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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 버리세요”

김광수 가톨릭대학교 정신과 교수

  • 입력 2005.08.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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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우울증으로 자살한 영화배우 이은주씨의 사건이 있은 후 언론이나 사회의 모든 관심은 우울증에 쏠렸다. 우울증에 대한 수많은 정보가 쏟아졌다. 하지만 얼마 후 곧 바다에 썰물이 빠져나가듯 다시 잠잠해졌다. 정신과 질환에 대한 관심이 잠깐 반짝이다 금새 사그라지는 현상은 오래 전부터 계속돼 왔다. 이에 대해 김광수 가톨릭대학교 정신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 아직도 정신질환을 보는 뿌리 깊은 오해와 편견이 깊숙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 진단한다. 김 교수는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미쳤다’라고 단정지어버리는 것은 사회의 잘못된 인식이라고 꼬집는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중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뿌리깊고 두터운 오해와 편견을 해결하려면 정신질환을 과학적 접근을 통해 연구하고 국민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과학적 접근이란 심장에 문제가 생긴 심장질환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듯 정신질환도 뇌에 질병이 생기는 질환으로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그 원인을 밝혀낸다는 뜻이다. 그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깨려면 신경정신의학회는 물론 정부도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다.최근 유럽에서 정신질환에 의한 국민의 부담은 전체 질환에 의한 국민부담의 28%를 차지하며, 직접적으로 국민이 정신질환에 지불하는 의료비용은 전체 의료비용의 약 12%에 달한다고 발표된 바 있다. 또한 정신질환에 의한 장애도(DALY)는 전체 모든질환에 의한 장애도의 4분의 1을 차지한다고 보고됐다.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의 의료비용이 전체 의료비용의 3%에 지나지 않지만, 선진국처럼 정신질환에 의한 의료비용이 점점 높아지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고 생각한다”며 “정신질환은 국민의 삶과 경제적 부담, 삶의 질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질환임을 정부와 국민들에게 강조해 알리고 이에 대한 적절한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홍보할 것”이라고 말한다. 정신과 질환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를 없애기 위해 그가 제시하는 방법은‘대국민 강좌’다. 치매, 우울증, 조울증, 불안장애, 정신분열증, 중독, 불면증, 소아청소년이나 노인 정신질환 등에 대해 학회와 공동으로 강좌를 여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에게 정신질환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고 정신질환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얘기다. 또 학교와 기업을 순방하며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것도 그가 제안하는 한 방법이다. 최근 학교와 기업에서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추세에 발맞춰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이를 추진한다면 좋은 성과를 낼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학교에서 정신건강에 대한 상담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기업에서도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에 학회가 적극적으로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는 말이다. “정신건강 홍보 중요” 현재 대한우울·조울병학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특히 우울증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가 우울증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96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내용중 전 세계 일류에게 흔한 질병 108가지를 발표했는데, 이중 일 하는데 가장 많은 장애를 일으키는 것이 우울증이라는 연구결과를 접하면서부터다. 그는 최근 많은 제약회사들이 우울증 치료제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도 우울증 환자가 많다는 반증이라고 웃는다. 우울증 퇴치를 위해 그는 지난 98년부터 국내 처음으로‘한국인 우울증 선별의 날’을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매월 11월에 열리는 이 행사에는 대한우울·조울병학회 및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이 참여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직접 우울증의 조기진단도 할 수 있게 하고 또 이를 통해 조기치료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학회의 7년 동안의 노력으로 보건복지부가 올해 임상의학 관련 연구비를 중점 지원한 3개 분야 중 우울증이 포함돼 70여 억원의 연구비를 받는 쾌거를 이뤘다. 학회 회원들이 우울증에 대해 사업을 시행하고 우울증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 낸 결과라 생각한다” 그는 신경정신의학회가 정신건강을 지키고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도록 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학회가 제 자리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때 국민을 대상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홍보와 항해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 그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활동 방향에 대해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우선 정신과 전 회원을 연령에 따라 초년회원, 중년회원, 장년회원 등 세 그룹으로 나눠 초년회원은 중년회원을 도와 정신의학을 열정적으로 연구하고 경험을 쌓게 한다는 것이다. 정신과의 심장 역할을 하는 중년회원은 진료, 교육에 정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년회원은 초년회원과 중년회원을 지원하고 더불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짠다는 구상이다. 그는 또 특성화가 경쟁력을 갖는 방법인만큼 정신과도 특성화에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병원과 달라야 한다. 그런데 특성화는 말처럼 쉽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부가 필요하다. 진료과목을 특성화 할 수 있도록 강좌를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개원의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주말이나 야간에 강좌를 개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본다.” 그는 법률자문위원회 구성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정신과와 관련된 경험이 많은 변호사를 선임해 회원들이 법률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언제든지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원회가 있어야 한다는 것. 또 각 수련병원별로 다른 진료술기를 표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형식과 문서 위주의 수련병원 평가를 지양하고 실제적으로 정신과 전문의를 양성할 수 있는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외에 정신과 전문병원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학회에서 찾아야 하고 또 이에 대한 방책을 찾고 지역사회에서 정신건강 지킴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묘수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회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이런 생각과 노력이 정신과 의사들이 정신건강을 책임지는 지역의 건강 파수꾼이 되는데 초석이 되길 기대해 본다.