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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시론]“의료일원화, 국민 우선돼야”

국민적 여론 모으고 … 정책으로 대화의 장에서 풀어야

  • 입력 2005.05.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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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방 병원에서 CT를 설치한 것이 불법이라는 행정처분에 대해 한방병원측이 불복, 소송을 제기하면서 수년 전부터 거론돼 오던 의료일원화(양방과 한방의 통합)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의료일원화란 의료는 의학(醫學)과 한의학(韓醫學)이 인간의 생명을 다루고 질병을 퇴치하고자 하는 목표가 같다는 측면에서 하나이므로, 의학과 한의학을 두 개의 독립된 영역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대부분 전통의학을 가지고 있으나 전통의학과 현대의학이 구분돼 시술되는 것이 아니라 의료라는 하나의 체계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한의학과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경우를 보면, 중국의 중의학(中醫學)은 중의, 서의, 중서결합의 등으로 나눠있지만 어느 학교든 기본적으로 양 학문의 기초를 모두 습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짜여져 있다. 따라서 졸업 후 임상실습을 거쳐 취득하는 의사자격증은 통합자격증으로, 진료를 할 때 양 영역의 기술을 모두 활용할 수 있고 의료행위의 제한은 없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도 한방의학은 의료체계 내에서 보완적인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으며, 최근 '동양의학'이라는 이름으로 현대과학에 근거해 효능을 입증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그러나 우리나라의 한의학은 단군신화에서부터 그 뿌리를 두고 한민족 5천년 역사와 함께 해왔다는 철학을 바탕에 두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의료는 지금까지 의학과 한의학이 각기 하나의 축을 이루며 이원적으로 발전해 왔으며 이런 우리의 현실은 다른 나라의 의료체계와는 사뭇 다르다.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는 의료이원화를 단기간에 변화시키려고 의료계가 일방적인 입장에서 논리와 당위성만을 가지고 일원화를 추진한다면 오히려 커다란 벽에 부딪치고 의료일원화는 그만큼 멀어질 수도 있다. “국민의 요구 충분히 확인하는 과정 있어야” 지난 4월 18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 회의에서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현 시점에서 일원화는 적정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한방과 양방 두 개의 의료체계가 있다. 국민 입장에서는 의료서비스 욕구가 동시에 존재한다”며 의료일원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일원화를 이루려면 우리나라 의료의 한 축을 이루어 온 한의학계의 동의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이며 일원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정부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가 당면 과제이다. 그리고 의료수요자인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이다. 일원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이익을 달리하는 두 집단간의 갈등으로 비춰져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의료서비스의 수요자인 국민들이 갖고 있는 요구를 충분히 확인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며, 이원화에 비해 어떠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설명 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일원화가 가진 장점을 합리적인 근거로 제시할 수 있을 때 사회적 여론도 얻을 수 있으며 반대 의견들에 대한 설득도 가능할 수 있다.또한 일원화 추진에 소요될 국가의 비용 부담과 사회적 부담, 정책 준비 상황, 그리고 학제 개편과 이를 추진할 수 있는 학문적 공통의 틀은 어떻게 마련 할 것인가? 등 현 사회가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사회적 준비가 이루어져 있는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한의학계도 민족의학이라는 말만 앞세울 게 아니라 자존심을 갖고 양진한치(洋珍韓治 현대의학 방식의 한방치료) 방식은 기형적인 한의학이며 우리의 전통 한의학은 아니라는 인식 하에 경쟁력을 갖춘 학문체계를 갖추려고 노력해야 한다.의학과 한의학이 본질적으로 같은 목표를 갖고 존재한다는 사실을 공감하고 공통점과 상대의 장점을 제대로 파악해 수용하며 서로의 차이점을 연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중국처럼 복수 면허자에 대한 양쪽 진료허용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치료시기, 방법, 비용 등에 대한 교통정리부터 시작해 보자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이 있다. 일원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적인 여론을 모으고 우리나라 의료발전을 위해 의학과 한의학이 감정적 대립에서 벗어나 논리와 정책을 가지고 대화의 장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