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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시론]의료계 욘사마는 누구?

황우석 박사, 울산의대 이승규 교수 높이 평가 … 명성보다 환자의 생명에 최선다하는 사람들 많아

  • 입력 2005.01.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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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너무도 많은 편견과 고정관념이 사회의 발전을 막고 있다. 해방 이래 일제의 잔재가 한번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우리 사회는 일본이라고 하면 무조건 우리보다 앞서 있고 우수한 문화를 가진 나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면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면서 “일제 때 일본사람들이 놓은 다리는 몇 십 년이 지나도 끄덕 없다.”며 우리나라를 일본보다 열등한 나라나 민족으로 비하하는 발언을 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것들이 편견이며 패배의식인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 <겨울연가>한 편과 주인공 배용준(욘사마)이 일본인들의 한국인들에 대한 그릇된 편견과 선입관을 완전히 바꿔 놓았을 뿐만 아니라 욘사마가 일으킨 바람은 ‘일본 문화’가 한국사회를 지배 할 것이라는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켰으며 오히려 한국문화가 일본 문화를 지배하고 있는 역현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어떤 질병치료나 의료기술에 대해서도 일본이나 미국만이 우리보다 월등 앞서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일반인들이 많고 심지어 의료계의 일부 인사들도 그러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국내 학자들은 외국의 SCI (미국 필라델피아 시 소재 Thomson ISI라는 과학정보 상업회사가 운영하는 데이터 베이스)에 논문이 실려야만 교수 진급에도 유리하고 이름을 날리는 학자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그러나 SCI에 논문이 실리는 경우는 대부분 약물 임상 실험이나 동물실험을 통한 것들이기 때문에 순수한 인문학적인 업적이나 심리학적인 연구는 아무리 훌륭한 논문을 낸다한들 SCI에 실리기가 어렵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권위 있는 학회지에 실린 논문도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시대를 기대해 본다. 이 시대의 편작(扁鵲)은 누구인가? 지난 12월 초에 세상을 떠난 숭산 스님의 미국인 애제자 현각(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은 “스승께서는 당신에게 제자들이 의지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셨고 항상 스스로 설 수 있도록 가르치셨다.”며 위대한 스승의 입적을 못내 아쉬워했다. 숭산을 추종한 외국인 제자만도 200여명이 넘는다. 의료계도 도에 넘치는 사대주의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의료계에서도 인간배아복제를 발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황우석 박사나 간이식 수술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울산의대 이승규 교수 같은 분은 의료계의 욘사마라고 불려도 부족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분들 때문에 막대한 의료비를 지출하면서 일본이나 미국의 유명 의과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수술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국내 의료진의 시술을 받는다면 이 또한 불필요한 국부유출을 막는 것이기 때문에 앞서 말한 선생님들은 애국자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두 분 선생님 말고도 많은 분들이 미국이나 일본의 저명의사들보다 더 월등한 실력을 갖추고 환자진료에 매진하고 있다. 각광받는 논문을 발표해 이름을 날리고 유명해지는 것보다도 한명의 환자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그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생명을 연장 할 수 있다면 후자가 더 진정한 동양의학에서 말하는 편작(扁鵲)이 아닐까 싶다. “환자는 의사에게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스승일 때도 많다”반면에 우리사회에는 잘못된 편견과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의료계 종사자들도 일부 있다. 자기만이 또는 자기가 하는 의료의 영역만이 최고라고 생각하여 타과에 당연히 자문(諮問)을 의뢰해야 할 환자임에도 계속 붙잡고 있는 경우가 그러한 경우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의료인들이 비난하는 돌팔이와 다름없는 사람들일 것이다. 자격을 갖춘 돌팔이는 진짜 돌팔이 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신경정신과에서는 ‘이런 맥(脈)을 가지고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왔느냐?’라든지 ‘화가 쌓여 열을 식혀야 한다.’는 얘기만 믿고 보험적용도 못 받는 이 약 저 약을 잔뜩 먹고 있는 신경증, 정신신체질환자 심지어 정신증환자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중요한 것은 무엇을 전공했고 어떤 거창한 학위를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고 환자를 대하는 의료인이 어떤 인격을 가진 사람이냐 일 것 같다.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받는 가장 큰 복은 좋은 부모(정서적으로 성숙한 부모)를 만나는 것이다. 바로 된 의사를 만나는 것도 인생에서 또 하나의 큰 복일 것이다. 과거 TV 방송에서 국립암센터에 근무하시는 이진수 박사가 자신이 말단비대증을 앓았으며 자신은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올 때 일어서서 환자를 맞는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이 선생님은 환자를 한 인간으로 존중하는 것 같다. 때로 환자는 의사에게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스승일 때도 많다.우리나라 국민들은 방송드라마로 극화된 허준이나 대장금 같은 내용에 너무나 깊이 암시에 걸려 있다. 서양의학을 전공하는 의사들 중에도 훌륭한 분들이 분명히 많이 있다. 그러나 매스컴에 너무 자주 등장하시는 분들은 환자들에게 많은 시간을 내어주기가 어렵고 명성만 듣고 찾아간 환자들은 크게 실망할 수 있다. 매스컴은 타지 않아도 환자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고 환자의 삶을 올바로 보살펴 주는 이름 없는 수많은 실력가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