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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이 탄생시킨 요정의 환상세계 그림

  • 입력 2016.05.13 12:16
  • 기자명 문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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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를 두고 당시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국가를 모두 넘겨주는 때라 할지라도 셰익스피어만은 못 내놓는다”라는 극찬의 말을 남겨 더욱 유명해 진 작가이다. 먼저 그의 희극작품 중의 하나인 <한여름 밤의 꿈>의 한여름 밤이란 일 년 중 가장 낮이 긴 하지(夏至)의 전날 밤으로, 서양에서는 이 밤엔 기이하고 신비로운 일이 벌어지곤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 때문에 바로 이 점에 착안한 셰익스피어는 요정들이 사는 신비로운 수풀 속에서 일어난 몽환적이고 기묘한 사랑 이야기로서 그의 희극작품 중에서도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을 썼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한여름 밤의 꿈>은 그 텍스트만으로도 이미 환상적이다. 즉 요정의 세계, 귀족의 세계, 서민의 세계가 복잡하게 얽히며 꿈과 환상이 펼쳐지는 가운데, 사랑하는 남녀들을 통해 이성과 감성, 비극과 희극이 조화를 이루는 성숙한 세계를 그려내는 한편 요정들을 통해 엉뚱한 사건 혹은 상상을 만들어 넣어 인간들이 자신의 내면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게 꾸며졌기 때문에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에까지도 그의 작품은 계속해서 많은 이들의 감동을 이끌어 내고 있다.

우선 이 작품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살피면, 마을의 처녀 허미아는 부친이 정해준 디미트리어스라는 남자가 아닌 자기가 사랑하는 라이샌더와 함께 아젠스에 있는 깊은 숲에 몸을 숨긴다. 그러자 디미트리어스도 그녀의 뒤를 따라 숲으로 들어가고, 디미트리어스를 짝사랑하는 헬레나라는 여인도 숲으로 쫓아 들어간다. 숲에는 많은 요정들이 살고 있어 한여름 밤의 깊은 숲 속에서 인간계와 요정계를 넘나들며 일어나는 소동을 숲을 지배하는 요정의 왕 오베론(Oberon)과 왕비 티타니아(Titania)에 의해서 줄거리가 이끌러 진다. 그래서 <한여름 밤의 꿈>은 많은 작가들에 의해 연극과 영화로 각색 되어 상영되곤 하였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마스터하고 있던 영국의 화가 리처드 닷드(Richard Dadd, 1817~1886)는 그가 왕립 아카데미에 재학시절 이 작품을 소재로 그의 첫 작품으로 두 장의 그림을 그려 전시회에 출품했는데, 이 그림들을 본 평론가들로부터 절찬을 받아 주위로부터는 장래가 촉망되는 천재화가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 작품의 하나가 ‘퍽(puck)과 (한여름 밤의 꿈에서) 요정(1840)’이라는 그림인데 퍽이란 장난이 심한 요정으로 〈한여름 밤의 꿈>에서는 요정의 왕 오베론의 심복으로 주요 등장인물의 하나로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오베론은 퍽에게 사랑의 싸움을 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의 꽃’으로 된 묘약을 잠자는 사람의 눈에 몰래 떨어뜨리게 해서 모든 연인들의 사랑이 제자리를 찾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명한다. 사랑의 꽃 묘약이란 비올라 꽃으로 되여 있는데 이 꽃은 어느 날 밤 큐피트가 쏜 화살이 달빛에 의해 떨어졌는데 그 이후로 비올라 꽃은 사랑의 꽃이 되었으며, 그 꽃의 즙이 곧 사랑의 꽃 묘약이라는 것이다.

이 그림은 퍽의 어릴 때의 모습으로 빛을 커다란 버섯위에 앉아 있는 퍽에게만 집중적으로 쪼이게 하고 주변은 어두움으로 표현해 신비스러운 환경에서 요정들이 춤을 추는 장면으로 묘사하였다.

다른 하나의 그림 ‘잠자는 티타니아’(1841)라는 작품도 퍽과 관계되는 것으로 요정의 왕 오베론과 왕비 티타니아는 사이가 벌어져 말다툼을 하였는데 오베론은 티타니아의 불충을 벌하기 위해 꼬마요정 퍽에게 사랑의 꽃 묘약을 잠자는 티타니아의 눈에 떨어뜨리게 하여 잠에서 깨어났을 때 숲속의 비천한 생물과 사랑에 빠지게 하라고 지시한다. 사랑의 꽃 묘약 때문에 결국 티타니아는 혼란스러운 꿈을 꾸게 한 장면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도 빛은 잠자는 티타니아와 그 꿈에 나타난 요정들이 혼란스러운 몸동작을 하는 아치에만 집중적으로 쪼이게 하고 주변에서 춤을 추는 요정들에는 어둡게 하여 신비한 요정의 세계를 표현하였다.

그런데 화가 닷드가 25세 때 정신의 이상으로 아버지를 살해하는 끔직한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평생을 정신병원에 수감 되었으며 수감 중에도 병원장의 호의로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되었는데, 그가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그린 작품들 가운데 두 번째로 유명하다고 꼽히는 그림은 ‘오베론과 티타니아의 언쟁’(1854~1858)이라는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 연극의 한 장면을 그린 것인데, 병원에 수감되기 전에 그린 그림 ‘잠자는 티타니아’는 연극 2막2장에 나오는 장면이고 이 그림은 2막1장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병원에 수감 후 5년이라는 장기간에 거쳐 완성한 작품이다.

연극 2막1장의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숲에는 요정만이 아니라 인간들도 등장하는데, 자기의 결혼상대자가 다른 남자와 숲으로 들어가 숨은 것을 쫓아 숲으로 들어온 디미트리어스와 또 이 남자를 짝사랑하는 헬레나도 등장한다. 오베론은 그 연인들 사이에 오고가는 얘기를 엿듣는다. 디미트리어스는 헬레나에게 사랑하지 않으니 쫓아오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헬레나는 이렇게 무정한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쫓아간다고 한다.

오베론은 이 말을 듣고 헬레나를 동정해 드미트리어스의 사랑을 그녀에게로 돌리려고 시종인 퍽에게 사랑의 꽃 묘약을 갖고 오라 한다. 이것을 이용해서 모든 연인들의 사랑의 제자리를 찾게 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의 작품은 2막1장에 나오는 내용을 한 장으로 표현하였기에 이번에는 그림을 중심으로 설명하면, 중앙에는 왕실상징의 지팡이를 든 요정의 왕비 티타니아가 서서 그 좌측에 역시 왕실상징의 지팡이를 든 요정의 왕 오베론을 향하여 무언가를 항의하는 표정이고 왕은 아무 대꾸하지 않고 옆에 있는 인물에게 격한 감정을 토로 하는 듯 엄한 얼굴표정에 사나운 눈빛을 하고 있다. 그러한 왕의 표정이 무서워서 이 언쟁의 발단이 된 인도의 소년은 왕비의 옷을 들치고 자기 몸을 감추려하고 있고, 이것과는 대조적으로 왕의 옷자락을 뒤에서 들고 있는 장난꾸러기 시종 퍽은 무엇을 생각하였는지 이상한 표정의 웃음을 짓고 있다.

왕의 뒤에는 군졸들이 따르고 있으며 왕비의 뒤에는 사랑의 다툼을 하는 디미트리어스와 헬레나도 등장하고 있다. 그림에 등장한 인물이 누구인가는 그가 위치한 장소와 위치로서 납득이 가게 되어 있으며 여름밤의 무성한 풀들과 꽃에 의해 가려져 있기도 하다.

작품의 초점은 화면에 표현된 수풀은 이를 보는 이들의 시선을 빼앗아 시선의 행방을 낯선 곳으로 인도한다. 그래서 보는 이들은 어지러움을 느끼게 되고 평형을 잃고 마치 자기도 수풀속의 요정이 된 기분이 들게 하여 무섭기도 하면서 호기심도 드는 경험을 하게한다. 그래서 이러한 감각을 같은 시기에 활동하였던 화가들의 작품과 비교하여 보기로 한다.

스코틀랜드 화가 조셉 노엘 페이튼(Sir Joseph Noel Paton 1821~1901)도 <한여름 밤의 꿈>연극의 2막1장에 나오는 장면을 닷드와 같은 화제의 ‘요정 오베론과 티타니아의 논쟁’(1849)이라는 그림을 그렸다. 따라서 두 화가의 그림의 내용은 같지만 독자들이 보는 느낌은 전혀 다른 것을 느끼게 된다.

닷드의 그림은 정말로 요정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는 것 같은 실감을 느끼는가 하면 노엘 페이튼의 그림은 요정이 아니라 연극에 나오는 사람들을 그대로 표현하였으며 주변의 요정들도 에로티시즘과 환상적 형상이 섞인 요정들이 등장하는 모습으로 표현하였다. 이러한 표현은 닷드도 정신병원에 수감되기 이전의 그림 ‘잠자는 티타니아’에서도 볼 수 있다.

따라서 닷드가 발병하고 나서 병원에 수감생활을 하면서 느낀 요정들의 환상적 세계를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정신병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 하였을 런지도 모른다는 말로 닷드는 병들어서도 일반화가가 할 수 없었던 화가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말로 그를 위로하는 것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