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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시론]“의사간 이해의 폭 넓어져야”

개원의사와 의대교수 같은 길이지만 다른 길 … 환자 삶의 질 위해 간극 줄이려 노력해야

  • 입력 2005.0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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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야의 전문직종도 마찬가지이지만 의업(醫業)을 하던 사람이 의업을 버리고 전업이나 전직을 하여 성공을 거두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요즘 삶이 각박해지다보니 자신의 본래 업종을 그만두고 다른 분야에 뛰어들어 일해 본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의사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의사를 그만두고 컴퓨터 산업에 뛰어들어 크게 성공한 안철수 같은 분도 있지만 본래 업종을 바꾸어 다른 일을 시작하다 좌절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의사가 의사의 길을 접고 전업을 하는 현상은 의사인력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자신이나 가족들이 기대했던 어떤 욕구가 충족되지 못할 때 일어난다. 흔히 의과대학 교수들이 정년퇴임 후에도 다른 기관이나 타 대학병원으로 수평 이동을 해서 자신의 신분을 계속 유지하는 분들도 있지만 막상 퇴임해 개원의가 되신 분들의 후일담을 들어보면 “개원가가 이토록 힘든 곳인 줄은 몰랐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교직에서 오래 있다 정년퇴임해 개원의가 되는 교수는 거의 전업(轉業) 수준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퇴임 후 개원해 토로하는 한탄 등은 때늦은 탄식일 뿐 대학에서 수련을 마치고 90% 이상 개원하게 되는 대부분의 후학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흔히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들의 얘기 중에 “병이 나지 말아야지. 병이 나서 병원에 가게 되면 죄인 아닌 죄인 취급을 받는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그 얘기는 좋은 병원의 유명의사를 찾아 갔을 때 인간적인 대접을 받지 못한 쓰라린 경험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반의료계(反醫療界) 정서를 갖게 되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좋지 못한 경험들이 각인돼서지만 단순히 의사들이 일반인들 보다 조금 더 잘 살아서가 아니다. 오늘날 의사들은 평균적으로 볼 때 중산층수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일하는 시간과 업무 강도를 놓고 보면 유명 대기업의 근로자보다 나을 게 없다. 같은 의업(醫業)의 길이지만 거의 다른 직역에 종사한다국민들은 의사들보다 월등히 잘 살거나 높은 사회적 신분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의사들에 대한 만큼의 숨은 적개심을 갖지는 않는다.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여 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일단 병이 나면 의사 앞에서 기를 못 펴고 의사에게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는데 그 상황에서 인간적인 대접을 못 받으면 더욱 화가 쌓인다.그러나 유명 병원의 유명의사들은 너무 바쁘고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봐야 병원에서 바라는 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한 환자에게 도저히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가 없다. 환자가 원하는 만큼의 충분한 문진과 대화의 시간을 갖다보면 고정월급 외에 주어지기도 하는 남들은 다 받는 인센티브는 포기해야 한다. 그러니 짧은 시간에 지극히 짧은 문진만을 받고 각종 검사를 위주로 진찰을 받는 환자들은 불만이 쌓인다. 그래서 양의사들은 마치 공상영화에 나오는 사이보그처럼 무표정하고 무뚝뚝한 의사로 인식되는 반면, 한의사들은 문진 시간이 길고 이것저것 환자와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병세만이 아니고 잡다한 하소연까지 귀담아 들어주는 한의사들이 훨씬 인간의 냄새가 나는 사람이며 인술을 베푸는 의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얼마 전 MBC의 마루타 실험(모 의사가 의료기상으로부터 지방흡입술을 배우고 있는 내용)운운하는 보도를 접한 국민들은 몇 년 전에 방송되어 인기를 끌었던 허준이나 대장금에 투영된 동양의학에 비해 서양의학을 전공하는 의사들을 다른 시각으로 본다. 물론 한의사가 과학적이라거나 양의사가 보다 더 훌륭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환자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도저히 용납하기 힘든 말이 안 되는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한의사들도 있기 때문이다.의대 교수들은 개원의사들이 무슨 세미나나 연수교육을 자체적으로 실시한다고 하면 “개원의사가 뭘 (아나)”하고 우려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개원의사를 경원시하는 경향이 있고, 개원의사는 의대교수들을 학문적으로는 앞서 갈지 모르지만“개원가의 현실을 너무 모르는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원의사와 의대교수가 가는 길은 같은 의업(醫業)의 길을 길이지만 너무 다르며 거의 다른 직역(職域)에 종사한다고도 볼 수 있다. 개원의가 다시 대학에 들어가는 경우는 가뭄에 콩 나는 식으로 있지만 법조 개혁에서 개업하고 있던 변호사가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으로 선임되는 예에서 보듯이 의사들도 개원의가 대학에 교수로 종종 복귀된다면 교직에 계신 분들도 의료계의 실상을 더 잘 알고 현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꿈 같은 얘기다. 대학에 계시는 분들과 개원가에 있는 의사들이 서로 간에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환자들의 삶의 질은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