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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Clinic]만성 불면증의 이해와 치료

50% 정도 신체적 이상으로 발생 … 정확한 진단 후 목표증상 정하고 수면제 사용해야

  • 입력 2005.0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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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유발됩니다. 우울증,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과적 질환의 증상의 일부분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인 원인에 의해서 유발되기도 하고, 내과 혹은 신경계 질환의 부수적인 증상으로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술이나 약물의 복용이 원인이 되거나 교대근무나 시차가 큰 해외여행 끝에 불면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불면증이 단기적이거나 일시적인 경우에는 원인이 되는 상태가 개선이 되면 불면증도 따라서 좋아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라 임상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만성 불면증 환자는 부족했던 잠을 보충하려 한다하지만 만성적인 불면증의 경우는 상황이 많이 달라집니다. 이 경우 불면증의 시작과 관련됐던 스트레스가 해결이 돼도 불면증은 지속되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는 해외여행에서 돌아와 원래의 시차로 적응이 안 되거나 우연히 밤을 새우고 난 후부터 불면증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를 ‘정신생리적 불면증’이라고 합니다. 사실 많은 만성 불면증 환자들은 그들의 불면증이 처음에는 사소한 문제에서 시작됐다고 하지만, 자신의 불면증이 왜 생겼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도 흔히 있습니다. 같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고도 유독 불면증을 심하게 겪거나 우연히 경험한 불면증을 계기로 만성 불면증으로 이행하는 사람들은 평소에도 불안의 수준이 높거나 우울 성향이 있거나 강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이들 만성 불면증 환자들이 보이는 행동적인 특성을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선 지난밤에 부족했던 잠을 보충하려는 시도입니다. 이들은 지난밤에 서너 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고 불안해하면서 부족한 잠을 보충해 피곤함을 피하고자 심하게는 10시간 이상 잠자리에 누워있는 경우가 흔합니다.하지만 오랫동안 잠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게 되면 오히려 긴장되고 각성돼 수면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또한 이들이 밤에 자꾸만 시계를 보고 얼마나 잤는지, 지금이 몇 시인지 확인하려 하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시간을 확인할 때마다 아직도 잠들지 못한 것에 대해 좌절하고 지금부터 잘 자봐야 몇 시간 밖에 못 자니 내일 낮에 어떻게 근무를 하나? 하고 걱정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걱정은 잠을 더 못 자게 하는 원인이 되어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낮에도 방안을 어둡게 하고 잠을 청하지만 막상 잠은 오지 않고, 피곤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활동하지 않으려고 해 점차 일의 능률도 떨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만성 불면증 환자들은 때로는 잠이 올 것 같아서 일찍 잠자리에 들고, 잠이 아예 오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면 늦게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아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기상하는 시간도 불규칙한 양상을 보입니다. 이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사람들이 잠을 보충하고 피로감을 덜려고 시도하는 당연한 행동들이지만, 시간이 가면서 점차 이러한 행동 자체가 수면-각성을 조절하는 뇌의 기전을 방해해서 만성적인 불면증이 지속되는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1L]의지만으로 잠을 청하는 것은 불면증을 이기는 방법 아니다 우리의 뇌 안에는 24시간 주기에 맞춰 활동하는 생체 시계가 있습니다. 이 생물학적 시계는 매일 아침 기상해 눈을 통해 빛이 뇌에 전달됨으로써 그 시간에 맞추어 매일 매일 하루의 시작을 재조정하게 됩니다. 생체 시계는 죽기 전에는 멈추지 않으며 우리가 손목에 차고 다니는 시계처럼 임의로 아무 시간에 맞출 수도 없습니다. 다만 하루에 1~2시간의 범위로 융통성이 있을 뿐인데 이러한 이유로 해외여행에서 시차를 극복하는 데 수일씩 걸리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각에 일어나 밝은 빛 속에서 충분히 활동할 때 비로소 뇌는 매일 그 시간에 맞추어 규칙적으로 수면-각성 주기를 통제하게 됩니다. 불면증 환자들은 간밤에 이루지 못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부지불식 간에 뇌가 지니고 있는 생체 시계의 특성에 반하는 행동을 함으로써 불면증을 지속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비록 불면증의 원인과 형태는 매우 다양하지만 어떤 원인에 의한 불면증이라도 그것이 만성화되는 과정에는 이러한 요소가 개입되게 됩다. (그림-불면증의 인지행동적 개념) 우리가 허기를 느낄 때 식사를 하지 않고 ‘배고프지 마라’고 되뇌이면서 자신의 의지만 갖고 배고픔을 면하려 한다면 누구나 미련한 짓이라고 할 것입니다. 수면은 배고픔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생물학적 과정입니다. 따라서 자야겠다는 의지만 가지고 조바심내며 잠을 청하는 것은 불면증을 이기는 방법이 될 수 없습니다. 불면증에 효과적인 행동치료는 오히려 수면시간을 제한하고 규칙적인 수면시간을 지정해 주어 이를 지키도록 지도하는 것으로, 이는 생체 시계에 의해 조절되는 수면-각성의 기능을 회복, 증진시키려는 것입니다.일률적인 수면제 처방 권고되지 않는다만성 불면증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만성 불면증의 경우 적어도 50% 정도는 스트레스나 정신적인 문제가 아닌 신체적인 이상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수면장애를 진단하는 기법이 날로 향상되어 전에는 알지 못하였던 많은 수면장애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수면 중에 주기적인 사지의 움직임이 나타나 이로 인해 불면증을 겪는 경우가 가장 대표적인 것이며 그밖에도 수면 중에 일어나는 호흡장애, 각성뇌파 활동을 보이는 불면증, 식도역류, 알레르기 등이 불면증을 일으키는 기질적인 수면장애들입니다.따라서 일률적인 수면제의 처방은 더 이상 불면증의 치료로써 권고되지 않습니다. 자세한 병력청취, 수면일지의 작성, 그리고 수면다원검사 등과 같은 면밀한 진단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만성 불면증의 원인을 알아내기 힘들고 따라서 치료도 난관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성 불면증의 경우, 검사 후에 특별히 약물로 치료해야 할 수면장애로 진단된 경우에만 약물처방을 해야 합니다. 특히 정신생리적 불면증의 경우에는 자극통제나 잠자리 시간의 제한, 그리고 규칙적인 수면각성주기의 설정 등과 같은 행동요법과 수면위생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병행돼야 합니다. 수면 중의 호흡장애로 인한 불면증이 있을 때 수면제를 투여하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불면증이라는 증상은 수면제 처방만으로 그리 호락호락하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어떤 질환도 마찬가지겠지만 불면증 치료에 있어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정확한 진단과정을 거친 후 목표 증상을 정하고, 수면제 사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꼭 필요한 만큼만 또한 가능하면 단기간만 약물을 사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