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Mental Clinic]“도박하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그대로 받아주는 치료적 관계 중요 … 환자와 가족이 사회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 입력 2005.06.01 00:00
  • 기자명 emddaily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L]사람들은 왜 도박을 하는가? 처음부터 돈을 따려고 도박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심심풀이, 재미와 호기심으로 시작했다 이들 중 일부의 사람들이 중독에 빠지게 된다. 도박이 주는 스릴과 쾌감, 이걸 잊지 못하고 발걸음이 도박장을 향하게 된다. 재미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스트레스 해소의 작용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도박이란 때에 따라 심각한 후유증을 낳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의 긍정적 기능도 있다. “중독자는 마음만 먹으면 끊을 수 있다고 우긴다”도박중독자는 크게 자극추구형과 현실도피/적응장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자극추구형 중독자들은 일종의 타고난 도박꾼이라고 할 수 있다. 유전적인 성향도 다소 있는데 성장과정을 들어보면 내기를 좋아하고, 경쟁적이고, 호기심, 모험심이 많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어릴 때 구슬치기, 딱지치기를 한 후 지면 잠이 오지 않았다고 말하는 환자들이 흔히 있다. 그만큼 승부근성이 있다는 뜻이다. 도박을 하는 종류도 비교적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카지노, 경마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즐기는 유형이다. 또한 도박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개 hypoarousal state(저각성상태)를 견디지 못하는 성향이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찾아 나서고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경향이 있다. 에너지는 많은데 이 에너지의 방향이 잘못될 경우 쉽게 중독에 빠질 수 있는 유형이다. 현실도피/적응장애형은 특히 스트레스와 관계가 많은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대개 늦은 나이에 도박을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 도박중독자들이 흔히 이 유형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이혼이나 가정적 문제, 우울과 불안과 같은 환경적, 정서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도박을 하는 동안은 만사를 잊을 수 있기 때문에 쉽게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다. 또한 현실로 돌아온다 하더라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 도박장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자극추구형과 달리 hyperarousal state(과각성상태)를 회피하는 도구로 도박이 이용되는 것이다. 실제 임상에서 도박중독자를 만나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스트레스와 연관된 치료자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치료자가 가장 먼저 염두에 둬야 하는 사실은 치료를 받는다는 자체가 도박중독자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중독자들은 스스로 자신은 중독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스스로 조절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중독이라고 진단을 붙이려면 내성과 금단증상, 조절력 상실, 이로 인한 이차적 문제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독자는 마음만 먹으면 끊을 수 있다고 우긴다. 치료자는 이들이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이유를 잘 알고 대처해야 한다. 이들이 스스로 중독자임을 인정하고 치료를 받기로 결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정하는 순간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두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첫째는 도박이 주는 엄청난 쾌감과 스릴을 포기해야 한다. 둘째는 빚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자신이 생각하기에는)을 포기해야 한다. 셋째는 현실로 돌아왔을 때 겪을 수 밖에 없는 엄청난 고통을 직면해야 한다. 이런 감정들로 인해 중독자들은 스스로 절대 중독자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스트레스와 도박중독그렇다면 치료자는 처음 중독자가 병원에 왔을 때 어떻게 대할 것인가? “도박하느라 수고가 많았습니다” 라고 말해주는 것이 제대로 된 치료자의 자세다. 얼핏 들으면 잘 이해가 안 된다. 중독자들은 치료자에게 오기 전 이미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비난과 구박을 받았다. 여기에 치료자까지 나서서 한 수 더 거들 필요가 없다란 뜻이다. 오히려 그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기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이 치료적 관계를 맺는데 가장 중요하다. 단순히 도박을 끊으라고 한다거나 도박이 얼마나 나쁘고 피해를 주는 것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도박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를 공감하고 그들이 치료 환경으로 들어오게 역할을 해야 한다. 일단 치료를 받고자 찾아왔다는 사실 만으로도 대단하다는 등 치료 동기를 불어넣는 면담이 필수적이다. 스트레스는 도박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도박의 결과 스트레스가 높아지기도 한다. 특히 재발을 막으려면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한 치료의 일부가 된다. 중독자들에 대한 스트레스 관리도 전체적으로는 다른 스트레스 관리 기법과 큰 차이가 없다. 일단 스트레스 목록을 작성하고 문제해결 방식에 따라 접근한다.그러나 보통 사람들과 다른 점은 대부분의 중독자들이 행동력, 실천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치료자가 명심해야 한다. 가능하면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말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킬 수 있는 목표를 세우도록 권유해야 한다.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적절한 운동은 도파민을 증가시켜 중독현상을 대치할 적절한 수단이 되고 긴장을 줄이고 금단증상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종교활동이나 다른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 활동을 권장하는데 단도박 모임(전화 : 02-521-2141, www.dandobak.co.kr)도 큰 도움이 된다. 중독자들은 가족과의 관계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제일 큰 문제는 상호간에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도박을 끊고 어떤 행동을 하건 가족들은 감시의 기능을 하게 된다. 이것이 중독자와 가족들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고 다툼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감시만으로 도박을 끊을 수는 없다. 오히려 초점을 바꾸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다. 도박을 하지 않는데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하지 않고 무엇을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일단 도박을 끊으면 현실에 적응하는 문제로 중독자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때 어떻게 스트레스를 관리하는가 하는 것은 재발을 줄이는데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 된다. 스스로는 물론이고 가족들의 스트레스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상호작용을 통해 스트레스가 배가 되기도 하고 서로 공존의 관계에 들어갈 수 있다. 때로는 가족들의 지나친 기대가 재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치료자는 중독자의 도박 행위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도박의 유무를 떠나 그와 그 가족들이 가정과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