트레스의 연속이기 때문에 심경색도 생기기 쉽다는 것이다. 즉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는 동향인들과 생활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혈전증(血栓症)이 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고대인의 경우와 비교해 생각해 보면 고대인들은 들라크루아(Eugene Delacroix 1798~1830)가 그린 ‘사자 사냥’(1861)에서 보는 것과 같이 야생동물의 사냥으로 먹거리를 구해야 했기 때문에 전적으로 수렵에 생사를 걸어야 했으며 특히 맹수 사냥 때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만일 사냥 중에 부상을 입어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면 급격한 체력의 저하로 오히려 야수들에게 먹힐 가능성이 많아진다. 그래서 그 당시의 사람으로서는 부상시 출혈이 속히 멈추어 진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자질이었다.
이러한 지혈 현상은 비단 수렵에 있어서만 중요시 된 것이 아니라 다른 부족과의 전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중요시 되었다. 즉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고 출혈이 멈추지 않는 체질이라면 전사할 위험성은 높은 것이다. 따라서 전쟁에 나가 승리를 장담하는 영웅의 자질로서는 출혈이 곧 지혈되는 체질이어야 했다.

과거에는 지혈이 잘되는 체질이 영웅
전쟁에 이긴 영웅에게는 자연 여자들이 모여들게 되고 또 영웅은 자유로이 여성들과 관계를 맺어 많은 자식을 보게 되었다. 이렇게 해 태어난 자식들은 아버지의 응고되기 쉬운 혈액의 유전자를 지니게 되고 이들이 또 전쟁 영웅으로 대를 이어 생존해 왔다. 이른바 응고되기 쉬운 유전자를 지닌 체질이 과거에는 영웅 체질로 군림하였다.
[2L]이런 사실을 잘 표현해주는 그림이 티치아노(Titian Vecellio 1487경~1576)가 그린 ‘카를 5세의 기마 초상’(1548)이라는 그림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 그림을 그리기 1년 전 황제는 뮐베르크에서 프로테스탄트 군대와 벌인 전투에서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그린 것이다. 가톨릭의 수호자임을 자칭했던 황제는 마침내 프로테스탄트군의 슈말칼덴 동맹과 벌인 전투에서 승리했고 그 후 독일의 중. 남부 지역을 모두 정복했다.
이렇듯 용맹한 카를 5세가 실은 통풍(痛風)환자였다. 통풍이라는 병은 맛이 있는 좋은 음식 특히 육식과 술을 즐기는 사람들에 잘 생기는 병으로 혈액 속에 요산(尿酸)이 증가되기 때문에 발병하게 되는데 이 병에 걸리면 대개 고혈압, 동맥경화증, 당뇨병, 허혈성 심질환(虛血性心疾患) 등이 합병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황제와 같은 고관대작, 영웅호걸, 부호 등에서 자주 보는 병이다.
이러한 영웅 체질의 소유자가 현대사회에서는 어떠한가를 살펴보자. 투쟁이 없고 평화로운 사회로 접어든 오늘날에 있어서는 전술한 바와 같은 심경색증. 뇌경색증을 유발하는 나쁜 체질로 전락된 것이다. 즉 과거에는 영웅체질로 높이 평가 받았으나 오늘날에 와서는 나쁜 병을 일으키는 병적인 체질로 전락된 것이다.
이런 혈전을 만들기 쉬운 유전자는 구미인 에서는 약 5% 가량 증명 되는데 그것은 그들의 조상이 수렵 민족이었으며 호전적인 민족으로 전쟁 속에 살아남은 사람들의 후손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한국을 위시한 동남아세아 민족에서는 혈전을 만들기 쉬운 유전인자를 지닌 사람이 증명되지 않고 있는데 그것은 우리 조상들이 낙농국민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평화 애호민족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것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