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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필수무기, 부가가치 높이는 최대전략”

병?의원 등 디자인 경력 30년째 맞은 김경진 예우디자인 대표

  • 입력 2016.01.27 09:56
  • 기자명 왕성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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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아름답고 멋진 걸 만드는 게 아니다. 가장 창의적?합리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다. 특히 불황 땐 부가가치 높이기에 꼭 필요한 최대전략이자 돈을 벌게 해준다.”

김경진(60) (주)예우디자인 대표이사(디자인연구소장, 한양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는 “디자인은 조직의 생존과 경영에 직결돼 있다”며 고객(환자) 중심의 병?의원 공간디자인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사활의 기로에 섰던 많은 병?의원과 기업 등이 ‘디자인 경영’을 접목, 다시 일어선 사례가 적잖다”며 “디자인은 경쟁력을 높여주는 필수무기”라고 말했다.

병?의원, 기업 등의 디자인 경력 30년째를 맞은 김 대표를 최근 서울 교대역 부근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영국 마거릿 대처 수상이 각료회의 때 말한 ‘Design or Resign’(디자인을 하라. 아니면 사퇴하라)는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암시하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분야도 만찬가지란 견해다. 환자의 욕구와 정서 변화로 이제 병?의원은 의료공간 기능, 문화공간 분위기, 서비스공간의 이미지를 갖춘 차별화된 치유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성경에 나오는 다윗이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도 장비, 시설투자로 이기는 규모전(規模戰)보다 사람의 감성을 움직였기 때문”이라며 감각적?기술적 전략의 디자인문화도 같은 이치란 시각이다.

병?의원 디자인만 잘 해도 ‘1석3조’

김 대표는 자신이 2012년 디자인작업을 해준 명지병원 사례를 들었다. 고양시에 있는 일산 명지병원은 옥상의 확장공간을 이용한 일반검진센터를 만들면서 2가지 문제로 고민 하고 있었다. 천정을 유리소재로 하려고 하자 현장여건상 설비투자비가 많이 든다는 점, 검진이 끝난 오후의 공간 활용도가 낮아 투자비에 비해 경제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그는 병원 쪽에 디자인개념 중 장애요소를 강점으로 살리는 발상의 전환을 권했다.

결과는 먹혀들었다. 오전엔 일반검진에 알맞은 시설, 오후엔 환자?보호자?직원들 쉼터로 쓰이게 경제적이면서도 효율성 높은 시설로 만드는 개념이었다. 그는 실내조경 숲과 실개천이 흐르는 숲속 쉼터로 콘셉트를 잡아 조경전문가까지 동참시켜 차별화된 아득한 친환경의료공간으로 꾸몄다. 완공 후 병원옥상은 환자, 보호자, 직원들로부터 사랑 받는 곳이 됐다.

소문이 나 TV드라마 배경으로도 활용돼 병원이미지를 좋게 하고 홍보에도 큰 보탬을 줬다는 평가다. ‘좋은 디자인이란 사람과 환경이 서로 사랑에 빠지도록 만드는 것’이란 김 대표의 소신, 공간특성화에 초점을 맞춘 특화디자인 기법, 고객맞춤형 책임시공 경영철학이 성공작을 낳은 것이다. 그는 “병?의원이 디자인만 잘 해도 공간배치효율과 생산성이 높아져 1석3조”라고 말했다. 각종 고정비, 일손(의료진, 직원)을 줄이고 이미지가 좋아져 환자들이 몰려든다는 것이다.

홍익대, 미국 켄사스대(5년제) 출신

홍익대학교에서 학부와 대학원까지 마친 김 대표는 미국 켄사스대학교 실내건축학과(5년제)를 졸업, 1987년부터 John Still Architects & Associates 등 현지기업의 디자인분야 직원으로 4년간 일하다 1991년 귀국,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그동안 펼친 디자인공사 건수는 300여건에 이른다. 미국 커네티컷주, 중국 북경 등지에서 한 30여건을 합쳐 월평균 1건 꼴이다.

그 중 의료분야는 70여건으로 병원, 의원(산부인과, 소아과, 성형외과, 치과, 방사선과 등)을 주로 했다. 명지병원 외에도 미국 뉴브리튼병원, 수원 아주대병원, 포항 선린병원, 전국 주요 요양원, 실버타운, 노인복지시설 등과 호텔, 은행, 증권사, 보험사, 대학, 아트홀, 언론사도 김 대표의 손을 거쳤다. 인천국제공항, 서울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 그룹사 회장 집 등도 공사실적리스트에 들어있어 눈길을 끈다. 지금은 남양주시 지역에 세워지는 메디텔 디자인공사를 맡아 곧 작업에 들어갈 준비에 바쁘다.

이처럼 국내?외를 오가며 30년째 디자인전문가로 활동해온 김 대표는 “현실의 벽이 높고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게 무척 아쉽다”고 지적했다. “경영자들은 만나보면 상당수가 ‘나갈 돈이 많은데 디자인은 나중에 생각해보자’는 식”이라며, “그러나 디자인의 기본은 최상의 것을 얻는 게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얻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디자인분야의 국가공인자격사 제도 신설 △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실질적 도움을 주는 범정부차원의 특별방안마련 등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탈리아, 영국, 미국 등 선진국들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디자인스쿨 만들고 디자인관련 책 낼 예정

김 대표는 “디자인은 종합예술로 미적 감각, 창의력, 실력을 갖추고 각종 법, 규정도 훤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공사 때 시공자, 설계?감리 참여자들에게 용어를 통일해 쓰도록 해 업무효율을 높이고 비용도 줄여 공감을 얻고 있다. 일본 교토 등 공간디자인이 앞선 외국도시와 건물을 돌아보고 우리문화와 정서에 맞는 작품 만들기에도 힘쓰고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디자인스쿨을 만들고 디자인관련 책을 낼 계획이다. 후진들을 키워 맥을 잇게 하면서 인식이 낮은 디자인분야를 활성화시켜 보겠다는 꿈도 꾸고 있다. 생활 속의 디자인 활용법, 중요성, 새 기법을 알리고 가르치는 역할과 고령화시대를 맞아 실버관련 디자인분야에도 적극 나설 생각이다.

<김경진 (주)예우디자인 대표이사 주요 약력>
◇학력=▲홍익대학교 미술대 응용미술과 졸업 ▲홍익대 대학원 졸업(미학전공, 석사) ▲미국 켄사스대학교 실내건축학과(5년제) 졸업
◇사회활동=▲미국 ASID(실내디자인학회) 회원 ▲미국 IBD(상업디자인협회) 회원 ▲MBC ‘선택 토요일이 좋다’ 프로그램 출연(감사패 받음) 등
◇디자인 관련분야=▲미국 John Still Architects & Associates 근무 ▲미국 Russell Gibson Von Dohlen 근무 ▲엘리건스(계선산업 주식회사) 근무 ▲(주)김경진 DESIGN LAB 설립 ▲한양대 건축디자인대학원 겸임교수, 한양대 건축공학과 강사 ▲한국기술교육대 최고경영자과정 강사 ▲SH공사 자문위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