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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시론]“환자의 고통 이해하는 마음 있어야”

국민적 여론 모으고 … 정책으로 대화의 장에서 풀어야

  • 입력 2005.06.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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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 중앙고용정보원은 노동시장 관련 정보를 관리하고 제공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이다. 그 곳에서 내놓은 정보엔 상당한 공신력이 실릴 수밖에 없다. 그런 중앙고용정보원에서 약사를 ‘환자나 보호자를 대상으로 치료와 건강유지에 관한 상담을 하는 사람’이라고 기술한 책자를 전국적으로 배포해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전국 중·고등학교 진학상담 교사와 경제 및 노동 정책 입안자·직업상담 전문가·기업체 인사담당자 등에게 이미 배포한 6,000여권의 책자에 약사를 ‘환자나 보호자를 대상으로 치료와 건강유지에 관한 상담을 하는 사람’으로 기술했다. 중앙고용정보원의 단순한 실수로 보기에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는 오랜 동안 약국에서의 일차 진료를 허용한 왜곡된 의료체계를 유지해 온 탓에 의사와 약사의 직능에 많은 혼선이 있었다. 조제위임제도(의약분업) 시행 이후 의사와 약사의 기능과 역할에 분명한 선이 그어졌지만 약사의 진료 행위는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국민들의 잘못된 의식도 약사들의 진료행위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2월 22일 여의도 63빌딩 앞 한강고수부지에서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 결의대회’를 개최했고 이 자리에서 김재정 의사협회장은 “모든 환자에게 똑같은 약을 투약하도록 강제하고 환자를 보다 빨리 낫게 하기 위해 비싼 약을 쓰면 의사 진찰비를 깎는 현행 제도 하에서 의사가 제대로 된 의술을 펼치기란 불가능하다”라고 선택적 의약분업을 주장한 바 있다.선택적 의약분업은 병·의원이 외래환자에게 줄 약을 직접 조제할지 약국에 맡길 지를 결정할 선택권(조제위임권)을 주자는 것. 의사협회는 국회에 의약분업 평가위원회를 구성, 국민의 입장에서 불합리한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도 추진하려고 했으나 정부와 대한약사회는 어렵게 정착된 의약분업 제도의 근본을 허물어뜨리자는 것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고, 건강보험공단 전국사회보험노조도 민주노총 등과의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심하게 반발했다.“잡탕의학 심한 말 아니다”우리나라는 아직도 전근대적인 의료제도와 현대의학이 뒤범벅이 된 의료시스템이 여기저기에서 작동되고 있다. 특히 의약분업이 시행된지 5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도 의료인이 아닌 사람들에 의한 도저히 묵과하기 힘든 진료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 그런가 하면 한방에서 양방의료기기를 연구 목적 이외에 진료행위에 공공연하게 쓰고 있는 현실이다. 대한내과의사회 장동익 회장이 이를 일러’잡탕의학’이라고 심하게 표현했지만 일리가 없지 않다. 골병드는 것은 결국 환자 뿐이다.현행 약사법 제 21조 ⑤항-③호에 의거“정신분열증 또는 조울병 등(等)으로 인하여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우려가 있는 정신병환자에 대해서 조제하는 경우는 의약분업 적용 예외 대상으로 하였으며, 이에 대한 판단은 환자의 진단명에 의해서가 아니라 진료 당시 환자의 상태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 대한약사회에서는 지금까지 5년 동안 합법적으로 적용된 약사법 21조 ⑤항-③에 대해 심사평가원에 재심의를 요구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얼마 전 이은주라는 유명한 여배우가 느닷없이 자살해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였고 배우의 자살 원인이 우울증이라고 하자 각종 언론 매체에서는 우울증에 대해 연일 보도를 하며 경각심을 심어주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 자살과 우울증에 대한 각계의 관심이 컸었다.그러나 자살은 직업·사회적 수준·교육수준 ·종교 등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며 과거부터 있어 왔던 사건이다. 지난해 정몽헌 회장의 투신자살, 재벌 총수나 굴지의 건설 회사 사장뿐만 아니라 전라남도 지사, 부산시장, 파주 시장, 전(前)대법원장 등 우리나라 지도층 인사들의 자살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으며, 평균 48분마다 한 명꼴로 자살(自殺)이 발생하고 있다. 이상에서 보듯이 자해(가장 심각한 것은 자살)나 타해는 심한 정신질환자만이 아니고 우리 주위에 있는 보통 사람들도 언제나 일으킬 수 있는 사건이다.우리나라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마음이 있다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원내 투약을 받는 일부 환자가 처방전을 들고 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다시 약국을 들러 상당한 액수의 조제료를 추가로 부담하게 하는 발상은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