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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박물관 展’에 가다

  • 입력 2016.03.14 13:47
  • 기자명 최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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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박물관은 세계 3대 박물관의 하나이며 1753년 저명한 의사이자 학자인 한스 슬로언(1660~1753)이 평생 모은 골동품과 도서, 식물 표본 등 71,000여점을 기증하여 초기 박물관을 설립하게 되었다.

대영박물관의 소장품이 확장기를 거쳐 급속히 늘어났으며 윌리엄 해밀턴 경의 그리스 도자기(1772), 저 유명한 로제타스톤과 고대 이집트 유물(1802),찰스 타운의 고전 조각상(1805), 엘긴 마블로 잘 알려진 파르테논 신전 조각 (1816)들이 소장품 목록에 추가 되었다. 그리고 1823년에 국왕 조지4세가 부친의 도서관인 왕의 도서관을 국가에 기증 했고, 이 시기에 대영박물관은 세계 도처에 유물 발굴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였으며 이라크, 터키 등의 고고학적 발굴사업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소장품이 늘어남에 따라 새 건물도 확장하여 갔고 전 세계의 문명과 문화, 역사를 한자리에 모아 놓은 세계 최대의 문명사 박물관이 되었다한다. 그 방대한 소장품들은 일반인에 공개된 90개 이상의 전시관과 700만점이란 상상 할 수 없는 방대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 한다.

필자가 영국에 2차례에 걸쳐 박물관을 갔으나 여행 일정 관계로 몇 시간 정도 안내인의 설명만 듣고 수박겉핥기 식으로 동양관과 기타 몇 군데만 대충 본 것이 거의 전부이며 당시도 그 방대한 세계 도처에서 수집한 고고학적 유물들을 보고 너무나 놀랐고 이것들을 다 볼 것 같으면 매일 보아도 평생 다 못 본다는 안내인의 말에 기가 죽어 감히 보고 왔다는 말조차하기 부끄럽다.

대영제국은 한때는 해가 지지 않는 세계도처에 식민지를 가지고 세계를 주름 잡았던 시절도 있었고 당시의 지배로 세계 각국의 국보급 유물들을 영국으로 가져갔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대영제국이 수많은 노략과 수탈과 전리품의 역사를 박물관에서 보는 듯 분개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에 있어야 할 매토푸의 애긴 마블의 일부가 대영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었다. 신전을 복구하면서 영국 정부에 수차 반환을 요구했으나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어디 그뿐이랴 이집트의 방대한 유물들은 오히려 이집트 박물관 보다 대영박물관이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웃지 못 할 현실에 실소를 금할 길 없었다. 필자가 중국에 갔을 때 실크로드의 돈환 막호굴에 있는 수많은 유적들을 세계 각국들의 고고학을 빙자한 약탈자들이 벌 때 같이 달려들어 뜯어가고 중요한 불상, 서적들도 문명국의 손에 넘어갔다.

그 불상이 놓인 빈자리에 아래와 같이 쓰여 있다. ‘여기 있는 불상은 미국 도둑놈들이 훔쳐가 현재 미국 하버드 대학 박물관에 있다’는 푯말을 보았다. 미국사람이 이 푯말을 보았다면 그들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하기야 우리나라 문화재들도 일본의 침략으로 일본으로 가지고 가 아직도 반환하지 않은 게 수도 없이 많은 것으로 생각하면 국력이 약함을 통탄하며 자기 문화재도 지키지 못하는 약소국의 비애를 박물관을 다니면서 뼈저리게 느끼며 살아왔다.
 

허나 그런 문제를 떠나 인류문화의 유물을 세계인들이 자유스럽게 보았을 때는 어디에 있든 간에 그런 아픈 생각을 뒤로 미루어지고 보고 느끼며 공유함으로서 다소나마 위안을 받는다. 오늘 이 전시는 그 많은 소재 중에 영원한 인간(Human Image) 제호 아래 인류문명에서 영원불멸의 주제인 인간을 테마로 전 세계, 전 대륙을 아우르는 조각 및 회화 등 총 176점의 유물을 선보인다고 하며 영원한 인간 - HUMAN IMAGE. 인간은 자신의 이미지를 상상함으로써만 외부 세계에 자기 존재를 정립 할 수 있으며 모든 동물 중에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미지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고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외부 세계와 관계를 설정한다.

고대 이집트 미라관과 그리스 신상부터 피카소와 마티스의 드로잉, 현대 사진 작품까지 선보인다고 하니 대영 박물관이 보유한 방대한 유물의 축소판이라고 주최 측은 장담하고 있다. 인류가 수천 년 간 이룩해 놓은 문명의 정수를 한자리에 볼 수 있다니 들어가면서 큰 기대에 가슴 설레었으며 세상을 이해하는데 좀 더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며 인류문화를 확인하는 좋은 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인간은 지금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모든 기술과 재료를 동원해 자신의 이미지를 표시해 왔다. 최초로 3~4만 년 전에 알프스지역의 동굴에서 사람과 동물을 조각한 반인 반수의 형상을 조각한 상아작품들이였다. 현대인간들은 집에서나 매순간 수많은 이미지들과 맞닥트린다. 미술은 물론 tv, 영화, 인쇄 혹은 디지털 매체들이 끊임없이 우리에게 전달한다. 이번 대영 박물관도 세계의 물질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훌륭한 컬렉션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번 전시는 여러 문화권과 시공간을 가로질러 다양한 초상미술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고 있다. 모든 예술가들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간 지식의 결집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인간의 투영이자 우리의 현재 모습의 모델이기도하다. 전 전시품들이 대부분 복합적인 상징과 영상, 의미를 극 사실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된 작품들을 감명 있게 보여 주최 측의 노고에 고마움을 느끼며 전시장을 나왔다. 필자의 저서 중 ‘세계 문화 기행 시’ 중에 젊은 날 영국 여행 중에 쓴 기행시 ‘대영박물관’을 여기에 상재하고 싶다. 허나 지금은 당시 느꼈던 대영박물관에 대한 혹독한 비판의식은 많이 사라지고 대영박물관이 우리 인류 문화에 이바지한 공로에 경의를 표하는 심정이 보다 많다는 것을 고백함으로써 이 지면을 통하여 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