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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자기관리 잘하는 것이 ‘있을 때 잘해’의 지혜!

  • 입력 2016.03.14 13:59
  • 기자명 왕성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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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실패한 오승근, 아내 김자옥 권유로 취입해 히트
태진아 등 주위사람 도움, 가수은퇴 17년 만에 재기 성공한 노래

'있을 때 잘해’(이건우 작사, 박현진 작곡)는 ‘내 나이가 어때서’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가수 오승근(1951년 12월 20일생)의 빅히트곡이다. 4분의 4박자 트로트리듬으로 노랫말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부모, 아내, 연인, 벗 등을 떠나보낸 뒤 뉘우치지 말고 노래제목처럼 살아있고 가까이 있을 때 잘 하라는 가르침의 가요다. 특히 1980년대 중반 가요계를 은퇴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던 오승근이 가수로 재기, 오늘이 있게 한 수호천사 같은 곡이기도 하다. 북한사람들도 즐겨 부르는 ‘있을 때 잘해’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북한무역업자들이 그곳 노래방에서 태진아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와 함께 단골로 애창한다.

2001년 취입, 성인가요 7주 연속 1위
노래가 만들어진 건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승근이 사업을 하다 어려움을 겪던 어느 날 아내(고 김자옥 / 1951년 10월~2014년 11월 16일, 부산출생, 폐암으로 작고)가 “젊었을 때 노래를 했으니까 노래를 다시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힘든 사업을 접고 가요계 컴백을 권한 것이다. 때마침 김자옥이 가수 태진아와 함께 ‘공주는 외로워’란 곡을 내고 연예계 활동을 하고 있던 때였다. 태진아가 오승근을 적극 도왔고 김자옥도 남편홍보에 나섰다. 오승근은 “사업은 이제 죽어도 안 하겠다”며 2001년 취입한 노래가 ‘있을 때 잘해’다. 음반이 나오고 방송전파를 타자 반응은 아주 좋았다. 경쾌한 멜로디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대중적 노랫말로 히트한 것이다. 아이넷TV 성인가요 7주 연속 1위란 기록을 남겼다. 오승근은 이 노래로 큰 인기를 얻으며 가수로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아 재기에 성공했다. 오랜 공백기가 있었지만 타고난 구성진 목소리와 성실함, 매너 있는 언행과 아내 등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도움 덕분이기도 했다.

‘있을 때 잘해’ 노래가 크게 히트하자 같은 제목의 TV드라마도 방영됐다. MBC가 아침 프로그램으로 2006년 7월 17일~2007년 3월 9일 내보낸 이 드라마(169부작)는 외도한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주인공 주부캐릭터가 어려움 속에서도 씩씩하게 새 사랑과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려 여성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얻었다. 여성들이 그늘에 가려진채 겪는 이혼과 그 후 문제점, 후유증, 마음의 상처를 짚었다. 부부가 서로 맞지 않아 갈라서는 건 결혼관계를 끝내는 것이지 둘 사이 태어난 자식들과의 관계를 끝내는 게 아님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있을 때 잘해’ 노래가 히트하면서 “있을 때 잘해는 평생 자기관리를 잘 하는 것”이란 교훈적 글들이 인터넷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쏟아졌다. 석가모니는 “사람은 세 가지 착각과 교만에 빠져 살기 쉽다”고 지적했다. 젊었을 때 늙지 않을 것 같고, 건강할 때 병들지 않을 것 같고, 영원히 죽지 않을 것 같은 착각과 교만에 빠져 살기 쉽다고 했다. 따라서 젊었을 때 노후준비를 잘 해 건강하고 아름다운 노후를 맞도록 해야 한다”며, “이승에 살면서 영혼관리를 잘해 죽어서 갈 저승세계(영혼세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소 자기관리를 잘하며 사는 것, 이게 ‘있을 때 잘해’의 지혜란 얘기다.

노래주인공 오승근은 일찍부터 가수의 길을 걸었다. 비틀즈(Beatles, 영국의 록밴드)를 흠모해 가수를 꿈꿨던 그는 서울고 재학 때인 1968년 17세의 나이로 홍순백과 노래그룹 투 에이스를 만들어 가발을 쓰고 미8군 무대에 섰다. 1975년 임용재와 만나 그룹이름을 ‘금과 은’으로 바꿔 ‘비둘기 집’, ‘처녀 뱃사공’으로 인기를 얻은 그는 MBC 10대 가수상, KBS 최우수 남자가수상 등을 받으며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던 중 1979년 ‘금과 은’이 해체되면서 1980년 솔로가수가 돼 홀로서기를 했다. 직접 작곡·작사한 ‘사랑을 미워해’로 활동하다 2001년 ‘있을 때 잘해’를 발표, 트로트가수로 복귀했다. ‘빗속을 둘이서’, ‘떠나는 님아’, ‘장미 한 송이’, ‘잘 될거야’, ‘사랑하지만’, ‘내 나이가 어때서’ 등 히트곡이 많은 그는 1984년 인기배우 김자옥과 재혼해 눈길을 모았다.

1997년 외환위기 때 70억 원 빚더미
오승근은 김자옥과 부부가 되면서 가요계 은퇴를 선언,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은퇴 후 결핵늑막염을 앓으면서 아버지의 건축인테리어사업을 물려받아 잘 나갔던 그는 1990년대 초 업종을 여행 쪽으로 바꾸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1997년 외환위기 땐 70억 원의 빚더미에 앉았을 정도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8년 5월 우연한 기회에 받은 건강검진 때 오승근·김자옥 부부는 “대장암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초기였던 암을 빨리 발견한 두 사람은 나란히 수술을 받아 오승근은 완쾌했으나 김자옥은 재발판정을 받아 6년간 4번의 큰 수술을 받아야했다. 투병 때도 드라마, 연극, 예능분야까지 뛰었던 김자옥의 병세는 갈수록 악화됐다. 보행보조기구 없이 움직일 수 없게 된 그녀는 결국 2014년 늦가을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김자옥은 평소 말하는 걸 좋아 했고 오승근은 듣는 것을 좋아했다. 두 사람은 만난 지 3개월여 만에 부부가 돼 서로의 버팀목이 되며 30년을 함께 했다. 둘 사이엔 큰딸 오지연(연세대 종교음악과 전자오르간 전공, 대학원 졸업), 아들 오영환(캐나다 밴쿠버 음악전문대 졸업)이 있다.

올 1월 16일 방송된 KBS-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프로그램(오승근&조항조편)에서 3인조 걸그룹 퍼펄즈(Purfles)가 ‘있을 때 잘해’를 선곡, 노래소개영상에서 오승근-김자옥 부부가 이 노래를 함께 부르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행복해 보이는 둘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많은 중년층으로부터 인기를 얻어 트로트가수로 입지를 다진 오승근은 한때 경기도 부평과 백운호수 부근에서 라이브카페를 운영하기도 했고 2003년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수완 아버지 역)에도 출연한 적 있다. SBS 김태욱(1960년 7월생) 아나운서와는 처남 매형 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