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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Clinic]절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리

충동조절 실패는 성격, 무의식, 환경과 관계 … 정신과 치료 별도 필요

  • 입력 2005.05.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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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 사회는 충동이란 병이 유령처럼 떠도는 사회가 아닐까. 한국사회에서 절제심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요즘 대화중 순간적으로 끓어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상대에게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을 숱하게 볼 수 있다. 음주 운전 단속에 화가 나 승용차를 몰고 파출소로 돌진하는 사람,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르는 사람, 또 카드 빚 때문에 가정이 파탄나고 심한 경우 더 엄청난 사건으로까지 진행된다. 인터넷, 도박, 섹스, 쇼핑, 마약 등에 빠져 생겨난 문제를 해결하려고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파탄의 길을 걷는 사람들에 관한 뉴스를 거의 매일 TV나 신문에서 만난다. 앞에서 열거한 사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제 또는 절제를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이며 비극이다. 자제는 감정조절과 관계되는 것이고 절제는 어떤 욕구를 조절하는 능력을 뜻하는 것으로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정치인들은 조금만 숙고하면 하지 않을 막말을 충동적으로 해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순간적 말실수로 공직에서 물러나는가 하면 감옥에 가는 사람도 생기고 있다. 최근에는 다소 뜸해졌지만 대통령이 직접 ‘맞장’뜨는 것을 봐야했던 국민들은‘좀 절제 할 수 없을까’하는 생각을 갖곤 했다. 정치인들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마치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 같아 불안하고 짜증스럽다.죄 없는 아이들을 겨울 강물에 던지는 아버지, 식구들에게 동반자살을 강요하는 가장,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살용 약을 구매하는 젊은이들. 모두 순간적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벌어지는 일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이나 충동을 절제하지 못하고 어떤 행위(예: 카드 빚 얻어 쓰기) 후에 가족 붕괴나 심한 경우 자살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심심찮게 언론에 보도되는 바, 이는 국가의 무책임한 정책판단이 책임의 하나일 수 있다. 돌아보면 지난 날 정부의 카드 정책은‘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국민성에 불을 질러 수많은 사람들을 신용불량자로 만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은 정부가 취하는 어떤 정책으로 인해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는 인과관계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에서 무분별하게 카드남발을 부추겼다 하더라도 카드를 만들어 절제하지 못하고 마구 사용해 파탄에 이르느냐, 또는 절제를 통해 적절하게 사용하느냐는 전적으로 그 개인의 몫이라 볼 수 있다. 절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앞서 말한대로 어떤 충동이 조절되지 않기 때문에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뇌에 문제가 있으면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는다의학적으로 충동은 뇌에서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변연계에서 생긴다. 변연계는 흔히 감정중추라고 한다. 우리는 흔히‘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하지만 뇌에 문제가 있으면 마음먹은대로 잘 되지 않는다. 마음은 한의학에서 말하듯 심장에 있지 않고 뇌(腦)에 있기 때문이다. 원래 충동은 뇌에서 이상적 판단을 주관하는 전두엽과 변연계의 상호작용에 의해 조절된다. 절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런 통제시스템이 말을 잘 듣지 않는 경우라고 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사회 문제를 야기한 경우 충동조절장애라고 부르게 된다.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고 충동을 행동화하는 원인으로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경전달물질이란 뇌의 한 신경세포에서 다른 신경세포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화학물질로 자극이 주어질 때 특수한 신경전달물질을 다량 분비한다. 그 중 하나인‘도파민(dopamine)’은 인간이 온갖 종류의 쾌락을 느낄 때 분비되는 쾌락 시스템의 핵심이다. 도파민의 분비량이 과다 분비되면 환각, 과대망상 등이 나타나며 술, 마약 등 특정 자극에 대한 욕구와 충동이 강해진다. 충동을 잘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유전적으로 도파민 분비 체계가 취약하다는 것이 정설이다.또 다른 신경전달물질로는‘세로토닌(serotonin)’을 꼽을 수 있다. 세로토닌은 충동성에 관여하며 과다 분비되면 욕구가 만족될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지 못해 안절부절 못하게 되며, 공격적이고 충동조절 장애를 일으켜 절제할 수 없도록 만든다. 폭식 환자들을 위해 개발된 식욕 억제제‘리덕틸’은 이러한 세로토닌 분비를 제한한 대표적 약물이다. 충동조절의 실패를 유전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며, 뇌의 측두엽이나 후두엽에 부분적인 손상을 입은 경우에도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의력 결핍, 불안, 우울증, 과잉행동증후군 등이 있는 사람도 충동을 제어하는 능력이 부족해 각종 중독에 걸리기 쉽다. 충동성, 부모의 양육방법과 교육, 주변환경 통해 영향충동조절장애를 심리학에서는“무의식(이드)이 자아를 뚫고 치솟아 초자아(이성·도덕률 등)를 반복적으로 위반하게 만드는 것”이라 설명한다. 즉 본능적 욕구가 강하거나 이런 욕구에 대한 자아방어기능이 약화되면서 고조되는 긴장을 감소시키기 위해 충동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초자아 및 자아의 약화는 아동기 박탈로 인한 심리적 외상과 연관이 있다는 게 학자들의 얘기다. 남성은 간헐적 폭발성 장애(합당한 이유 없이 불시에 반복적으로 분노를 폭발시키는 것), 섹스 중독, 방화 등을 여성은 폭식, 절도, 쇼핑 중독 등을 많이 보인다. 술을 절제하지 못하는 알코올 중독은 음주 행동 때문에 직장, 학교, 가정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몸에 해로운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술을 마시거나 음주 후 반복적인 법적 문제를 일으키며, 주변사람들과의 문제도 반복해서 생긴다. 알코올 중독의 경우 술을 갈망하는 뇌 속의 한 부위가 억제되지 않아 결국 계속해 술을 찾게 된다. 술은 중추신경계를 마비시키며 뇌의 활용(인식, 기억, 판단, 추상 등의 고등능력)과 언어능력(의사소통을 통한 정보교류)에 문제를 일으킨다.쇼핑을 절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상당수가 가정에서 소외감을 느낀다든지 고독감, 상실감, 우울증, 자신감 결여, 애정결핍 등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으며, 상품을 마구 사들인 뒤 자기가 무엇을 샀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결국 돈 문제까지 유발한다. 그러다 쇼핑을 못하면 불안, 두통, 우울, 소화불량 등 심리적·육체적 부작용을 겪게 된다. 도박을 하고 싶은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고 반복적, 만성적으로 도박을 하는 것이 도박중독이다. 도박중독은 도박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많은 돈을 걸고 빈번하게 도박을 하며, 도박할 때의 흥분을 증가시키려고 내기에 거는 돈의 양이 많아짐은 물론 도박을 할 수 없게 되면 불안정해지고 짜증스러워진다. 사회적, 직업적 업무에 소홀하게 되고 도박으로 늘어난 빚을 지불할 능력이 없음에도 도박을 계속하는 증상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충동성은 태어날 때부터 결정되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양육방법과 교육, 주변환경에서의 경험 등을 통해 형성되고 영향을 받게 된다. 충동조절의 실패는 성격, 무의식, 환경 등과 유기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에 약물치료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정신과 치료가 별도로 필요하다. 무엇이든지 넘치면 부족한 것 보다 못하다(過猶不及)는 말이 있듯 우리의 삶에는 절제가 필요하다. 노예도 현상에 만족하고 있으면 자유로운 인간이고, 자유로운 인간도 현상에 만족하고 있으면 노예가 된다. 절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충동에 사로잡혀 사는 노예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